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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직적 감찰 방해는 외면하고 유출만 문제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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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직적 감찰 방해는 외면하고 유출만 문제삼나

입력
2016.08.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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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방해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런 내용은 이 특별감찰관이 한 언론사 기자와 나눈 대화가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자신들의 조직적 감찰 방해는 외면한 채 이 특별감찰관이 이런 사실을 언론에 토로한 경위만 문제삼고 있다. 본말이 전도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언론에 공개된 발언록을 보면 이 특별감찰관은 “경찰에 자료를 달라고 하면 하늘 쳐다보고 딴소리한다. 민정에서 목을 비틀어 놨는지 꼼짝도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장남의 보직 특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경찰에 자료 제출과 관계자 출석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심지어 우 수석 일가가 가족회사인 ㈜정강이 리스한 외제차를 사적 용도로 쓴 혐의에 대한 조사도 리스회사 쪽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 특별감찰관은 “(민정이) 벌써 여러 군데 손썼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방해가 사실이라면 이는 특별감찰관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로 묵과할 수 없다. 국가기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특별감찰관의 자료 제출이나 출석 요구에 응하도록 돼 있고, 이를 방해하면 처벌을 받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은 19일 이번 사태의 본질인 우 수석의 비리 혐의나 청와대의 조직적 감찰 방해는 언급하지 않고 ‘감찰 내용 유출’만을 집중 거론했다. 이 특별감찰관을 흔들어 감찰 결과를 부정하려는 뜻이 뚜렷해 보인다.

물론 이 특별감찰관이 기자에게 감찰 상황을 언급하고 그 내용이 다른 언론사에 보도된 과정은 여러모로 석연찮다. 기자와의 대화가 현직 민정수석을 대상으로 하는 감찰의 어려움과 조사 방해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는 대목이 대부분이지만 감찰 내용 누설을 금지한 특감법 위반 여부는 규명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가 우 수석에 대한 범죄 혐의 포착을 ‘없던 일’쯤으로 돌리거나 민정수석실의 감찰 방해 행위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 주장대로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 결과 유출 규명이 중요하다면 특별감찰관과 기자와의 대화 내용이 다른 언론에 건네진 경위도 그에 못지않게 철저히 밝혀야 한다. 그 과정에 항간의 의혹처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개입이나 국가기관의 해킹이 있었다면 정권 차원의 스캔들로 번질 소지도 있다. 참모 한 명 지키려고, 스스로 임명한 특별감찰관을 부정하는 무리수에 매달리다가는 민심이 송두리째 떠날 수 있음을 청와대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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