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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양건과 평양의 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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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양건과 평양의 교통사고

입력
2015.12.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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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13년 5월 평양 시내에서 근무하는 여성 교통경찰관에게 영웅 칭호를 수여했다고 공개하자 우리 정보당국이 촉각을 세웠다. 북한이“불의의 정황 속에서 혁명 수뇌부의 안전을 결사 보위했다”고만 밝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암살 시도와 관련됐다는 추측이 돌았다. 이 여성의 근무지가 김정은 저택에서 몇 km 떨어지지 않은 곳이고, 암살 시도로 알려진 2006년 장성택의 교통사고가 난 지점과 같은 장소라는 점에서 의혹이 증폭됐다. 하지만 그 후 여성 경찰관이 김정은 일행의 차량이 지나가던 중 반대 방향에서 이를 모른 무궤도 전차가 오는 것을 발견하고 달려가 세웠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었다.

▦ 김정은 주변에 대한 최고 경호를 감안하면 의문이 없지 않으나 그만큼 평양의 무질서한 교통상황을 보여준다는 게 정보당국의 결론이었다. 북한이 지난 2월 국방위원회 명의로 낸 포고문을 보면 수긍이 간다. 포고문은 “모든 운전자는 평양시 세거리, 네거리에서 푸른 신호등이 꺼지고 붉은 신호등이 켜지면 저지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무면허와 음주 운전, 뺑소니 사고는 이적행위로 엄하게 처벌한다고 덧붙였다.

▦ 김정은의 ‘외교브레인’인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북한의 발표에 숙청설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김용순 비서와 리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리철봉 강원도당 책임비서 등 거물급 인사들의 교통사고 사망 때도 숙청설이 나왔다. 권력 장악을 위한 공포정치가 일상화한 북한의 행태로 볼 때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평양을 비롯한 북한의 열악한 교통상황을 알고 보면 지도급 인사의 교통사고를 곧 숙청으로 연결시키는 인식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 평양만 해도 도로 상태가 나쁘고 교통표지나 신호등, 가드레일 등 교통안전 인프라가 취약하다. 택시의 등장 등 차량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과속이 만연해있다. 최근엔 ‘시장경제식’ 운송 서비스가 성행해 무적차량도 넘쳐난다. 그 중에서도 지도층의 야간파티 문화가 고질적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비밀리에 열리는 파티에 참석한 고위층은 손수 운전해야 하는데 귀가 시 만취상태에서 운전할 수밖에 없어 사고위험이 상존한다는 얘기다. 김정은이 음주운전 금지 지시를 내려도 근절되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은 여전히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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