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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보수 분화에 대한 새로운 가설

입력
2017.05.0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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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단일한 집단인가

19대 대선에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후보 지지율의 변동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12월 9일 국회 탄핵가결 이후 30% 대에 진입한 문재인 후보를 상수로 하여 그 대항마가 교체되어 왔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여론변동은 보수 유권자층의 표심에 좌우되어 왔으며, 이들의 지지가 반기문→황교안→안희정→안철수→홍준표 후보로 이동해왔다고 본다. 현재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후보로 보수의 표가 분산되어 있는 조건에서 보수층의 표심이 변동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변수는 결국 세 후보의 단일화 여부로 귀결된다. 이러한 해석에서 주목할 점은 보수층이 여전히 하나의 통합 가능한 동질적 집단이라는 인식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수층이 여론변동의 주역이라는 지적에는 이견이 없지만, 현재의 보수층이 하나의 단일한 집단으로 움직인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만약 보수 유권자층이 단일한 행위자로서 통합 가능한 집단이라면 보수표의 결집을 위해 보수층 스스로 3자 단일화에 대한 요구를 할 법하지 않은가. 그러나 한국일보가 진행해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층에서조차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지지가 과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보수의 분화’ 가설

필자는 최순실 게이트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거치면서 보수층이 이질적 집단으로 분화했고, 그로 인해 보수의 재결집과 단일화에 대한 요구를 억제하고 있다고 본다. 즉 TK, 60대 이상을 중심으로 친박 성향이 강한 “일관된 보수층(consistent conservatives)"과 PK, 비영남, 40ㆍ50대 보수층을 중심으로 대통령 탄핵에 동조하며 새누리당 지지를 철회한 소위 “스윙 보수층(swing conservatives)”으로 분화했다는 것이다. 전자의 집단은 상대적으로 강한 반좌파 이념성향을 보이고, 박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고, 자유한국당 지지를 유지했다. 대선 후보로는 이념적 보수성이 강한 후보를 지지하며 반문 단일화를 지지한다. 반면 스윙 보수층은 이번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에 대해 지지하며, 보수의 혁신 없는 3자 단일화에도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선주자로는 보수정당 바깥에서 지지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양 집단 공통의 기대를 모았던 후보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었지만, 반 전 총장이 사퇴한 이후에는 양 집단의 지지 후보 선택이 분화되어 왔다는 것이 필자의 해석이다. 친박 보수층의 경우 반기문 이후 황교안 총리나 홍준표 후보처럼 보수성 강한 후보에 지지 경로를 택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스윙 보수층은 상대적으로 이념적으로 중도성향이 강한 안희정, 안철수 지지로 이탈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보수의 분화로 인해 전통 보수층의 표는 황교안 총리→안희정 지사→안철수→홍준표 후보로 이전한 것이 아니라 황총리 지지표는 안지사에게 일부만 이전하고 대체로 홍준표 후보로 쏠리고, 반대로 안희정 지사를 지지했던 스윙보수 표는 홍 후보 대신 안철수 후보 지지로 이전하는 다른 경로로 이어졌다.

보수 결집의 조건: 단일화 아닌 자성과 혁신

양 흐름은 선거공학적으로 통합하기에는 이질성이 커 보인다. 필자의 가설이 맞다면 향후 3자 단일화는 남은 선거의 변수가 되기 어렵다. 설사 성사되더라도 표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또한 홍준표 후보의 반좌파 네가티브 전략은 전통적 보수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보수의 자성과 근원적 혁신을 바라는 스윙 보수층의 마음까지 되돌리기에는 버거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9대 대선이 한국 보수의 새로운 재편의 계기가 될지 보수의 재결집의 기회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한울 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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