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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망설임 끝에 고백한 집단 성폭행 진실… 가해 남성 22명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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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망설임 끝에 고백한 집단 성폭행 진실… 가해 남성 22명 검거

입력
2016.06.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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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고교 재학 중 여중생 성폭행 범죄에 가담한 20대 남성 22명이 5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정신적 충격과 후유증에 시달린 피해자들이 집단 성폭행의 진실을 고백하기까지 3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여중생 2명을 동네 야산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특수강간 및 공동협박)로 김모(21)씨 등 남성 3명을 구속하고 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8일 밝혔다. 강간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6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피의자들 중 군 복무중인 12명은 조사를 마친 뒤 군으로 신병을 인계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2011년 9월 초 고교생이었던 김씨 등 5명은 서울 도봉구의 한 골목에서 호기심에 캔맥주를 사먹던 중학생 A양과 B양을 목격했다. 이들은 곧장 “학교에 얘기하겠다”고 협박한 뒤 여학생들의 휴대폰 번호를 알아냈다. 김씨 일당은 엿새 후 두 여중생에게 “안 오면 학교에서 잘리게 해주겠다”고 재차 협박해 오후 9시쯤 동네 뒷산으로 오게 했다. 이들에게 억지로 술을 먹인 김씨 등 4명은 B양을 번갈아 가며 성폭행했다. 자리에 함께 있던 7명은 범행을 하려다 피해자가 저항해 미수에 그쳤다. 8일 뒤 늦은 밤 일당은 다시 두 여학생을 불러냈다. 그 사이 가해자는 22명으로 불어났다. 이날 6명은 똑 같은 수법으로 두 여학생을 성폭행했다. 나머지 옆에서 범행을 지켜봤다.

피해 여학생들은 부모에게도 알리지 못한 채 우울증을 앓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학업까지 중단했다.

묻힐 뻔했던 사건은 경찰이 2012년 8월 다른 사건으로 가해자 3명을 수사하던 중 일부가 당시 범행을 진술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경찰은 곧장 두 여학생에게 연락했지만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에 조사는 불가능했다. 경찰은 두 학생의 회복을 위해 심리상담센터를 소개했고, 3년 간의 심리치료 끝에 올해 3월에야 피해자들은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조사 결과 가해자들은 동네 친구나 선ㆍ후배 사이로 밝혀졌다. 가해자들은 끔찍한 범행에 대한 아무런 죄책감 없이 대학생이나 직장인, 군인으로서 평범하게 생활해 왔다. 일부 가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발뺌하거나 “두 여학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을 몰아세우는 뻔뻔함도 보였다. 가해자 중 한 명은 수사 도중 연락을 끊고 도주했다가 이날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들이 피해 여학생들의 전화번호를 알아내려 노력하는 등 처음부터 성범죄 의도가 강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추가 범행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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