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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대안은 공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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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대안은 공유경제

입력
2015.05.0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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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고르스 지음ㆍ임희근, 정혜용 옮김 갈라파고스ㆍ212쪽ㆍ1만2,000원
앙드레 고르스 지음ㆍ임희근, 정혜용 옮김 갈라파고스ㆍ212쪽ㆍ1만2,000원

자동차는 현대인의 삶에 필수 요소가 됐다. 더 빠르게, 더 편하게 움직이고 싶어 너도나도 자동차를 운전한다. 주차공간은 늘 부족하고 출퇴근 시간마다 도심지로 향하는 도로는 차들로 빽빽이 들어찬다. 정부는 도로를 넓히고, 고속도로를 뚫고, 대도시 근교에 신도시를 짓는다. 그래도 또 출퇴근 시간이 되면 길은 막힌다.

생태주의 사상가 앙드레 고르스(1923~2007)는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시간과 자원이 낭비되는 현실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동차가 이동시간을 절약해줄 거라는 환상에 홀려 자동차를 구매하지만, 자동차를 사면 살수록 교통체증이 심해지니 자동차 구매자들은 손해만 보게 된다.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보다 딱히 나을 것 없는 속도로 이동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다 보면 남는 건 매연과 소음뿐이다.

2011년 미국 월가에서 있었던 '점령' 시위는 현대 자본주의와 성장지상주의의 모순이 폭발한 결과였다. 계급간 양극화와 부의 편중에 대한 근본적 해결로서 자본주의를 대체할 공유경제를 추구하자고 앙드레 고르스는 주장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1년 미국 월가에서 있었던 '점령' 시위는 현대 자본주의와 성장지상주의의 모순이 폭발한 결과였다. 계급간 양극화와 부의 편중에 대한 근본적 해결로서 자본주의를 대체할 공유경제를 추구하자고 앙드레 고르스는 주장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르스의 자동차 비판은 곧 자본주의 비판이다. 그에 따르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필요 이상으로 생산하고 소비한다. 상품 생산자들은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뭔가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한다. 화려한 마케팅이 벌어지는 동안 상품의 내구도는 점점 떨어진다. 헌 물건이 빨리 낡아야 새 물건을 사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로 보면 이는 자원의 낭비다. 인류는 무익한 생산과 소비를 계속하면서 자연을 더욱 빠른 속도로 파괴해나가고 있다.

이러니 자본주의 하에서 낭비는 필연이다. 자본주의 기업은 노동을 단순화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산출량을 뽑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런 체제에서는 쓸 만큼만 적당히 만들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옛 소련ㆍ중국처럼 중앙에서 생산량을 미리 통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인간의 자율성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르스는 노동자가 스스로의 노동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필요에 따라 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체적 노동, 말은 쉽지만 누가 대가 없이 적극적으로 일을 할까? 고르스는 20세기 말 자본주의의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지식자본’에서 주체적 노동의 가능성을 본다. 지식자본은 비물질적 자원이기 때문에 공유되기도 쉽다. 자본주의 국가는 지식자본을 저작권ㆍ특허권이라는 법적 권한을 통해 묶어놓지만 결국에는 공공의 자원으로 풀릴 운명이다. 리눅스로 대표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카피레프트 운동은 노동자가 새로운 가치 창출에 자발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수공업자와 예술가들이 필요한 물건을 손수 만들고 제작방법을 공유하는 ‘제작 문화 운동’도 비슷한 사례다. 3D 프린터가 대중화된다면 간단한 물건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에 의문을 제기하고 부의 재분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고르스의 사상은 자본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사회 모델의 단초다. 노동자와 소비자를 노예처럼 부리고 자원을 낭비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항해 그가 상상한 “적당히 만들고 적당히 쓸” 수 있는 공유경제의 세계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고르스는 인간이 자율적인 실천을 통해 이 세계를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세계를 바꾸는 것이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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