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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공노조의 일자리 나누기 제안, 진지하게 논의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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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공노조의 일자리 나누기 제안, 진지하게 논의할 만하다

입력
2017.03.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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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노조가 어느 정도 임금을 삭감하더라도 노동시간을 단축해 고용을 늘리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한쪽에서는 일자리를 못 구해 발을 구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장시간 노동으로 삶이 피폐해진 현실을 생각하면 의미가 큰 제안이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 국면 진입으로 정부나 사용자 모두 입장 제시가 쉽지 않은 형편이지만 치솟은 실업률과 과중노동을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지경이니 논의를 피할 이유가 없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이 내놓은 제안은 시간외 근무를 없애는 등 장시간 노동을 폐지하고 교대제를 개편해 노동시간을 줄이면 노동자들이 일자리와 임금을 나눌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공공노조의 계산으로는 이 경우 5만3,000명을 채용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대기업에 세금을 더 물리고 공기업에 지급하는 경영지원성과급을 축소해 일자리 재원으로 사용하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자는 등의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노동계가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임금 삭감을 수용하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박근혜정부 4년간 일자리 예산으로 52조원이 투입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일자리 창출은 그만큼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게 노동시간 단축이다. 개개인의 노동시간을 줄임으로써 같은 일을 하는 데 더 많은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인데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 이를 통해 고용 문제를 풀어간 전례가 있다.

2월 실업률이 5%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데다 실업자 또한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135만명을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말해 주듯 고용은 최악의 상황이다. 한편으로 노동시간이 2,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에 오른 과중노동 또한 심각한 문제다.

이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 필요성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부도 법정근로시간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그러나 사용자는 총 인건비가 적게 든다는 이유로 신규고용보다 기존 인력의 연장근무를 선호하는 편이다. 시간외수당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선호 또한 여전하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임금 삭감을 수용한들 사용자가 그만큼 고용을 늘릴지 믿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런 입장 차와 불신에 비추어 노동시간 단축의 즉각적 실현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낮은 고용과 장시간 노동의 심각성을 생각할 때 노사와 정부는 이번 제안을 일자리 나누기의 중요한 계기로 삼아 진지한 검토와 논의에 들어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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