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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 대화 물꼬 막아버린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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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 대화 물꼬 막아버린 민주노총

입력
2017.10.24 21: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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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노동계 간담회 불참

산별노조 개별 접촉 문제 삼고

“노사정위원장 배석 부적절” 주장

한노총은 노사정위 복귀 가능성

文 “노사정위 출발 땐 당연히 참여”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주영(오른쪽 두번째) 한국노총 위원장, 김영주(오른쪽 세번째)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등 노동계 인사들을 초청한 만찬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날 초청 절차를 문제 삼으며 불참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주영(오른쪽 두번째) 한국노총 위원장, 김영주(오른쪽 세번째)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등 노동계 인사들을 초청한 만찬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날 초청 절차를 문제 삼으며 불참했다. 연합뉴스

노동계 초청 행사로 노정 관계 회복을 시도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계획이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어그러지게 됐다. 민노총은 초청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불참 이유로 내세웠지만 관계 회복을 위한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는 점에서 노동계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친(親)노동 행보에도 불구하고 노정관계의 꼬인 실타래는 쉽게 풀리지 않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민노총은 24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대해 노정교섭 복원이라는 큰 방향 아래 참여 준비를 했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형식적인 이벤트로 만들려고 한다”며 “민노총을 존중하지 않은 청와대의 일방적 진행에 따라 불가피하게 간담회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노총은 본부와 상의 없이 소속 일부 산별노조 등을 개별 접촉해 만찬에 초대한 점을 불참 이유로 제시한 뒤, “대화의 상대인 민노총을 존중하지 않고 민노총의 조직체계와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이날 행사에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배석하기로 한 것 역시 1999년 이후 18년째 노사정위에 불참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5시30분 청와대 본관에서 환담과 만찬 형식으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노동계의 회동은 한국노총 지도부와 소속 5개 산별 노조 대표, 청년유니온 등 미가맹 노조 대표 등만 참석한 반쪽 짜리 회동으로 전락했다. 초청을 받은 민노총 산별노조 중에서는 영화산업노조만 유일하게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노동계와 함께하고 협력을 얻어야만 노동이 존중 받는 사회라는 국정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고, 노동계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협력하고 또 대통령을 설득해내야 노동계가 꿈꾸는 세상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으로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 가능성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환담 자리에서 “오늘 노동계와의 대화가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해 제안한 8자 회의의 취지를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 한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노사정위가 잘 출발해서 진행되는 데 필요하다면 당연히 참석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날 민노총의 불참을 두고 비판적인 시각이 쏟아졌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한국노총 한 간부는 “내부에서 일부 노조만 참석하는 것에 대해 한노총 역시 반발의 목소리가 있기는 했지만 일단 행사에 참석해 대통령께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라며 “대의를 가지고 노동계 요구를 함께 전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민노총 본부의 불참 선언에도 불구하고 소속 산별노조인 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이 참석한 것을 두고 민노총 내부에서도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이번 대화가 노정 교섭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를 스스로 걷어 찬 것은 지나치게 정치적인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12월 지도부 선거를 앞둔 민노총이 정부를 압박하는 태도를 보여주며 내부 선거 전략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현 지도부가 전교조ㆍ공무원 노조 합법화나 한상균 위원장 석방,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등을 정권 초에 얻어내기 위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정교섭을 외치면서 형식적인 명분을 내걸고 대화의 기회를 거부한 것은 민노총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행위”라며 “민주노총에 대해 중립적이거나 우호적인 시각을 갖던 사람들도 돌아서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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