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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눈 망가질라… 서클렌즈 각막 손상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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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눈 망가질라… 서클렌즈 각막 손상 주의보

입력
2015.08.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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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제품 일부 착색제 발견… 산소투과율 낮아 안전 논란

각막 세균 감염에 쉽게 노출… 알레르기 환자는 특히 위험

전문가 "값비싼 제품도 안심 못해, 미용 가치보다 안전성 따져야"

크고 또렷한 눈매를 만들어 주어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인 서클렌즈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회용 서클렌즈 제품 일부에서 착색제가 묻어 나오는 데다 낮은 산소투과율로 각막 등 손상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서클렌즈의 안전성 논란은 최근 한 지상파 프로그램의 보도가 불을 지폈다. ‘고가의 일회용(one-day) 서클렌즈를 면봉으로 문지른 결과 색소가 묻어 나왔다’는 고발 내용이 큰 파장을 불렀다.

화학성분인 서클렌즈의 색소가 눈에 침투하면 독성으로 인해 눈의 각막이 손상될 위험이 높다고 안과전문의들은 경고한다. 이현수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서클렌즈에서 색소가 흘러나오면 각막 손상과 혼탁, 궤양은 물론 알레르기 염증까지 올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기자가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일회용 서클렌즈를 면봉으로 문지러 본 결과 일부 제품에서 색소가 누출되는 것이 확인됐다. 안과전문의들은 “다른 곳도 아닌 눈에 착용하는 제품에서 색소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런 제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는 업체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들이 미용 목적으로 많이 착용하는 서클렌즈의 안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안과전문의들은 "색소누출과 낮은 산소투과율 등으로 각막 손상이 우려된다"며 대책 마련이 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성들이 미용 목적으로 많이 착용하는 서클렌즈의 안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안과전문의들은 "색소누출과 낮은 산소투과율 등으로 각막 손상이 우려된다"며 대책 마련이 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산소투과율 낮은 것도 문제… 최악의 경우 실명

서클렌즈의 안전성 논란과 관련, 안과전문의들은 낮은 산소투과율도 커다란 문제라고 말한다. 안과전문의들은 검은자위(각막)를 크고 뚜렷하게 보이기 위해 색소를 입힌 서클렌즈는 일반 소프트렌즈에 비해 산소투과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착색제로 인해 산소가 투과하지 못하게 되면 각막에 산소 공급이 차단돼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지영 해뜸안과 원장은 “각막은 우리 신체기관 중 유일하게 혈관이 없는 조직으로 산소를 외부 공기를 통해 직접 흡수하는데, 색소를 입힌 서클렌즈의 경우 산소투과율이 일반 렌즈보다 더 떨어져 문제”라고 했다. 한 대학병원 안과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제조되고 있는 대부분의 서클렌즈는 렌즈 두께가 일반 렌즈보다 두껍고 주변부에 진한 색상의 염료가 있어 산소투과율이 저하, 각막에 충분한 양의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각막에 산소가 부족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각막에는 산소 공급을 위한 신생혈관이 생겨난다. 신생혈관은 각막 가장자리(윤부)에서 생겨나기 시작해 중심부로 점점 이동한다. 한번 만들어진 신생혈관은 사라지지 않는다. 신생혈관이 생기면 뒤따라 섬유조직이 만들어져 각막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이지영 원장은 “각막에 신생혈관이 만들어져 각막 중심까지 혈관이 치고 들어오면 실명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상태에 이르면 각막이식도 할 수 없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각막이식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신생혈관 때문이다. 정재림 김안과병원 교수는 “각막은 혈관이 없어 어느 장기보다 이식수술이 용이한데, 신생혈관이 각막에 침투하게 되면 이들 혈관이 거부반응을 보여 각막이식이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낮은 산소투과율이 서클렌즈 안전성 논란의 본질이라는 게 많은 안과전문들의 지적이다.

산소 부족과 신생혈관 생성에 따라 각막 혼탁 등이 일어나더라도 이를 인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피해가 커진다. 이지영 원장은 “서클렌즈를 잘못 착용해 각막 손상이 와도 피곤해서 충혈이 온 줄 알고 인공눈물을 점안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신생혈관이 각막의 절반 이상에 들어찬 고등학생 환자도 있었다”고 했다.

각막 감염도 문제다. 서클렌즈를 잘못 착용하면 세균성 각막염, 진균성 각막염, 가시아메바성 각막염 등 질환에 걸릴 수 있다. 정재림 교수는 “특히 진균성 각막염과 가시아메바성 각막염은 진단이 어려워 초기치료가 힘들다”며 “가시아메바성 각막염은 치료제도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안과전문의들은 평소 꽃가루 알레르기나 동물 털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서클렌즈 착용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꽃가루 알레르기나 동물 털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의 경우 화학성분인 색조가 들어있는 서클렌즈를 착용하면 알레르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각막이 붓는 각막부종과 각막궤양도 조심해야 한다. 동은영 일산무지개성모안과 원장은 “각막부종을 방치해 염증이 심해지면 신생혈관이 발생해 각막이 투명성을 상실하고 혼탁해지는데 동공까지 혈관이 침투하면 심각한 시력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각막궤양의 후유증은 더 심각하다. 각막궤양이 오면 충혈과 함께 눈에 통증이 있고 끈적거리는 눈곱이 끼면서 시력이 감퇴된다. 동 원장은 “만약 각막궤양이 각막 중앙에 발생하면 치료를 해도 증상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궤양으로 인한 상처로 손상된 시력은 영구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산소투과율 공개… 고가 렌즈도 안심 못해”

최악의 경우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는 서클렌즈의 안전성 우려를 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안과전문의들은 서클렌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업체들이 산소투과율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대학병원 안과 교수는 “산소투과율 문제가 가장 심각하기 때문에 업체들이 소비자들이 산소투과율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색소가 서클렌즈의 어느 부위에 입혀졌는지도 공개돼야 한다. 이상목 한림대성심병원 안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서클렌즈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야 제대로 된 제품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과전문의들은 “색조를 렌즈 앞 또는 뒤에 입혔는지, 렌즈 가운데 입혔는지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색조를 렌즈 앞과 뒤에 또는 가운데 입힌 것 중 어떤 것이 안전한지에 대한 명확한 검증과 함께 제품 단면도를 소비자들에게 제시해야 서클렌즈 논란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했다. 대학병원의 한 안과 교수는 “코팅층을 색소층 위에 덮는 이른바 ‘샌드위치 방식’으로 서클렌즈를 제조했다는 업체들이 많지만 실제로 이를 입증할 수 없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고가의 서클렌즈를 구입했다 해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색소층이 표면에 부착된 렌즈는 표면이 거칠어져 안구 표면에 염증이 발생하는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과전문의들은 안경사들의 설명에 의존해 서클렌즈를 구입하는 현재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렌즈 두께, 산소투과율, 색소층 위치 확인 등과 관련정보가 소비자에게 전달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클렌즈와 관련 산소투과율에 대한 최소 기준과 함께 색소층 위치 제한기준 등 안전성에 대한 기준 규격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클렌즈를 의료기기가 아닌 미용제품으로 여기고 있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문제다. 이현수 교수는 “일회용 서클렌즈의 경우 가격대가 비싸 학생들보다 20~30대 직장여성들이 주 소비군”이라면서 “제품의 안전성보다 미용 가치만 생각해 제품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선택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 영등포에서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는 A 안경사는 “다른 렌즈에 비해 가격이 비싸 일회용인줄 알면서도 이틀 정도 렌즈를 착용하는 소비자들도 많다”면서 “세균감염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제품 용도에 맞게 서클렌즈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1회용 서클렌즈, 반나절 착용이 적당

일회용 서클렌즈라도 하루에 짧게는 4시간 이내, 길어도 8시간 이내에서 서클렌즈를 착용하라고 안과전문의들은 권한다. 렌즈에 색이 들어간 서클렌즈는 일반 콘택트렌즈의 표면에 색상을 입혀 특수 처리한 렌즈라 착용감은 물론 산소투과율이 떨어져 눈에 피로감이 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기간 서클렌즈를 착용하면 눈의 피로도는 물론 각막에 미세한 상처가 발생해 세균 감염이 발생하기 쉽다.

이현수 교수는 “어차피 서클렌즈도 우리 몸에서 보면 이물질”이라면서 “4시간 정도 착용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고 했다. 정재림 교수는 “서클렌즈를 한번이라도 착용한 사람들은 서클렌즈가 주는 미용효과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아무리 길어도 8시간 내 착용하는 것이 눈 건강에 효과적”이라고 했다. 동은영 원장은 “착용기한이 1일이라 해도 서클렌즈 착용시간은 반나절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평소 안구건조증이 있다면 서클렌즈 착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렌즈가 각막에 있는 눈물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렌즈도 습기가 있어야 산소투과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스펀지처럼 각막에 있는 수분을 흡수한다. 안구건조증이 있는 사람이 미용을 위해 서클렌즈를 착용하면 안구건조증이 악화 될 수 있다. 안구건조증이 없어도 렌즈착용으로 인해 없던 안구건조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차원에서 인공눈물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일회용 서클렌즈가 아닌 장시간 착용하는 서클렌즈를 사용하고 있다면 위생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안과전문의들은 생리식염수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한다. 생리식염수를 사용하면 삼투압이 높아져 안구가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식염수를 개봉한 후 하루만 지나도 세균이 배양돼 세균감염 위험도 높다. 정재림 교수는 "간혹 수돗물로 렌즈를 씻는 사람도 있는데 수돗물에는 가시아메바가 존재해 반드시 보존액으로 세정한 후 렌즈를 착용해야 한다"고 권했다.

서클렌즈 착용 후 눈을 비비거나 만지는 것도 삼가야 한다. 눈을 비비거나 만지면 각막에 상처가 생겨 세균이 들어가기 쉽다. 표면이 거친 서클렌즈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 렌즈표면이 거칠면 각막에 상처가 생겨 세균침투가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이상목 교수는 “각막에 상처가 나면 세균침투를 막는 1차 저지선이 무너진 것”이라면서 “표면이 거친 서클렌즈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안과전문의들은 서클렌즈 착용 후 충혈과 함께 시야가 혼탁해지고, 통증을 느끼면 하루 빨리 안과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림 교수는 “이미 충혈이나 통증이 발생했다면 질환이 상당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눈에 이상이 생겼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치료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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