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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익에 도움되지 않았을 반 총장의 방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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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익에 도움되지 않았을 반 총장의 방한 행보

입력
2016.05.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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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6일 간의 숨가쁜 국내 일정을 소화하고 30일 한국을 떠났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보다 내년 대통령 선거 도전 의욕이 눈길을 끈 방한이었다. 반년 이상 임기를 남겨둔 지금 대선 도전 여부로 화제가 된 것은 유엔 사무총장 역할 수행이나 국익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

반 총장은 이한(離韓) 기자회견에서 “방한 중의 활동에 오해가 없기 바란다”며 “개인적인 목적이나 정치적 행보와는 전혀 무관하게 오로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제행사를 주관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잠재적 대선 후보로서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는 인상마저 풍기는 교묘한 화법이다. 방한 첫날 관훈클럽 간담회 등을 통해 반 총장이 언급한 국내문제는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관여했다고는 보기 어려운 내용이다. 예컨대 “남북 분단도 큰 문제지만 (남쪽) 내부에서 분열된 모습을 보여 창피할 때가 많다”거나 “국가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등의 말은 국가 경영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대선 출사표를 던지는 일만 남았다고 보는 이들이 많은 것이 우연이 아니다. 전국을 누빈 반 총장의 일정을 두고서도 “마음은 벌써 뽕밭에 가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4ㆍ13 총선 참패 이후 지리멸렬했던 새누리당이 반 총장의 방한과 대선 출마 의욕 표시 이후 아연 활기를 띠는 것은 물론이고, 여전한 내부 혼란에도 불구하고 지지율까지 오르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대선의 상수(常數)”니 하며 반 총장을 대선 후보로 환대하는 여당의 속셈도 결국 구심력 공백을 메워보자는 것이다.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유엔 사무총장을 끌어들여 당의 혼란을 수습하는 데 활용하려고 해야 할 정도로, 인재도 능력도 없음을 자인하는 셈이어서 안타깝기만 한 여당의 모습이다.

반면 야당은 내년 대선에 미칠 영향력에 사로잡혀 누워서 침 뱉기 수준의 반응까지 보였다. 원내 지도부를 지낸 인사가 반 총장을 두고 “국민이 시궁창에 버리는 이름이 될 것”이라는 폭언을 서슴지 않은 등 신경질적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뒤늦게 사과를 했지만, 수권정당의 자세에 어울리는 품위와 언행의 절제가 아쉬웠다.

무엇보다 방한 기간 반 총장의 언행과 여야의 상반된 관심을, 유엔 내부나 국제사회가 어떻게 보았을지 걱정스럽다. 그의 방한 행보는, 사무총장을 지낸 사람에게는 임기 만료 직후에도 회원국이 정부직을 주거나 당사자가 그런 제의를 수락하지 말도록 권고한 유엔 결의와 정면으로 배치됐다고 볼 수밖에 없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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