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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ㆍ묵인ㆍ공모… 朴에 어떤 표현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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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ㆍ묵인ㆍ공모… 朴에 어떤 표현 쓸까

입력
2016.11.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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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 쓰이면 朴대통령은 피의자

물증·진술서 함께 제출이 변수

조사 대비 朴측에 ‘패’ 노출 위험

崔·安 뇌물죄 적용 여부도 관심

검찰이 최순실(60)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3명을 20일 구속기소할 예정인 가운데, 이들 3명의 공소장 내용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핵심 3인방의 범죄 혐의 가운데 수사로 입증된 객관적 사실, 다시 말해 비선실세 라인의 국정농단 행태가 구체적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 나아가 특검 수사 방향까지도 가늠해 보는 이정표가 될 수도 있어 수사팀은 주말 내내 공소장 작성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최대 관심사는 역시 박 대통령 관련 내용이다. 검찰로서는 파악된 박 대통령의 범죄 연루 정도를 어느 정도까지 기재할지 막판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일단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등장할 수밖에 없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강제모금’ 의혹과 관련,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했다. 공무원에게만 적용 가능한 직권남용죄를 최씨에게도 적용했다는 건 두 사람을 공범관계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에 대해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고, 안 전 수석의 다이어리에선 두 재단 관련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빼곡히 적혀 있다. 두 사람의 연결고리에서 박 대통령이 빠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표현’이다. 검찰은 현재 두 사람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와 “박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려”, “박 대통령의 묵인 하에” 등의 표현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박 대통령 입장에선 차후 ‘두 재단의 정상적인 운영과 관련한 지시를 내렸을 뿐, 불법적인 행위를 하라는 뜻은 아니었다’는 식으로 소명할 여지가 생긴다.

때문에 검찰은 “박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곧 박 대통령도 ‘피의자’임을 명확히 밝히는 문구를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이 같이 과감한 결단을 내리면 검찰로선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도 피해갈 수 있다. 하지만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공소장과 함께 대통령의 공모사실을 입증할 물증이나 진술서 등도 함께 제출해야 하므로, 아직 검찰 조사도 받지 않은 박 대통령 측에 ‘패’가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 수사기밀을 유지하느냐, 검찰도 할 만큼 했다는 점을 강조하느냐를 놓고 어려운 선택이 되고 있다.

최씨와 안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 혐의만 적용했던 구속 단계와는 달리, 뇌물수수 또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할지 여부에도 눈길이 쏠린다. 법리적으로만 보자면 대기업들에서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을 받아낸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죄와 뇌물죄를 동시에 묻기는 불가능하다. 해당 출연금을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한 결과’(직권남용)로도, ‘금품 공여 의사에 따른 결과’(뇌물)로도 보는 것은 상호 모순이어서다. 한 검찰 간부는 “개별 기업별로 출연금의 구체적 성격을 나누어 볼 때에만, 직권남용 및 뇌물수수죄로 기소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인인 최씨에게 청와대 내부 문건이 흘러 들어간 전모도 정 전 비서관 공소장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검찰은 앞서 박 대통령이 “연설문 등에서 최씨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라고 시인한 만큼, 정 전 비서관의 공무상 비밀누설죄와 관련해선 ‘박 대통령 지시’ 문구를 사용키로 방침을 정했다. 따라서 그보다는 최씨에게 과연 얼마나 많은, 어떠한 종류의 청와대 기밀 문건들이 정확히 언제까지 실시간 제공됐는지가 핵심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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