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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17세기 영국 런던 시궁창에서 피어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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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17세기 영국 런던 시궁창에서 피어난 꽃

입력
2016.04.0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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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시계-과학혁명과 근대의 탄생

에드워드 돌닉 지음ㆍ노태복 옮김

책과함께 발행ㆍ456쪽ㆍ2만2,000원

과학과 미스테리를 넘나드는 에드워드 돌닉은 보스톤 글로브 과학 기자 출신 작가다. ‘뉴턴의 시계’는 17세기를 배경으로 과학 혁명기의 유럽을 손에 잡힐 듯 그려내며 그 주요 인물들인 갈릴레오 갈릴레이, 요하네스 케플러, 로버트 훅, 라이프니츠, 뉴턴을 등장시켜 영화처럼 전개해 나가는데 특히 영국 왕립 학회와 뉴턴의 과학 이론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춘다.

왜 17세기일까? 인류가 완전한 질서로 작동하는 세계를 꿈꾸기 시작한 때는 17세기 후반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자연과 초자연은 서로 뒤엉켜 있는 상태로 인식되었다. 질병은 신이 내린 벌이었고, 천문학은 점성술과 분리되지 않았으며, 하늘은 계시의 징조로 가득 차 있었던 시기였다. 한낮에도 도시는 어둠침침했으며, 대도시 런던마저도 “악취가 진동하고 진흙투성이인 데다가 오물로 뒤범벅된” 더럽고 위험한 곳이었다. 백성들의 삶은 온통 위험과 재앙의 연속이었고, 전염병과 화재가 끊임없이 삶을 위협했으며, 공중 위생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었기에 병이 걸리는 것은 하늘로부터의 재앙으로 여겨졌다. 미신과 마녀 사냥이 횡행했으며 혹독한 시대답게 종교는 위안보다는 저주와 희생양 만들기에 골몰하였고 사람들을 질곡했다.

1660년 런던. 잘 차려 입은 신사들이 런던의 토머스 그레셤의 저택에 모여 비밀스러운 회합을 갖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자연철학자’라 불렀던 이들은 비둘기에서부터 행성에 이르기까지 만물의 작동원리를 알아내고자 일찍이 의기투합한 야심 차며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천사와 악마 그리고 마녀, 연금술과 온갖 민간요법을 믿으면서도 “우주가 신이 창조한 정확한 수학 법칙을 따르며 이 수학 법칙은 시계 장치의 고유한 법칙처럼 복잡하면서도 완벽하게 제어되고 있다”고 믿었던 천재, 외골수, 괴짜들이었다. 로버트 보일, 보일의 조수였던 로버트 훅, 훅의 친구 크리스토퍼 렌 등이 그 멤버였으며 ‘자연 지식의 향상을 위한 런던 왕립학회’가 공식 명칭이었다.

이들이 최초의 과학자였던 것은 아니지만 데카르트, 갈릴레이, 케플러 등의 외로운 천재들이 홀로 연구하여 걸출한 업적을 남겼다면 이들은 함께 모여 토론하고 협력하는 중에 경쟁, 시기와 질투, 모함과 배신의 드라마 속에서 위대한 과학혁명을 연출해냈다. 뉴턴은 훗날 왕립학회의 수장이 되어 오랫동안 독재자로 군림했지만 초기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았고, 혼자서 미적분과 중력의 법칙을 발견하여 오늘날의 아인슈타인에 버금가는 당대 최고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이 책은 과학사의 뒷이야기를 단지 재미있게 엮은 값싼 이야기 책은 아니다.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저자는 과학적 발견의 상세한 배경뿐만 아니라 이론 또한 쉽고 자세하게 해설하고 있다. 읽다 보면 케플러의 행성 운동 법칙부터 무한의 개념, 미적분의 원리, 뉴턴의 중력 법칙 등을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역사 속 인물(특히 과학자)을 보는 저자의 관점은 참신하다. 우리는 흔히 역사 속의 조상들을 쉽게 무시하며 어리석은 사람들로 치부하면서도, 유독 소수의 천재들은 “현재에서 과거로 간 시간 여행자”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수세기 동안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추앙 받았던 뉴턴만 하더라도 그가 쓴 연금술 실험 기록들은 50만 단어를 넘는데 이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의 단어 수에 맞먹으며, 중력 이론은 그가 ‘다니엘서’의 숨은 내용을 해독하려고 바친 긴 시간 동안 짬짬이 연구해본 결과물에 불과했다고 전해준다.

이형열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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