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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대한 음주문화 되돌아보게 한 암 예방 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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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대한 음주문화 되돌아보게 한 암 예방 수칙

입력
2016.03.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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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이 ‘암 예방의 날’(21일)을 맞아 개정된 암 예방 수칙을 내놓았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하루 한 잔의 가벼운 음주도 피해라는 것이다. 10년 전 제정된 암 예방 수칙은 ‘술은 하루 2잔 이내로만 마시기’를 명시, 소량의 음주는 허용했다. 보건 당국은 암 예방 수칙을 개정한 데 대해 “하루 한 잔의 알코올 섭취만으로도 특정 암의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해외 학계 보고에 따르면 술을 하루 한 잔만 마셔도 식도암 발생 위험은 30%, 구강인두암 17%, 간암 8%, 대장암 7%, 유방암은 5% 각각 높아진다. 소주 한 잔(50㏄)의 알코올 양은 12g 정도인데, 하루에 알코올 50g을 마시면 안 마시는 사람에 비해 대장암 발생률이 4배, 유방암은 5배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소주 한 잔이 채 안 되는 하루 5~10g만 마셔도 유방암 발생 위험을 15%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사회는 유독 술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회식에 빠짐 없이 참석해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을 사회성이 뛰어난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다. 술이 인간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고 적당히 마시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의 영향이 크다. 물론 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술을 ‘적당히’ 마시기가 결코 쉽지 않다. 알코올은 중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국내 성인의 12.7%가 알코올중독 위험군에 속한다. 지나친 음주는 살인 성폭행 등 강력사건과 교통사고, 청소년 탈선, 가정폭력, 자살 등의 원인이 된다. 음주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도 연간 10조원을 웃돈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은 2014년 암 예방 권고사항 중 ‘남자 2잔, 여자 1잔’으로 소량의 음주를 허용하던 것을 ‘암 예방을 위해 음주하지 말 것’으로 고친 바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도 술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한국인은 알코올 분해효소가 적거나 없는 사람이 많아 술을 마시면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 그만큼 암과 간경변, 뇌 손상, 심장질환의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진다.

우리 음주문화는 이미 국민 건강과 사회 안전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러 있다. 이제 공공장소에서 음주와 주류 판매를 엄격히 제한하는 등의 음주 규제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담배처럼 술 광고의 경고문고를 강화하고 주류에 건강증진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만하다. 술에 관대한 사회풍토부터 바꿔야 한다. 미래세대에 술의 해악을 가르치고 절주(節酒) 캠페인이라도 벌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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