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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역도 엄윤철 “금메달 못 땄으니 나는 영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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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역도 엄윤철 “금메달 못 땄으니 나는 영웅 아니다”

입력
2016.08.0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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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철이 8일 리우데자네이루 센트루 파빌리온2에서 열린 남자 56kg에서 아쉽게 2위에 그친 뒤 착잡한 표정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엄윤철이 8일 리우데자네이루 센트루 파빌리온2에서 열린 남자 56kg에서 아쉽게 2위에 그친 뒤 착잡한 표정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세계를 든 작은 거인’ 엄윤철(24)이 최룡해(66)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앞에서 올림픽 2연패에 실패했다.

엄윤철은 키151cm, 몸무게 56kg의 작은 체구지만 남자 역도 56kg의 세계 최강자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북한의 영웅으로 등극했고 2013~15년 세계선수권을 3연패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뒤 “계란에 김정은 원수의 사상을 입히면 바위도 깰 수 있다”고 말해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올림픽 2회 연속 우승고지에는 오르지 못했다.

엄윤철은 8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센트루 파빌리온2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역도 56㎏에서 중국의 룽칭취안(25)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그는 인상 134㎏, 용상 169㎏ 합쳐 303㎏으로 올림픽신기록을 세웠지만 곧바로 룽칭취안이 합계 307kg(인상 137kg 용상 170kg)으로 세계신기록(종전 305㎏)을 갈아치우며 정상에 올랐다.

둘은 최고의 명승부를 펼쳤다.

엄윤철은 용상 3차 시기에서 169㎏을 성공한 뒤 두 손을 들고 포효하며 금메달을 확신했다. 하지만 룽칭취안이 마지막 3차 시기에서 거짓말처럼 170㎏을 들어 극적인 뒤집기에 성공하며 세계신기록과 금메달을 한 번에 거머쥐었다.

이날 관중석에는 최룡해 부위원장이 앉아 있었다. 그가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엄윤철이 이번 대회 북한에 첫 금메달을 안겨줄 확실한 후보였기 때문이다. 최 부위원장은 경기시작 30분 전쯤 도착했다. 북한 체육 인사들의 안내를 받아 관계자석에 앉았고 주위에 수행원 4∼5명이 함께 자리했다. 한국 취재진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대신 옆자리 수행원이 “경기에 집중하자”며 질문을 가로 막았다. 잠시 뒤 경기장 안전요원들은 최 부위원장 근처로 한국 취재진이 갈 수 없도록 접근을 막아버렸다.

엄윤철이 은메달에 머물자 최룡해(가운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엄윤철이 은메달에 머물자 최룡해(가운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엄윤철이 바벨을 들 때마다 북한 인사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지만 최 부위원장은 조용히 앉아 미소와 박수만 보냈다. 인상경기가 끝나고 엄윤철의 기록이 룽칭취안에 조금 뒤지자 용상경기가 시작되기 전 10분 휴식시간에 갑자기 북한 코칭스태프가 최 부위원장 자리로 뛰어올라왔다. 최 부위원장이 호출한 것. 코치들은 7~8분 정도 최 부위원장으로부터 한참 이야기를 들은 뒤 내려갔다.

엄윤철이 아쉽게 금메달에 실패하자 최 부위원장과 수행원들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졌다. 시상식도 보지 않은 채 황급히 자리를 떴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나타난 엄윤철은 “저는 오늘 잘 하지 못했습니다”는 말만 남기고 빠져나갔다. 잠시 뒤 메달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공식 기자회견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그는 “경기가 증명했으니까 할 말은 없다. 중국 선수의 금메달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넨 뒤 “금메달을 못 땄으니 저는 영웅이 아닙니다”며 다시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최 부위원장을 언급하자 “금메달을 못 땄으니 그만 하겠습니다”고 손을 내저었다. 리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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