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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줄줄이 파행ㆍ공전... 집권세력 정치력이 고작 이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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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줄줄이 파행ㆍ공전... 집권세력 정치력이 고작 이 정도인가

입력
2017.12.27 19:5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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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민주당 등 여권이 개헌 문제 등으로 얽힌 연말 정국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해 그 후유증이 내년 국정운영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청와대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 방문을 둘러싼 논란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부적절한 해명을 거듭해 의혹의 진원지가 됐다. 민주당 역시 재량권 부족과 여소야대의 한계에 갇혀 개헌일정 및 민생법안 처리 등에서 집권당의 정치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무기력은 야당과의 전선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민주노총이 비싼 청구서를 들고 당사를 기습 점거한 데서 보듯 노동계와도 파열음을 내고 있으며, 정책을 둘러싼 내부 혼선이나 정부와의 마찰 또한 결코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집권당의 책임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무임승차하듯 청와대에 얹혀 온 결과다.

물론 여권으로서는 자유한국당이 대선과정에서 철떡 같이 '지방선거ㆍ개헌투표 동시 실시'를 약속하고도 이제 와서 '문재인 개헌 음모' 운운하며 어깃장을 놓는 게 황당할 만하다. 한국당은 정권 심판론 희석 등을 약속 파기의 이유로 거론하지만, 이 대목에서는 입이 열 개라도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따라서 한국당도 개헌특위 연장과 연내 개헌을 주장하려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새 개헌 로드맵을 먼저 내놔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변칙적 야당을 상대로 집권당의 정치력을 보여 줘야 할 민주당의 경직된 자세다. 개헌이든 개혁ㆍ민생 입법이든, 한국당의 협력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작금의 정치구도다. 민주당이 다양한 재량권을 갖고 최선이 어려우면 차선, 차차선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껏 청와대가 이끄는 개혁 드라이브의 뒤치다꺼리에 익숙한 탓에 민주당은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잃어버린 학생' 같다. 외부세력이 당사를 점거한 지 일주일이 넘도록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야당의 비아냥을 들으며 정부와 정책 입씨름을 벌이는가 하면, 야당과의 협상 카드를 고심하기보다 '네탓 공방'에 힘을 쏟는 게 여당의 현주소다.

청와대도 여당의 무기력과 민생국회 공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때는 파행인사 논란으로, 지금은 임 실장의 UAE 방문 의혹으로 한국당 등 야당에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고 민주당의 역할과 입지를 좁혔으니 말이다. 청와대의 옹색한 말 바꾸기로 UAE 의혹이 '진실게임'처럼 된 이상, '국익과 외교'를 앞세워 어설프게 대응하는 게 다가 아니다. 청와대가 매사 당당해야 집권당의 힘도 생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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