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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황 대행, '보수 아이콘' 즐기고 있을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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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황 대행, '보수 아이콘' 즐기고 있을 때인가

입력
2017.02.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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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불투명한 정치행보를 이어 가면서 탄핵 및 대선정국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지지층마저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하차 이후 보수층의 대안으로 꼽혀 온 황 대행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적게는 11%(갤럽), 많게는 19.5%(머니투데이)의 지지를 얻어 야권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대선정국 관리 책임을 진 황 대행은 자신의 출마를 비판하는 여론은 물론, 촉구하는 주장에 일체 반응하지 않으며 선문답 같은 얘기만 늘어놔 무책임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높다.

국회 출석 문제로 야권과 신경전을 벌인 끝에 어제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황 권한대행은 출마여부를 묻는 송영길 민주당 의원에게 "지금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비켜갔다.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 때 "지금은 (출마 등) 그런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또 “지금은 아니라면 나중에는 한다는 것이냐”는 물음에도 "내가 맡고 있는 일이 엄중하다. 이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다른 생각은 없다"고 에둘러갔다. 며칠 전 "(말할) 적당한 때가 있을 것이다"고 한 것보다 되레 물러섰다.

이런 답변으로는 그의 속마음을 알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딱 잘라 출마를 부인하면 정치권의 의구심이나 과민반응을 차단해 국정을 보다 원활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데도 굳이 이런 선택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여럿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 외에 박근혜정부의 일원으로서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전후한 보수층의 결집에 일익을 담당하겠다는 판단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우리가 여러 차례 언급했듯, 그의 대선출마는 어떤 논리를 들이대도 적절하지 않고 책임 차원에서 정당하지도 않다. 본인은 불투명한 행보로 주목도를 높인 결과 지지율이 20%에 육박하는 보수의 아이콘이 됐다고 흥분할지 모른다. 하지만 일시적 지지율에 현혹돼 섣불리 나섰다가 불명예만 뒤집어쓴 여러 사례에서 보듯,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질 이번 대선은 황 대행이 감당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그가 애국심 충만한 절제된 관료로 쌓아 온 명성을 지키려면 당장 주판알 튕기기를 멈추고 지금 여기서 불출마를 공언하는 게 옳다.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이라는 전무후무한 직함으로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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