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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 김정은 걸음걸이로 새삼 주목…술ㆍ육식 즐기면 젊은 나이에도 걸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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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 김정은 걸음걸이로 새삼 주목…술ㆍ육식 즐기면 젊은 나이에도 걸릴 위험

입력
2014.07.1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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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다리를 절며 걷는 것과 관련,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들은 "고도 비만이면서도 음주를 즐겨 통풍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정은이 다리를 절며 걷는 것과 관련,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들은 "고도 비만이면서도 음주를 즐겨 통풍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평양에서 최근 열린 김일성 주석 사망 20주기 중앙추모대회에 모습을 보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걸음걸이가 화제가 됐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단상 가운데 자리에 앉으려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방영했다. 위원장은 오른쪽 다리를 약간 절뚝거리며 20~30보 가량을 걸었다.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서 불편한 보행을 한 것은 처음이다.

국내 의료계에서는 김정은의 파행이 통풍(痛風) 때문에 생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풍은 혈액 내 요산의 농도가 높아져 관절이나 연골 주위에 쌓여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요산은 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퓨린이라는 물질이 인체 내에서 대사를 하고 남은 산물이다.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뜻에서 통풍으로 이름 붙여진 이 질환을 한방에서는 호랑이가 울부짖는 것처럼 통증이 심하다고 해서 ‘백호풍(白虎風)’이라고 부른다.

전재범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김정은의 경우 비만에 술을 즐기고 있어 젊은 나이이지만 통풍에 걸렸을 확률이 높다”며 “김정은이 절뚝거리며 걸었는데 병원을 찾은 통풍환자들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했다.

통풍은 계절질환은 아니지만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면 여름철에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음주로 인해 요산농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북한에 밝은 한 소식통은 “김정은은 지난해 초 평양에서 열린 외국주재대사 공식 만찬에서 만취가 되도록 술을 마시는 등 애주가”라고 했다. 과음으로 인해 김정은의 등장이 늦어져 조선중앙TV의 생중계가 지연되는 일도 있었다.

전문의들은 통풍을 ‘서구화’병이라고 말한다. 패스트푸드, 육식 등을 즐겨 먹으면 체내에 요산이 축적돼 통풍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통풍은 40, 50대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지만 유전적으로 요산배출이 잘 되지 않는 체질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어려서부터 육식 등에 길들어져 있으면 젊은 나이에도 통풍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서구화된 음식에 길들어진 김정은이 유전적으로 요산 배출이 잘 되지 않는 체질을 갖고 있다면 통풍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이다.

김정은이 통풍에 걸릴 확률이 높은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비만이다. 김정은은 2010년 9월 후계자로 공식 추대됐을 때 체중이 90㎏을 유지했지만 매년 체중이 늘어 120㎏까지 증가했다. 전문의들은 “비만이나 과체중일 경우 요산농도가 일반인보다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들이 술을 마시거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이 피곤하면 혈중 내 요산농도가 높아져 통풍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성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전 교수는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이 분비되는 폐경 전까지는 통풍에 걸릴 확률이 낮지만 폐경 후에는 남성들과 같이 통풍에 걸릴 확률이 높다”며 “젊은 여성이라도 육식과 술을 즐길 경우 통풍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통풍은 주로 엄지발가락에 통증이 오는데 엄지발가락에 통증에 있다고 무조건 통풍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며 “퇴행성 관절염도 엄지발가락 통증으로 시작될 수 있고 작은 신발이나 하이힐을 신는 여성의 경우 엄지발가락 뼈가 변형돼 두 번째 발가락 쪽이 휘어지는 ‘무지외반증’일 수 있어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통풍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광훈 동국대일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요산농도를 높이는 술, 육식은 물론 콜라, 사이다 등 과당이 함유된 탄산음료 섭취를 삼가고 야채를 즐겨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처음 통풍이 발병했을 때 약물치료 등을 통해 1주일 정도면 회복할 수 있지만 통풍이 1년에 2번 이상 발병하면 고혈압, 당뇨병처럼 꾸준하게 약을 복용해야 하는 질환인 만큼 평소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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