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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차가 아니라 일자리 만드는 회사" 역설의 모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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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차가 아니라 일자리 만드는 회사" 역설의 모터쇼

입력
2015.02.0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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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는 일본 차가 아니다’, ‘현대는 차를 만들지 않는다.’

1월30일 워싱턴 시내 ‘월터 E. 컨벤션 센터’. 이 센터 2층과 지하 1층의 총 6만5,000㎡ (1만9,500평) 공간을 빌려 열린 ‘2015년 워싱턴 오토 쇼’에서 현대ㆍ기아차와 도요타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었다. 대신 도요타는 ‘일본이 아니라 미국 차’라고 강조했고, 현대ㆍ기아차는 ‘차가 아니라 미국 경제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회사’라고 역설했다.

일반 관람객으로 붐비는 워싱턴 오토쇼 현대차 부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반 관람객으로 붐비는 워싱턴 오토쇼 현대차 부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치 논리가 지배한 ‘워싱턴 오토쇼’

평일(금요일)이기도 했지만, 지난달 30일 ‘워싱턴 오토 쇼’ 전시장은 디트로이트나 시카고 등 다른 대도시 모터 쇼보다 훨씬 한산했다. 전세계 40개 브랜드가 700여개 차종을 선보인 대형 모터 쇼인데도 관람객이 적은 건 애당초 일반 소비자 대신 미 의회와 연방 정부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케빈 라일리 ‘오토 쇼’회장도 “미 연방정부 수도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자동차 업계와 정책 결정자 사이의 의사소통 기회를 제공하는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도요타와 GM, 포드, 현대ㆍ기아차 등 미국 시장 점유율 상위 6개 업체도 제각기 백악관과 의회를 겨냥해 전시장을 꾸몄다. 가장 공격적 자세를 보인 곳은 한국의 현대ㆍ기아차였다. 지하 1층 전시장 중앙에 부스를 마련한 현대차는 수소 전지연료로 구동하는 투싼 등 6개 차종과 첨단 엔진을 내놓았으나, 경쟁 업체와 확실히 차별화한 것은 미국 경제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는 소개하는 전광판이었다. 관람객들은 ‘미국에 터 잡은 현대’, ‘현대는 차가 아니라 일자리를 만듭니다’ 등 전광판 내용을 읽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현대차는 지난 4년간 소아암 환자 돕기를 통해 인연을 맺은 미국 어린이들의 손자국이 새겨진 싼타페도 전시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 부문에서 도요타는 현대ㆍ기아차를 확실히 압도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공헌을 설명하는 대신, 아예 자신들을 ‘미국 업체’로 포장했다. 부스도 주최측이 ‘국내(National) 업체’에 배정한 2층을 GM, 포드, 피아트ㆍ크라이슬러 등 소위 ‘빅 3’와 함께 차지했다. 2층 전시장의 경비업체 직원은 “미국 업체 전시장 맞나? 그런데 왜 도요타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 업체 전시장이 확실하다. 하지만 왜 도요타가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도요타와 주최측 관계자는 “도요타를 일본 업체로 생각하면 안 된다. 도요타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캠리’가 포드의 ‘F-150 픽업’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워싱터 오토쇼의 한 관람객이 도요타자동차의 수소충전 시스템을 구경하고 있다.
워싱터 오토쇼의 한 관람객이 도요타자동차의 수소충전 시스템을 구경하고 있다.

도요타는 또 참가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즉석 관람객 경품 행사를 여는 등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여론을 얻는데 주력했다.

이 밖에 미국 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와 각축을 벌이는 일본의 혼다와 닛산도 ‘워싱턴 오토 쇼’ 개막 직전(1월21일) 미 의회가 마련한 ‘곳곳에서 만든 미국 차’(Made Across America) 행사에 참가했다. 이 행사는 미국 전역 13개 주의 각 완성차 업체 공장에서 생산된 70종류의 차를 직접 몰고 와, 의회 주차장에서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흥을 다짐하는 내용이었다.

연료전지ㆍ전기차 등 ‘친환경’이 대세

정치논리가 돋보이기는 했으나, ‘워싱턴 오토 쇼’에서도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는 2015년 시판될 신형 모델과 함께 미래 자동차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컨셉트 카’를 대거 선보였다.

첨단 기술 부문에서도 도요타가 두각을 나타냈다. 도요타는 이미 시판에 들어간 수소연료전지 승용차 ‘미라이’와 함께, 수소전지 충전시스템도 공개했다. 또 운전대를 제거하고 대신 운전자 몸동작 만으로 조종이 가능한 미래형 자동차 ‘컨셉트 카’(FV2)를 선보여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도요타 부스의 현지 미국인 직원은 “겉으로는 멋있게 보이지만 아직은 실현된 기술이 아니다”라며 “100년 후에나 실용화가 가능한 게 아닐지 모르겠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업체 GM은 기존 전기차 ‘볼트’를 업그레이드한 버전을 선보였고, 포드는 친환경 차량 ‘에코 부스트’기술을 장착한 다수의 모델을 선보였다. 또 닛산과 혼다는 전기차와 친환경 신형 엔진을 내놓았다. 혼다 관계자는 “차세대 연료전지차인 FCV의 경우 한 번 충전으로 300마일(480㎞)을 주행할 수 있으며, 5분 안에 충전이 이뤄진다”고 소개했다.

현대는 수소연료 엔진이 장착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을 3년간 리스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수소연료 차량의 리스를 시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리스료는 매월 499달러(55만원) 이다.

기아차는 사각형 차체의 ‘박스 카’로 호평을 받은 소울에 전기 모터를 장착한 ‘소울 EV’를 내놨다. 이 차는 1회 충전으로 최대 150㎞를 주행하는 성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부자 마케팅’

벤츠, BMW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자신들이 만든 비싼 차를 살 경제적 능력이 있는 부유층 공략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전시 내용도 미국 경제에 대한 공헌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찾을 수 없었고, 친환경ㆍ첨단 기술을 애써 강조하지도 않았다.

벤츠는 S클래스에서 E클래스, C클래스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2015년 신형 모델을 공개했다. BMW와 아우디도 올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신형 모델을 내놓았고,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 역시 부자 마케팅이 집중했다. 형님 브랜드인 도요타와는 달리 ‘수입차 업체’전시 공간인 지하1층에 자리잡은 렉서스는 대당 가격이 최소 5만달러(5,500만원)인 ‘뉴 RC’와 ‘뉴 RX’모델을 선보였다.

한때 스웨덴의 자존심으로 불리었으나, 중국 지리차에게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된 볼보는 다른 부스에 비해 관람객의 관심이 눈에 띄게 낮았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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