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2~7%대 초라한 성적표
'비정상회담' '히든싱어' 등 앞세운 종편ㆍ케이블 예능은 승승장구
인재는 뺏기고 콘텐츠는 베끼고
매너리즘 빠진 지상파의 자업자득
유재석이 새로 시작한 KBS 예능 프로그램 ‘나는 남자다’의 2회 시청률은 4.2%(이하 닐슨 코리아 제공)다. 첫 회 시청률 5.2%에서 1% 포인트가 떨어진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준수하다. 강호동이 진행하는 MBC ‘별바라기’ 8회 시청률은 2.8%다. MBC가 파일럿으로 방영한 신동엽의 ‘동네 한 바퀴’도 시청률이 3.6%다. 예능 프로그램에 오랜만에 복귀한 이효리의 SBS ‘매직아이’는 4.2%. 제 아무리 스타 진행자를 내세워도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토크쇼의 유일한 희망처럼 남아있던 MBC ‘라디오스타’도 최근 시청률이 6%대를 전전하고 있다. ‘정글의 법칙’의 이지원 PD가 연출하고 SBS가 대규모 투자를 해서 야심차게 시작한 ‘도시의 법칙’은 2.9%의 초라한 시청률로 시즌1을 종영했다. 한다고 해도 시즌1만큼의 투자가 이뤄질 리 만무하기 때문에 시즌2가 애매해졌다. 그나마 강호동과 유재석이 이름값을 한다는 프로그램은 KBS ‘우리 동네 예체능(6%대)’과 KBS ‘해피투게더(7%대)’ 정도지만 시청률이 결코 높지 않다.
지상파 주말 예능 프로그램도 상황이 좋지 않다. 20% 심지어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시절은 향수로만 남았다. 제일 잘 나간다는 KBS ’해피선데이’가 13%대이고 MBC ’일밤’이 11%대로 그 뒤를 따르지만 도토리 키 재기다.
2%에서 7%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지상파 예능은 종편과 케이블 예능에도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JTBC의 ‘비정상회담’은 7회 만에 4%대를 넘어섰고 ‘히든싱어’는 첫 회에 4.3%를 기록했다. tvN의 ‘꽃보다 청춘’은 3회에 5.7%를 달성했다. 비지상파 예능이 지상파 예능을 압도한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을까.
먼저 지상파 인재의 유출을 들 수 있다. KBS ‘해피선데이’에서 활약했던 이명한 PD를 위시해 나영석 PD, 신원호 PD, 신효정 PD가 CJ E&M으로 이적했고 KBS ‘불후의 명곡2’를 연출한 고민구 PD가 뒤를 따랐다. ‘우리동네 예체능’을 연출했던 이예지 PD도 KBS에 사표를 냈다. MBC ‘황금어장’을 연출했던 임정아 PD는 지금 JTBC에서 ‘비정상회담’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인재의 유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지상파의 매너리즘이다. 보편적인 시청자를 갖고 있다는 이점에 취해 새로운 예능 형식을 개발하지 않고 케이블 예능의 지상파 버전만 만든 것이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Mnet ‘슈퍼스타K’가 뜨자 부랴부랴 오디션 프로를 만들고 tvN ‘꽃보다 할배’가 화제를 모으자 ‘마마도’ 같은 실버 예능을 신설한 게 단적인 예다. 예능 트렌드가 바뀌는데도 해왔던 예능을 고집하는 것 또한 지상파 예능 추락의 원인이다. 스타 진행자를 내세운 연예인 토크쇼를 고집하는 점 등이 좋은 사례다.
지상파면 지상파에 맞게 예능 형식의 진화를 꾀해야 하는데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 이후 이렇다 할 예능 트렌드를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 인재가 빠져나가는 조직 시스템의 결함, 그런 유출을 부추기는 콘텐츠 개발의 매너리즘은 지상파 예능의 위기를 부른 가장 큰 이유다. 모바일 같은 기기를 통해 방송사가 아닌 콘텐츠 중심으로 시청 패턴이 바뀌고 있는 요즘, 콘텐츠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상파 예능의 추락은 당연한 귀결처럼 보인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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