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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메르스 사태 교훈 살려야 할 지카 바이러스 확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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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메르스 사태 교훈 살려야 할 지카 바이러스 확산 대책

입력
2016.01.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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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한다는 ‘지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에서 창궐하더니 올 들어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로 급속히 퍼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근 2개월간 25개국에서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1947년 우간다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간간이 환자가 발생했으나 최근의 전파 속도는 과거에 비할 바 아니다. WHO는 “미주 대륙에서만 감염자가 최대 400만 명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150만 명 정도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브라질에서 8월 5~21일 하계 올림픽, 9월 장애인 올림픽이 잇따라 열린다. 국제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세계적 대유행을 가속화하는 끔찍한 축제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WHO는 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긴급위원회를 열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지금까지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등 세 차례뿐이었다.

지카 바이러스는 신생아의 두뇌 발육을 막아 지적 장애나 발달장애, 뇌성마비를 일으킨다고 한다. 성인에게 급성 신경마비를 유발하는 길랭-바레 증후군과의 연관성도 주목된다. 그런데도 예방 백신이나 치료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게 유일한 감염 예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공포 확산에는 경계심을 표한다. 감염 경로로 보아 국내 발생이나 유입 가능성은 아직 희박하다고 한다. 열대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이집트 숲 모기’가 감염 매개체이고, 수혈이나 성적 접촉 등 사람 간 감염 가능성은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바이러스와 신생아 소두증과의 인과관계 등 명확한 발병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여서 경각심을 늦추기는 어렵다. 주로 낙타를 통해 전파된다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지난해 국내에서 급속히 번질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연간 해외여행객이 2,000만 명 가까운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방역당국은 공항 항만과 의료기관이 면밀한 정보 공유체계를 갖추고, 의심환자 발생 시 신속한 치료가 이뤄지도록 전문병원을 지정하는 등 총력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 국내 서식하는 흰줄숲모기도 매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여름철 모기 박멸 대책도 세워두어야 한다. 임신부를 비롯한 국민이 발병지역 여행을 자제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국민건강과 사회ㆍ경제를 뒤흔드는 전염병의 엄청난 피해에 비추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메르스 사태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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