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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전환점 40대, 재테크하듯 건강 설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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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전환점 40대, 재테크하듯 건강 설계하세요

입력
2014.11.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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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ㆍ육아에 치인 전업주부들

자신의 건강 돌보기엔 소홀

3시간 투자해 1주일이면 결과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었지만 실제 건강수명은 그리 높지 않다. 주부이면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슈퍼맘 이선경(왼쪽)씨가 삼성서울병원에서 폐기능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삼성서울병원 제공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었지만 실제 건강수명은 그리 높지 않다. 주부이면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슈퍼맘 이선경(왼쪽)씨가 삼성서울병원에서 폐기능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삼성서울병원 제공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1.2세라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7월 펴낸 ‘건강수명 산출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연구원은 한국인의 건강 수명은 70.7세로 10년 가까운 세월을 병마와 싸우느라 고통 속에서 보낸다고 전했다.

40세는 80평생의 절반이다. 인생의 반환점을 돌며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적어지는 변곡점이다. 하나 둘씩 건강이 고장 나기 시작하는 것도 바로 이 때다. 그래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남은 반평생을 건강하게 보내라고 만 40세부터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권하고 있다.

지난 19일 아침.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에 이선경(45ㆍ여)씨가 들어섰다. 40대 중반 직장 여성이면서, 열 살 아이를 둔 엄마이기도 하다. 3년 전 우연찮은 기회로 건강검진을 해본 것을 빼면 직장과 남편, 아이에 밀려 자신의 건강 챙기기는 언제나 후순위였다.

“어머니가 당뇨병을 앓았어요. 저도 몇 년 전에 받았던 건강검진에서 내당능장애(당뇨병 전 단계)라나 뭐라나. 집에 찾아보면 검사결과가 어디 있을텐데….”

오전 10시. 건강검진에 앞서 등록절차와 함께 문진을 받던 이씨의 목소리가 자꾸만 기어들어갔다. 까맣게 잊고 살 때는 편안했지만 돌이켜보니 해도 너무했다 싶어 죄책감마저 든 모양이다. 몇 가지 질문이 오가고 본격적인 검진이 시작됐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몇 년 전 건강검진 때 봤던 차트가 없다. 어리둥절한 채 서 있자 지나던 간호사가 친절히 설명했다.

“지난해 RFID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건진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스마트기기를 통해 자동으로 검사 접수와 동선이 기록되고, 본인의 스마트폰으로도 안내가 된다”고. 그러고 보니 마침 손에 쥔 스마트폰에서 다음 검사장소를 알리는 화면이 떴다.

“일과 가사, 육아까지 모두 해내려면 말 그대로 슈퍼맘이 돼야 하죠.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는 탓에 아침마다 피곤이 가시질 않네요.”

확실히 그랬다. 화장기 하나 없는 이씨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초췌해 보였다. 건강검진을 받는 순간에도 직장일, 집안일 등이 이씨를 억누르는 듯 했다.

이씨의 피곤 등 신체의 건강지표는 채혈한 피를 분석하면 확인할 수 있다. 총콜레스테롤부터 간염, 간기능, 당뇨, 통풍, 콩팥, 전해질, 빈혈은 물론 갑상선과 대장암, 전립선암, 난소암까지 알아낸다.

여기에 앞서 진행했던 소변검사도 이씨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중요한 지표다. 소변의 산성도가 pH 4.6 이하라면, 고단백식이, 대사성 및 호흡성 산증, 기아상태 등을 의심할 수 있다. 또 요비중이 정상 범위를 넘어 높거나 포도당 수치가 높으면 이씨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당뇨병이 아닌지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해야지 하면서 한 번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게 운동이에요. ‘집안 일 자체가 운동’이라고 여기며 살다 보니 동네 주변을 산책하는 것조차 힘에 부칠 때가 많네요.”

이씨는 하루 대부분을 사무실에서 보낸다.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들여다 본다. 움직일 때는 손에 쥔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퇴근 후 밀린 집안일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유일한 낙인 드라마를 보느라 불 꺼진 마루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

숨이 가빠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다는 이씨는 폐 기능 검사에서 무척 힘든 표정이었다. 매일 혹사하다시피 한 탓인지 안과검사 때 큼지막하게 보이는 글자도 제대로 읽기 어렵다고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과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알 수 있는 이런 검사에서 이씨는 예상했던 대로 운동부족이 여실했다. 162㎝의 체구에도 몸무게를 2~3㎏을 줄여야 할 것이라는 의사의 권고였다. 갈수록 침침해지는 눈은 추가 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당장 스마트폰부터 손에서 내려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건강검진을 미뤄둔 진짜 이유는요? 아프다고 할까 봐요. 아이가 한창 때인데다 일도 이제 탄력을 받기 시작했는데 병에 걸렸다고 하면 어떡하겠어요. 병 자체보다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다는 게 더 무서워요.”

유방촬영검사를 마치고 나온 이씨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한국유방암학회가 발표한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 당 52.1명꼴로 일본ㆍ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 중 최고다. 동아시아 평균인 27명의 2배 가까이다.

육류ㆍ지방 과잉 섭취가 원이라는 데 이씨 역시 그런 삶과 무관하지 않았다. 35세가 넘어서면 2년마다, 40세부터는 1년 간격으로 자가 검진과 유방촬영 같은 검사를 해야 한다는 데 지키지 못했다.

이어진 복부초음파검사와 여성검사도 이씨의 걱정을 부추겼다. 복부초음파는 간, 담낭, 담관, 비장, 췌장, 콩팥 질환을 진단하는 검사다. 간낭종이 흔히 발견되는데, 이는 간 속에 있는 물 주머니로 질병은 아니다. 다음 번 검진에서 간낭종이 더 커지는 지만 보면 된다. 간이 하얗게 보이는 지방간은 비만이나 잦은 음주로 인해 간에 지방이 쌓인 것을 말한다. 금주와 운동, 식이조절이 필요한 상태다. 이 역시 마흔이 넘으면 매년 해야 하는데, 이씨는 챙기지 못했다.

“수면 내시경 검사가 겁나고 떨려요. 검사 결과가 좋게 나오지 않을까 무섭기도 하지만 그보단 마취가 덜 돼서 고통스럽지 않을까, 혹은 마취한 뒤 영영 깨어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죠. 어른스럽지 못한 말인가요?”

물론 이씨의 이 같은 우려는 기우로 드러났다.

반면, 내시경 검사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생각보다 더 크다.

내시경 검사는 위와 대장, 두 소화기관의 질병 유무를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다. 위 내시경 검사를 통해 식도, 위, 십이지장을 직접 눈으로 관찰한다. 질병이 있을 때 조직검사로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위염이 가장 흔한 비정상 소견이다.

하지만 위염이 있다고 해서 모두 치료할 필요는 없다. 대개 속쓰림, 통증 등 소화장애 증상이 없는 식생활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 위ㆍ식도ㆍ십이지방 궤양은 염증이 심해 소화기의 표면 조직이 손실된 상태다.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위궤양이라면 반드시 위내시경 검사로 추적 관찰해야 한다.

대장 내시경도 항문과 직장, 대장을 직접 눈으로 관찰하고, 질병이 있다면 조직검사를 하는 검사다. 폴립이라고 부르는 용종이 흔하다. 직장ㆍ대장 점막의 부풀어 올라온 것으로 나중에 암이 될 수 있으므로 내시경으로 잘라내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다. 이런 과정이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략 1시간 정도면 끝난다.

수면내시경을 마친 이씨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을 투자해 40세 이후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불안을 털어낸 것이다. 검사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주일이면 모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미루고 미뤘던 이불 빨래를 한 기분이에요. 다른 무엇보다 건강에 투자하는 것이 지금 누리는 모든 행복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길이라는 걸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닫게 됐어요.”

이씨처럼 건강챙기기에 소홀한 40대를 향해 김재준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장(소화기내과 교수)는 “중년에 접어든 40대에게 건강검진은 건강을 지키는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과거에는 의학적 관심이 질병의 치료에 있었지만 이제는 질병의 예방과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삶의 질을 높이는데 건강검진이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 김재준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장이 말하는 건강검진 잘 받는 법

-어떤 사람이 건강검진 대상자?

“특정 연령층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아기가 어머니 뱃속에 잉태됐을 때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층이 대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검진 대상자는 30~60대가 대부분이다. 이는 이 연령층에서 질병이 가장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특히 40세부터는 각종 질병이 발생하거나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얼마나 자주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나?

“정확한 답은 없다. 질병 변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수치로 단정짓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예컨대 6개월 전 건강검진에서 아무런 질병이 없고 건강하다고 판정 받은 사람이 암이 발견되기도 한다. 보편적인 답을 내놓으라면 30대는 3년에 한 번, 40대는 2년에 한 번, 50대 이후엔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권하고 싶다.”

-건강검진을 효과적으로 받으려면?

“개개인의 건강상태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모든 검사를 받는 것은 피하라고 하고 싶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는 특정 부위를 보다 정확히 검사하는 건강검진 특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예컨대 폐암이나 소화기 질환, 암 진단, 심혈관계 질환, 부인암, 유방암, 뇌졸중 등 검사항목을 고객에게 맞춘 고객 맞춤형 건강검진을 이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건강검진 시 주의할 점은?

“주사바늘에 찔리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대체로 건강검진 검사를 통증 없이 받을 수 있다. 다만 내시경 검사는 소화기관 내로 관을 넣기 때문에 구역질이나 통증이 심할 수 있다. 검사 직전에 근육 이완제와 진정제를 투여한다. 위 투시는 조영제를 먹고 위를 X선 촬영하는 것인데, 검사할 때 방사선과 의사의 지시를 잘 따라야 질 좋은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여성들은 가슴 X선, 유방 X선, 위 투시 등 방사선 검사를 받기 전에 반드시 임신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가임기 여성이라면 생리를 시작한 날로부터 10일 정도 지난 때가 가장 좋다. 생리 시작 직후에는 자궁 세포진 검사와 소변검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100% 건강하다고 할 수 있나?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우리 몸의 모든 병을 다 찾아낼 것이고 개개인이 가진 증상의 모든 원인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건강검진에서 시행하는 검사는 수많은 의학적 검사의 일부에 불과하다. 또한 검사한 부위 이외의 질환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검사법 자체의 오류도 있을 수 있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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