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뭍 사람들은 모른다… 제주만의 특별한 피서법

입력
2016.08.02 10:00
0 0

요즘 제주는 연일 폭염주의보와 열대야 등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밤에는 열대야가 보름 가까이 계속되고 낮에도 33도 내외의 기온에 높은 습도로 인해 불쾌지수 또한 높다. 도심을 걷다 보면 건물마다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고 해수욕장마다 더위를 식히려는 피서객으로 넘쳐난다. 이러다 아열대기후로 가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온다.

소정방폭포 물맞이 모습
소정방폭포 물맞이 모습

예전 제주사람들은 어떻게 더위를 이겨냈을까. 더위를 식히기에는 역시 물이 최고다. 특히 4면이 바다인 제주에서는 많은 이들이 바다로 향한다. 하지만 모래사장보다는 바위로 뒤덮인 해안선이 많아 물놀이하기에 썩 좋은 여건은 아니다. 이때 즐겨 찾는 곳이 바닷가 주변에서 샘솟는 용천수였다. 특히 밭일을 하다가 몸에 땀띠라도 났을 때 산물이라 불리는 용천수에 몸을 담그면 금세 땀띠가 사라지는 효과도 있었다. 한라산에서 땅속으로 스며든 후 해안 저지대에서 솟는 산물은 바닷물보다 수온이 낮기 때문에 물에 들어서서 채 1분도 버티기 힘들다. 어린 아이들은 누가 오래 버티는지 내기를 하기도 했었다.

해안마을과 달리 교통이 불편했던 과거에 중산간 마을 사람들은 바다까지 가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마을 주변 계곡과 하천의 물웅덩이를 찾곤 했다. 수량이 풍부한 광령계곡, 강정천, 안덕계곡, 돈내코, 옹포천, 선반내 등이 대표적이다. 마을 인근 계곡에 물이 많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제주도내 하천은 대부분 평상시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다. 이럴 경우에는 많은 비가 내린 후, 흐르는 물이 고이는 하천의 소(沼가 어린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문제는 그 규모가 작아 수영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바다를 접한 제주사람들은 모두가 수영을 잘 할 것이라 여기지만 수영을 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은 이유다.

제주의 모래뜸질, ‘모살뜸’ 풍경
제주의 모래뜸질, ‘모살뜸’ 풍경
비가 올 때만 가능한 계곡 물놀이
비가 올 때만 가능한 계곡 물놀이
제주에는 정자문화가 거의 없다. 월대 주변 풍경
제주에는 정자문화가 거의 없다. 월대 주변 풍경

제주만의 특이한 피서 방법으로는 ‘모살뜸’, 즉 모래뜸질이 있다. 검은 모래로 유명한 제주시 삼양동 모래사장에서 삼복더위에 모래뜸질을 하면 신경성 질환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지금까지도 유행하고 있다. 특히 옛날에는 아기 못 낳는 여인이 이곳 검은 모래로 배꼽 밑을 뜸질하면 임신할 수 있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모래뜸질을 하려면 우선 삽으로 뜨거운 모래를 파헤쳐 한 사람이 드러누울 만큼 구덩이를 만든다. 한 시간 정도 지나면 구덩이 속 모래까지 뜨거워지는데 이때 구덩이에 드러눕는다. 그리고는 그 위에 일행이 상대방의 몸에 모래를 덮어주는데, 보통 2~3명씩 짝을 지어 교대로 진행한다. 이때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뜨거운 모래가 직접 몸에 닿지 않게 삼베옷 따위를 입고, 양산이나 밀짚모자 등으로 얼굴이 햇볕에 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백중날에는 물맞이가 유행했다. 물맞이는 크고 작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을 온몸으로 맞는 것으로 신경통을 비롯해 위병, 열병, 속병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많은 이들이 즐겼다. 예전에는 천제연폭포를 비롯한 유명 폭포, 마을 주변 계곡의 이름 없는 폭포수, 심지어는 한라산 중턱의 성널오름 성널폭포, 어리목계곡까지 물맞이하러 찾아가기도 했다. 요즘에도 서귀포 정방폭포 인근 소정방이나 돈내코에서 물맞이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모살뜸이나 물맞이가 부인네를 중심으로 행해지는데 반해, 격식을 따지는 남자들은 마을의 댓돌에서 장기와 바둑을 두며 더위를 식혔다.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댓돌은 커다란 팽나무 아래 평상처럼 돌로 평평하게 단을 쌓은 모습으로 마을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회의장이고 동시에 휴식공간이었다. 월대, 명월대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정자문화가 거의 없는 제주에서 정자역할을 했던 곳이다.

이밖에 먹거리를 통한 여름 나기로 닭을 잡아먹는 풍습이 전해진다. 복날 보신탕을 찾는 것과 같은데, 특히 음력 6월 스무 날에 닭을 잡아먹으면 만병통치의 보약이 된다고 전해진다. 보통 봄에 부화한 병아리를 마당이나 우영(텃밭)에서 키우다가 이날 잡아먹는데, 특히 오골계가 약효가 뛰어나다고 여겼다. 특이한 것은 여자는 반드시 수탉을 먹어야 하고 남자는 암탉을 먹어야 효과가 더욱 크다고 전한다.

절해고도 제주는 과거 200년 가까이 출륙(出陸)금지령까지 더해져 타지방과의 문화교류가 끊기며 제주만의 독특한 생활문화를 남겼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천혜의 자연자원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제주만의 문화유산도 제주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강정효 (사)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