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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사 자살, 강압적 상명하복 관행 바로잡는 계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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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사 자살, 강압적 상명하복 관행 바로잡는 계기돼야

입력
2016.06.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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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 검사 자살 사건의 파장이 법조계 안팎으로 번지고 있다. 김 검사의 아버지는 대검과 청와대에 “아들이 직속상관인 부장검사의 일상적 폭언과 인격모독에 시달렸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을 주축으로, 검찰 내부의 강압적인 문화를 공론화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사건 초기 개인적 문제로 치부됐던 김 검사의 죽음이 상관의 언어폭력에 의해 희생된 사건으로 비화한 것이다.

상관의 폭언이 자살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김 검사가 생전에 친구들에게 토로한 말에서 인간적 모멸감에 괴로워한 사실이 드러난다. 그는 “부장검사에게 매일 욕을 먹으니 자살 충동이 든다”“동료 결혼식장에서 술 먹을 방을 구해오라고 다그쳐 어렵다고 했더니 (부장검사가) 계속 욕을 했다”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자살 원인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에 그런 폭언과 모욕이 상존한다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일이다. 인권을 다루는 조직에서 인권을 무시하는 행태가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몰상식하다.

‘무죄 구형’으로 잘 알려진 의정부지검의 임은정 검사도 김 검사 자살에 소회를 밝히면서 “스폰서 달고 질펀하게 놀던 간부가 나를 부장에게 꼬리치다가 뒤통수를 치는 꽃뱀 같은 여검사라고 욕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1993년 부산지검의 젊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2011년 대전지검 검사 자살도 상관에게서 받은 인간적 모멸감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내부에 일상적 폭언과 비상식적 인격모독이 만연해있다는 증거다.

이런 전근대적 문화가 남아있는 배경에는 비뚤어진 상명하복 관행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검찰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는 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사건 처리 과정에서 상사의 독단적 의견이 반영되는 등의 문제도 많다. 게다가 업무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영역에까지 확대돼 검찰 조직을 병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검찰 고위 간부들도 이런 행태를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는 점이다. 검찰 조직 전체가 뿌리에서부터 곪아 있다는 것을 자신들만 모르는 셈이다.

왜곡된 상명하복 문화는 검찰 조직을 위기에 빠뜨린다. 법조계의 고질적 전관예우 관행도 이런 그릇된 풍토에서 비롯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검찰 내부의 빗나간 상명하복과 기수문화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진상 조사를 사건이 발생한 남부지검이 아닌 대검에 맡기는 게 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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