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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1++ 등급 폐지 추진에 축산농 시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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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1++ 등급 폐지 추진에 축산농 시름 왜?

입력
2015.10.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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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링 위주 등급 오해 소지"

판정 기준 개선 움직임에

농가 "사육방식 또 바꾸나" 반발

쇠고기의 지방 함유량, 즉 ‘마블링’을 기준으로 하는 ‘1++’ ‘1+’ 등 현행 쇠고기(소 도체) 등급 판정 기준을 바꾸는 문제를 두고 축산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지금까지 마블링 많은 소를 키우는데 역량을 집중해온 축산 농가에 타격이 클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12일 축산업계에 따르면 축산물품질평가원(축평원)은 최근 3차 전문가 협의회를 열고 등급 판정 기준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축평원은 내년 상반기 중에 개선 방안을 발표한 뒤 유예기간을 거쳐 바뀐 등급 기준을 시행할 예정이다. 안용덕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장은 개정 방향에 대해 “마블링이 차지하는 비중을 지금보다 줄이고, 소비자에게 오해를 줄 수 있는 등급표현 방식을 바꾸고, 등급 표시 의무화를 없애는 것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마블링 위주의 현 판정 기준이 마치 쇠고기 등급이 높을수록 품질이 좋은 것처럼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따른 것이다. 현행 쇠고기 육질 등급은 1++부터 1+, 1, 2, 3등급 5개로 나뉘는데, 가장 중요한 판정 기준은 지방 함유량이다. 이런 마블링을 기준으로 일단 예비 등급을 매긴 뒤 고기 색깔이나 조직감, 성숙도 등에서 하자가 있을 경우 등급을 내리는 방식인데, 이 때문에 다른 조건이 우수해도 고기에 지방이 적으면 낮은 등급 판정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투플러스(1++) 등 등급에 대한 명칭 자체가 쇠고기의 가치 평가를 나타내는 듯한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등급이 축산 농가에 마블링 많은 소를 키울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등급이 높은 쇠고기에 수요가 몰리고, 그 결과 높은 등급 쇠고기의 가격이 올라 대다수 축산 농가가 마블링 있는 소를 키우는 데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1989년 등급제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쇠고기의 마블링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해온 축산 농가를 중심으로 등급 개정 방침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쇠고기 등급에서 마블링 비중이 떨어지면 품종 개량 등 지금까지 들여온 노력이 허사가 되는 것은 물론 소득 하락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남 진주시 한우 농가의 한기웅(48)씨는 “지금까지 정부가 축산 농가에 장려금까지 지급하면서 등급제를 따르도록 독려를 해온 결과 농가들이 적잖은 비용을 들여 현재 등급 기준에 최적화된 사육 방식을 만들었는데, 하루 아침에 등급 기준을 바꾸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마블링 높은 쇠고기가 건강에 나쁘다는 우려도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한우협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인 1인당 연간 쇠고기 소비량은 10.3㎏으로 하루 평균 28g 정도인데, 이 소비량을 전부 1++ 한우로 먹더라도 총 지방 섭취량은 5.3g에 그쳐 1일 지방 공급량(79.6g)의 6.7%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축산 농가가 등급 개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친환경 축산을 펼쳐온 농가는 지금까지 기존 등급 제도 때문에 등급 판정에서 다소 불이익을 받았다. 석희진 친환경축산협회장은 “소비자의 건강과 동물 복지 등을 고려하면 등급 기준 개선은 꼭 필요하다”면서 “등급을 개정하면 마블링 비중을 높이기 위해 소를 30~35개월씩 장기 비육하는 관행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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