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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과학 기술자 홀대… 노벨상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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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과학 기술자 홀대… 노벨상 없는 이유

입력
2015.10.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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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2명이 발명한 LTE 기술로 66억원대 이득 얻은 대기업

1명에만 1%인 6300만원 지급

나머지 1명이 "내 단독 발명" 소송… 법원 "2억원 보상하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려면 과학 기술자를 홀대하는 풍토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기업조차 과학 기술자들을 홀대하는 현실이 법원 판결로 드러났다. 올해 일본과 중국은 노벨상 수상자를 냈으나, 우리나라는 다시 제로(0)를 기록했다.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 배준현)는 LG전자 소속 연구원 출신 이모(38)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직무발명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약 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회사 측이 직원들의 4세대 이통통신 시스템(LTE) 관련 특허기술 발명으로 66억원대 이득을 얻고도 발명 보상금을 제대로 안 준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씨는 2005년부터 LG전자 이동통신기술연구소 4G표준화그룹 연구원으로 일하며 선임연구원 안모씨와 함께 LTE 관련 기술을 2008년 발명했다. LG전자는 이씨 등에게서 이 발명에 대한 특허를 받을 권리를 승계 받아 그해 말 특허를 출원했고, 이듬해 특허 등록을 마쳤다. 이 발명은 이동통신 시스템 표준화를 위해 개설된 표준화 기구 ‘3GPP’가 채택한 LTE 국제표준기술로 채택됐다.

2년 뒤 LG전자는 이 특허권 등을 팬택에 95억원에 넘겼는데 이씨 등의 발명 기술은 66억5,000만원의 가치로 산정됐다. 그러나 LG전자는 안씨에게만 보상금 6,300만원만 ‘찔끔’ 지급했다. 발명진흥법 15조 6항은 직무상 발명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발명진흥법 17조는 회사 자체 직무발명심의위원회에서 보상 액수를 정하도록 맡기고 있다.

이에 이씨는“내가 이 발명을 단독으로 완성했다”며 양도대금의 30%인 19억9,500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두 발명자 간 기여도를 50대 50으로 봤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의 기여도를 60%로 인정했다. 안씨가 2007년 연구원들에게 새로운 수학식을 적용한 기술 아이디어를 정리해 보낸 이메일이 이 기술 발명의 계기가 됐지만, 문제점이 보완이 안 돼 미완성이던 것을 이씨가 다른 방식으로 수정·보완한 수학식을 도출해 최종 완성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법원은 이 기술 전체의 가치에서 발명자 2명의 공헌도를 5%로 한정했다. LG전자가 벌어들인 66억5,000만원의 5%인 3억 3,250만원 중 60%인 1억 9,950만원을 이씨 몫으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발명자들이 회사의 각종 설비를 이용하고 다른 연구원들의 조력을 받아 발명에 이르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이 기술은 국제표준으로 채택됐기 때문에 사용 가치가 높아진 것인데 관련 기술이 여러 단계를 거쳐 LTE 국제표준기술로 채택된 과정에는 회사의 기여 부분이 매우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 기업들 절반 이상은 기술을 발명한 직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2년 기준, 특허 출원된 전체 18만8,305건 중 15만1,349건이 법인 소유로 출원됐다. 또 법에 보상을 명시하고 있는데도, 전체 기업 중 43.8%만 직무발명보상을 실시하고 있다.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회사가 적정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아 소송이 많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본 특허법은 직무상 발명으로 생긴 특허권도 발명자 소유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이를 회사로 귀속시키는 방안이 추진되자,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연구로 노벨상을 탄 나카무라 슈지(61)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가 정부 방침을 비판하기도 했다.

법원이 직무발명 기술자의 공헌도를 최대 10%까지 인정한 판례도 있지만 통상 5% 선에서 지급명령을 해 인색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직무관련 보상금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법원들은 공헌도를 적어도 3%에서 아무리 많아도 20%까지만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 법원이 유독 인색하다고 볼 순 없다”고 설명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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