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서화숙의 만남] 터키계 한국인 무슬림 장후세인

알림

[서화숙의 만남] 터키계 한국인 무슬림 장후세인

입력
2011.07.31 11:56
0 0

■ "다른 종교일 뿐인데 틀린 거라고 가르치는 게 문제"

이슬람에 대한 궁금증이나 이슬람 관련 사건이 터지면 어김없이 한국 언론에 등장하는 장후세인(40 •한국이슬람교 중앙회 선교위원)씨. 1994년 국비장학생으로 서울대 국문과 대학원에 유학하면서 한국에 첫발을 디딘 그는 2006년에 귀화를 한 터키계 한국인이다. 원래 이름은 후세인 크르데미리인데 귀화하면서 무슬림(이슬람교 신자) 선배인 덕수 장씨의 성을 따랐다. 정부는 덕수 장씨 대신 한양 장씨로 그의 본관을 정해주었다. 그의 아내는 한국인이자 무슬림인데, 짐작과는 달리 그를 만나기 훨씬 전 미국 유학 중에 이슬람교에 귀의했다. 무슬림이면서 터키계 한국인인 그는 노르웨이 청소년 학살이나 한국인의 외국인혐오증 여부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어떻게 한국어를 공부하게 되었나?

"영화나 만화를 보면서 동양에 대한 호기심이 있던 터라 앙카라대학의 한국어과에 들어갔다. 대학 때 성적이 좋아서 서울대에 유학을 왔고 '현대 한국어와 터키어 어순 비교 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면 지금쯤 터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석사과정 성적도 좋아서 장학금을 받고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중간에 잠깐 6개월 휴학을 하고 터키에 갔다. 그 때 앙카라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케이셀시의 에르지에스대학에 한국어학과가 생겨서 학위를 받으면 교수로 오라는 제안도 받고 돌아왔다. 2000년 겨울인데 이듬해 9•11이 터졌다. 모두 이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틀린 내용이 많았다.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봤더니 이슬람에 대해 정확하게 써놓은 것이 한 권도 없었다. 그래서 영어로 된, 이슬람에 대한 문답책을 번역해서 '이슬람이란 무엇인가'를 펴냈고 이 책이 인기를 끌자 친구들이 이 책 저 책 번역해달라고 계속 들고 왔다. 터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보다 한국에서 이슬람을 바르게 알리는 일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어떤 것을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인가.

"무함마드가 이슬람교를 만들었다고 알고 있는데, 이슬람교는 최초의 인간이자 예언자인 아담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면서 시작된 것이고 기독교 유대교와 뿌리가 같다. 이슬람이 굉장히 폐쇄적인 종교로 알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면서 함께 사는 것은 무슬림들이 이뤘다. 이스탄불이나 예루살렘 다마스커스 카이로 사라예보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신앙을 유지하면서 사는 대도시의 모델은 유럽의 역사에는 없다. 이슬람에서는 '하느님이 한 나라 안에 여러 민족이 살게 하니 이는 서로를 알게 하기 위해서'라는 가르침이 전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유럽에 대해서는 환상을 갖고 있고 이슬람에 대해서는 편견을 갖고 있다. 노르웨이 학살 테러는 유럽신화가 끝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럽신화라면?

"사람들이 유럽은 문명수준이 높고 다문화를 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문명은 십자군 전쟁으로 이슬람이 발명한 것을 가져가서 이룩한 것이다. 세계를 식민지로 만들어온 것이 유럽의 실상이다. 잉카 제국이나 인디언 학살, 아프리카 노예 사례에서 보듯이 다른 문명을 인정하지 않고 몰살해버린다. 지금도 미국과 유럽에서 이슬람이 섞여 살고 있다고 하지만 뉴욕 런던 파리 등에는 모두 빈민가에서 게토처럼 고립되어 살고 있다. 히잡을 못 쓰게 하고 이슬람계 이름이면 취업이 어렵다. 이런 것은 억지스런 동화이지 다양화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유럽 문화의 배타성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지 않는다. 테러사건이 터져서 범인이 무슬림이고 이슬람 국가 출신이면 이슬람 전체가 위험한듯이 연결시키면서 이번 사건의 범인은 유럽인 기독교도인데 유럽 문화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언론은 없다. 이번 사건에도 증거도 기다리지 않고 즉시 알카에다를 연결시킨 것이 유럽의 보수언론이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이슬람권에서는 정신병자인 한 개인이 혼자서 저지른 범행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슬람권에서의 시각은 많이 다른가?

"7월 18일 노르웨이 외무장관이 팔레스타인 정부를 인정하겠다고 밝혔고 우토야 섬의 청소년들이 입은 티셔츠에는 '이스라엘 보이코트'라고 써있었다고 한다. 개인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건물 테러와 청소년 학살을 저지를 수 있을까. 노르웨이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려는 것을 막으려는 세력의 음모일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인도 배타적이라는 자기반성을 하고 있다.

"한국인은 배타적이지 않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사람들이 외국인이라고 손가락질을 해서 내가 뭘 잘못했?기분 나빴다.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인을 알게 되니까 그게 호기심이라는 걸 알게 됐다. 한국인의 문화는 터키 문화와 비슷한 점이 많다. 남자들이 큰소리를 친다. 그건 나를 공격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자기를 좀 알아봐달라는 거다. 그걸 알아봐주면 굉장히 좋아한다. 차가 부딪쳐도 먼저 죄송하다 그러면 그냥 가보라고 한다. 한국에서 택시를 타면 '여자 친구 있냐' 그런다. 한국문화를 모르면 굉장히 무례한 질문이다. 그러나 이건 여자 친구가 있는가를 알고 싶은 게 아니라 친하고 싶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는 말이다. 대학원생 때 늘 가던 식당에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안 먹으니까 꼭 빼달라고 했다. 어느 날 찌개에 숟가락을 넣어보니 돼지고기가 있었다. 이유를 모르면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쁘다. 그런데 식당 아주머니 설명이 너무 귀여웠다. '학생은 힘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은 외국이고 힘드니 꼭 먹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인들은 마음이 순하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한국식으로 비판만 한다면 그건 옳지 않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도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한국식은 다 이해한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너무 바쁘게 살고 이해관계를 따진다. 언젠가 터키 사람이랑 결혼해서 터키에 사는 딸한테 가야 한다는 사람이 짐 싸는 걸 도와달라고 전화를 했다. 밤 11시 반인데도 택시 타고 달려갔다. 짐 싸는 곳이 남아서 현지에 전해줘야 하는 책 5킬로그램도 같이 가져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공항에도 택시 타고 모셔다 드렸다. 그런데 나중에 이 책 5킬로그램이 무거워서 고생했다고 말을 한다. 터키 간 한국인한테 터키차 100그램짜리를 사달라고 했는데, 그거 가져오느라 힘들었다고 그런다. 또 한국인한테 터키 물건을 선물하면 '이거 얼마짜리예요?'하고 묻는다. 비싸지 않으면 고맙지 않다는 뜻인가? 며칠 전 홍수로 사람들이 죽은 것을 보고 눈물이 났다. 그런데 내가 만난 어떤 한국인은 신세계 사장 부인이 부자라서 죽은 것이 슬프지 않다고 했다. 한 인간이 죽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런 것은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외국계로서 차별을 경험한 적은 없는 모양이다.

"이슬람으로서 차별은 겪어봤다. 가족(1남1녀가 있다)이 외출하느라 택시를 탔다. 막내의 유모차를 앞자리에 놓아서 택시가 도착하길래 내가 내리고 큰 애도 막 문으로 다리를 내렸을 때 내가 유모차를 꺼내려는데, 갑자기 택시가 출발을 했다. 억지로 가서 잡았다. 그런데 택시운전사가 사과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 당시 아내는 히잡을 하고 있었다. 택시 안에는 십자가가 있었다. 나는 그 분이 기독교도라서 이슬람교인인 우리 가족을 무시했다고 생각한다. 지하철에서 '예수를 믿으라'고 소리치는 분한테 신문을 읽는 한국분이 '조용히 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여기 사탄이 있다'고 더 큰 소리를 쳤다. 인터넷에 들어가보면 한국에 이슬람 신자가 늘어난다고 위험하다고 하는 보수적인 목사분들의 주장을 볼 수 있다. 다른 종교는 다르다고 가르치지 않고 다른 종교는 틀리다고 가르치는 것은 문제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렇지 않다. 김선일씨 사건이 난 후 가위와 칼을 들고 무슬림을 공격하겠다고 이슬람 성원에 온 사람이 딱 한번 있었지만 그 후에는 그런 일이 전혀 없다. 오히려 이슬람교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겠다는 분들이 매우 많이 찾아온다."

-그러나 터키에서 일어난 독일계 무슬림의 명예살인, 이슬람 국가에서 일어나는 여성할례 등 이슬람에는 그늘이 많다.

"명예살인은 이슬람의 전통이 아니다. 터키 동쪽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인도 시리아 지역에 있는토착문화이다. 이슬람에서 없애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여성할례 역시 이슬람의 전통이 아니라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토착문화이다."

-일부다처제는 이슬람의 문화이다.

"전쟁으로 과부가 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실제로 일부다처를 따르는 사람은 이슬람의 2%도 되지 않는다. 여성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뜻이라 자유분방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일부다처제처럼 이슬람법과 한국법이 충돌하면 당신은 어디를 따를 것인가?

"한국인이므로 한국법을 지킬 것이다."

-스스로 한국인이다 느낄 때는?

"라마단이 시작되면 성원에서는 저녁에 이슬람 국가의 음식을 내놓는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음식은 매워서 먹겠는데 터키 음식은 너무 심심해서 김치와 고추장을 사다가 섞어먹어야 제대로 먹은 것 같다."

인터뷰를 마치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노르웨이 외무장관의 발언은 사실이었다. 또 그가 사건 전날인 20일 우토야 섬의 청소년 캠프를 방문했을 때 청소년들이 '이스라엘 보이코트'라고 쓰인 천을 들고 맞는 사진이 로이터통신으로 전세계에 공개되었다. 당시 청소년캠프의 주제가 중동문제였다. 유럽 언론의 자료에 나오니 배타적인 문명으로만 비판받기에는 억울한 면도 있다. 반면 한국은 시민들은 따뜻한지 몰라도, 이런 내용은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순혈에 대한 맹목보다 정보의 단순화가 한국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서화숙 선임기자 hssu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