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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평택 '마스크 도시' 변모… "괜찮다"고만 하는 정부에 극도의 불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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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평택 '마스크 도시' 변모… "괜찮다"고만 하는 정부에 극도의 불신감

입력
2015.06.0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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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아이 데리고 집으로

공립 유치원생 30% 넘게 안 나와

병원 주변 상가 매출 줄어 울상

인근 약국은 마스크 불티 나듯

2일 오후 경기 화성의 시가지는 체감온도가 30도를 넘을 정도로 무더웠지만, 상당수 행인들은 흰색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린 채 종종걸음을 쳤다. 1일 사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인근 A병원에 머물렀다는 소문이 퍼진 탓이었다. 정부가 메르스 발생ㆍ치료 병원을 ‘007 작전’하듯 숨기고 있지만, 길거리서 만난 시민들은 물론 초등생들도 모르는 이가 없었다.

B초교 앞에서 만난 4학년 김모(11)군은 “등교 때부터 메르스를 걱정하던 엄마가 쉬는 시간에 전화를 해 아예 조퇴하라고 말했다”며 “내일부터는 학교에서도 나오지 말라며 ‘휴교’라고 했다”고 말했다.

학부모 박모(38ㆍ여)씨는 “예방법이나 치료법 등 아무런 정보도 없이 괜찮다고만 하는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없느냐”며 아이를 차에 태우고 서둘러 학교를 떠났다. 이날 B초교 정문에는 박씨처럼 아이를 데리러 나온 학부모들이 많았다.

하교를 돕는 교사들도 마스크를 쓰는 등 조심스러운 눈치가 역력했다. 한 교사는 “오늘은 자율적인 조퇴를 허용했고 내일부터는 금요일(5일)까지 아예 휴업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인근 공립유치원의 신발장도 3분의 1 가량이 비어 있었다. 유치원 측은 140여명의 원생 가운데 35%가 넘는 50여명이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기도내 41개 학교와 11개 유치원은 이날 당분간 휴업하기로 결정했다.

A병원 주변 상가는 매출이 줄어 울상이었다. 아예 마스크를 쓰고 손님을 맞는 식당 종업원들도 있었다. 한 식당 주인은 “메르스 환자가 있었던 병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주민은 없을 것”이라며 “평소보다 손님이 20~30%는 준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병원 인근에 있는 한 초등학교가 2일 처음으로 휴업을 선언해 교실이 텅 비어 있다. 수원=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병원 인근에 있는 한 초등학교가 2일 처음으로 휴업을 선언해 교실이 텅 비어 있다. 수원=연합뉴스

반면 이 일대 약국에서는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렸다. C약국은 문을 연 뒤 오전에만 200개가 넘는 마스크를 팔았다고 했다. 약국 관계자는 “겨울철에도 하루 20개가 채 안 나가던 마스크가 수백 개씩 팔리는 걸 보니 다들 불안하긴 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A병원은 마스크를 착용을 안내하는 보안 요원들이 입구를 서성일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병원 문에는 ‘한시적으로 응급실 출입을 제한한다’는 문구가 내걸렸고 앞에는 임시진료소 천막이 설치됐다. 병원 관계자는 “내원 환자와 가족이 안심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했다. 이 병원은 의료진 50여명과 중환자실 환자 13명 등을 격리조치하고 면회객 등 41명에 대해선 역학 조사 중이다.

메르스 첫 감염자가 나온 뒤 지난달 29일부터 자진 폐원 중인 평택 D병원의 사정은 더 처참했다. 의료진과 원무과 직원 270여명 모두에 대해 12일까지 자가격리 조치가 내려진 이 병원은 지난 2월 문을 연 지 3개월여 만에 직격탄을 맞았다. 10일쯤 재개원 하려던 계획도 이번 조치로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병원 입구에 있던 약국과 편의점도 문을 닫았고 그나마 진료가 가능한 지 문의하는 환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완전히 폐쇄되는 건 아니냐”고 걱정했다.

지역사회 불안감을 반영하듯 평택시민사회단체 회원 30여명은 이날 평택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메르스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평택시에 민관합동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보건복지부 장관과 평택시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실태 파악에 나설 것”도 촉구했다.

한편 성남시와 안성시 등 다른 지자체들은 거리응원, 준공식 등 다중이 모이는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구청, 박물관 등지에는 손소독기도 앞다퉈 설치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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