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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사외이사제도 대수술 교수 일색 편중구조 확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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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사외이사제도 대수술 교수 일색 편중구조 확 바뀐다

입력
2014.11.20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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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재무 종사 경력 의무화… 임기 1년 단축·타 기관 겸직 불허

임원후보 추천위 신설해야… "경영진 견제 역부족" 지적도

내년부터 교수 일색이던 국내 금융지주사 및 은행들의 사외이사진 구성이 대거 바뀔 것으로 보인다. 또 제조업체 임원을 계열 금융사에 순환 배치하던 대기업그룹의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금융발전심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했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 118개사가 적용 대상으로, 금융위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한 뒤 내달 10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신제윤 위원장은 “최근 일부 사례가 보여주듯 금융사 지배구조 난맥상은 주주가치ㆍ건전경영 위협은 물론 금융시스템 안정과 신뢰까지 훼손할 수 있다”며 모범규준 제정 배경을 밝혔다.

이번 모범규준의 첫 번째 핵심은 은행ㆍ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제도 개선이다. 금융위는 이들이 “전문성은 낮으면서,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고 정면 비판했다.

현재 2년인 사외이사 임기는 앞으로 1년으로 줄어들고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 겸직도 금지된다. 교수가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50%를 차지하는 현행 이사회 구성도 ‘금융, 회계, 재무 분야 등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 보유’를 사외이사 자격으로 의무화해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이사회 내 설치되는 위험관리위원회와 보상위원회에는 금융, 회계, 재무 분야에 종사한 경력을 지닌 사외이사 배치를 의무화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교수는 절대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현재의 편중 구조를 바꾸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이 금융당국의 사퇴 압력에도 버티기로 일관하던 KB금융 사외이사를 겨냥한 성격이 강했던 만큼, 교수 비중이 70%에 달하는 KB금융 사외이사들은 내년 초 임기가 돌아오는 대로 대거 물러날 가능성이 커졌다.

연기금 등 주주에게도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을 주고, 외부 평가기관이 사외이사 활동을 2년마다 평가하도록 권고하는 내용도 규준안에 담겼다. 사외이사 전체 보수만 밝히는 현행 공시 항목도 개인별 공시로 바꿨다. 사외이사들은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경우, 최대 1억원의 ‘임원배상책임’도 져야 한다.

또 다른 핵심은 전 금융사에 걸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신설이다. 앞으로 금융사들은 사내 승계프로그램에 맞춰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이사, 감사, 집행임원 등)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는 임원후보추천위를 이사회 또는 사내 조직으로 신설해야 한다. 후보들의 자격은 각사가 사정에 맞게 정하지만, 공통적으로 ‘금융사의 목표와 업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자격조건으로 명시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이나 카드사 등 대기업 소유 금융계열사에 금융 문외한인 비금융사 임원이 오는 것이 앞으로는 이전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모범규준이 사외이사의 핵심 기능인 경영진 견제 역할을 강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영향력을 배제하고 금융소비자 및 근로자 대표를 포함시키는 등의 사외이사 독립성 제고 방안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임기 보장이 독립성 보호 장치라는 점에서 은행ㆍ은행지주사 사외이사 임기 단축 조치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정치권과 정부 내에서 낙하산 수요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제도만 일부 바꾼다고 해서 지배구조가 개선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금융권 고위 인사는 “실제 사외이사를 전문성이 없는 ‘정피아’ 등 낙하산을 내려 보내겠다는 ‘윗선’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제도 한 두 개를 바꿔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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