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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던 블랙베리 살린 ‘소프트웨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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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던 블랙베리 살린 ‘소프트웨어의 힘’

입력
2015.12.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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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사업 축소하고 SW 집중

1년 새 기업용 보안SW 업체 5곳 인수

9~11월 매출 약 12% 증가

27개월 만에 증가세로 반전

2000년대 후반 미국, 유럽 직장인들의 필수품은 업무에 최적화된 휴대폰 ‘블랙베리’였다. 하지만 제조사 블랙베리는 애플과 삼성전자 등이 만드는 스마트폰 물결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불과 2, 3년 만에 시장점유율이 1%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와 IBM, 레노버 등이 블랙베리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도 수 차례 돌았다.

그렇게 무너진 블랙베리가 부활을 위해 꺼내 든 카드는 바로 소프트웨어였다. 경쟁력을 잃은 휴대폰 사업을 과감히 축소하는 대신 모든 역량을 소프트웨어에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블랙베리는 과거 보안이 뛰어났던 블랙베리폰의 기술력을 살려 지난 1년여 동안 기업용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를 대거 사들였다. 지난해 9월 모바일용 가상 신원확인 소프트웨어 업체 모버투를 시작으로 시큐스마트, 워치독스, 굿테크놀로지, 앳호크 등 5개 업체를 차례로 인수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가장 큰 경쟁자 중 하나였던 모바일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굿테크놀로지를 4억2,5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블랙베리의 이 같은 전략은 제대로 적중했다. 2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블랙베리는 9~11월 매출이 직전 3개월 대비 약 12% 증가한 5억4,800만달러(약 6,460억원)를 기록했다. 의미있는 것은 27개월 만에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아직 순손실이 8,900만달러에 달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1억4,800만달러 적자에 비해 손실폭이 크게 줄었다. 시장에서는 블랙베리의 부활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부문 수익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9~11월 블랙베리의 소프트웨어 매출은 1억5,400만달러로, 직전 분기 7,800만달러에서 두 배 가까이 수직 상승했다. 존 첸 블랙베리 최고경영자(CEO)는 “9~11월에만 2,713개 기업이 블랙베리 보안 소프트웨어 구매 명단에 추가됐다”며 “최근 인수한 앳호크와 굿 테크놀로지가 실적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여기 그치지 않고 블랙베리는 내년 1월 미국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소프트웨어까지 공개할 계획이다. 이에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블랙베리를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보지 않았다면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사업은 최소한으로 축소했다. 응용 소프트웨어(앱) 부족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독자 운용체제(OS) ‘블랙베리 10’ 대신 지난달 처음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 ‘프리브’를 출시했다. 첸 CEO는 “내년에도 스마트폰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하드웨어 기업들이 소프트웨어에서 새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을 최근 세계적 흐름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올 들어 강화한 모바일 보안 솔루션 ‘녹스’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를 내놓았다”며 “상반기 일본 소니가 5년 만에 흑자전환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쏜 것도 가정용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4’ 등 게임 소프트웨어 수익이 크게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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