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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조퇴ㆍ체육불참 하려면 생리대 검사 맡아야 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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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조퇴ㆍ체육불참 하려면 생리대 검사 맡아야 한대요”

입력
2017.03.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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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사용권리ㆍ바지교복 선택권

서울교육청, 초중고에 안내문

서울 한 고교의 A양은 최근 생리통이 너무 심해 가정 교사에게 생리조퇴를 문의했다. 돌아온 답변은 당혹스러웠다. 교사는 “(착용하고 있는) 생리대를 갈아서 보건 선생님께 검사를 맡아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생리혈이 묻은 생리대를 타인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수치심에 A양은 결국 조퇴를 포기, 교실 책상에 엎드려 계속 생리통을 참아야 했다.

서울의 다른 고교의 B양은 생리 때문에 달리기 등을 해야 하는 체육수업에 참여가 어렵다고 교사에게 말했다. 그러자 교사가 “친구가 함께 화장실에 가서 생리 중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해 불쾌감을 감출 수 없었다. 두 학생이 겪은 일은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에 접수된 상담사례들로 “폐쇄적인 학교 분위기 때문에 생리공결제도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센터에 호소하는 여학생들이 적지 않다.

생리공결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는 외면될 뿐 아니라 이용 과정에서 인권침해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로 도입된 생리공결제도는 월 1회에 한해 생리로 인해 결석을 할 경우 출석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하지만 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생리통으로 결석ㆍ조퇴했는데도 출석이 인정되지 않고 질병 결석ㆍ조퇴로 처리된 학생이 4,111명이나 됐다. 결석ㆍ조퇴가 출석으로 인정된 학생이 2만6,691명이었지만, 전체 학생의 7.0%에 불과했다. 특히 남녀공학 학교에서는 이용률이 4.6%에 불과했다.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한국YMCA가 중고생 1,059명을 조사한 결과 65.2%가 ‘생리공결제도를 모른다’고 답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시 내 전체 초중고에 생리공결제도 사용권리 존중 등이 담긴 ‘여학생 인권 보장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안내문’을 발송했다. 안내문에는 여학생 바지교복 선택권 보장, 성차별적인 용의복장 제한 규정 개선, 교사의 성차별적 언어 표현 방지 등도 포함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초경 연령 하향 추세를 고려해 초등학교에도 생리공결제도 활용을 안내했다”며 “학생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제도를 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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