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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운전 꼼짝마” 자전거도 블랙박스 시대

입력
2016.01.1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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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carius_kim 계정에 올라온 자동차 역주행 고발 사진. 자전거용 블랙박스로 찍었다.
인스타그램 @carius_kim 계정에 올라온 자동차 역주행 고발 사진. 자전거용 블랙박스로 찍었다.

“갑자기 끼어든 것 모두 찍었다고 말했더니 운전기사가 깜짝 놀라더라고요. 자전거에도 블랙박스가 있는지 몰랐던 거예요.”

자전거 동호인 조찬희(29)씨는 지난해 초부터 자전거용 블랙박스 덕을 톡톡히 봤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려고 초소형 캠코더(액션캠)를 핸들에 달았는데, 이게 일상생활에서 마주친 난폭운전을 신고하기에 그만이었다. 벌써 두 차례 위협운전 영상을 국민신문고에 올렸다. 조씨는 “난폭운전은 말로 없어지지 않는다”며 “(자전거 블랙박스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신고해 경각심을 불어넣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블랙박스 장착한 자전거들

블랙박스로 무장한 자전거가 늘고 있다. 자전거 붐과 함께 사고 역시 빠르게 증가하면서 액션캠을 블랙박스로 이용하는 자전거족이 많다. 액션캠 가격이 웬만한 제품은 7만~8만원이면 구할 정도로 떨어진 점도 블랙박스 보급을 부채질한다. 액션캠은 대개 1회 배터리 충전으로 2시간 안팎 촬영이 가능해 시내 주행을 기록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실제로 사고를 경험한 뒤 블랙박스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하는 자전거족이 적지 않다. 강변 자전거도로처럼 목격자나 폐쇄회로(CC)TV가 드문 곳에서 사고가 날 경우, 책임 가리기가 더 어렵다. 보행자나 자전거와 부딪혔을 때 수습하느라 몇 달씩 고생했다는 하소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올라온다. 안장에 후방 카메라를 장착한 사람도 더러 있다. 6년차 동호인 최준엽씨 역시 취업하고 혼자 자전거 타는 시간이 늘면서 지난해 액션캠을 구입했다. 최씨는 “주변에서 상대의 과실을 증명하지 못해 고생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혼자 달릴 때는 꼭 블랙박스를 이용한다”고 전했다.

인스타그램에 #자전거블박 태그를 달고 게시된 다양한 블랙박스 사진.
인스타그램에 #자전거블박 태그를 달고 게시된 다양한 블랙박스 사진.

자전거용 블랙박스는 위협운전 신고에 널리 쓰인다. 자전거가 도로에서 위협운전을 당하는 사례가 잦으니 직접 채증에 나선 것. 일종의 사고 예방 활동인 셈이다.

실제로 ‘자출사’ 등 대형 자전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동차의 위협운전을 고발하는 동영상이 자주 올라온다. 택시나 버스가 자전거를 인도로 밀어붙이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경적을 울리는 사례가 많다. 지난해 5월에는 수원시에서 자전거가 위협운전 차량을 쫓아가 사과를 받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역주행 등 자전거의 난폭운전도 고발

커뮤니티 영상 공개는 단지 자동차 운전자를 비난하고 감정을 소비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자전거 이용자끼리 자동차가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 토론하는 경우가 흔하다. 예컨대 고속버스가 자전거 행렬에 바싹 붙어 달리는 영상에는 “버스는 시야가 좁다”거나 “자전거를 발견해도 덩치 탓에 급히 차선을 바꾸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달렸다.

고발 대상은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역주행 등을 일삼는 무법 자전거 역시 비판 무대의 단골 손님이다. 현행법이 자전거와 자동차를 차도에서 함께 달리도록 규정한 만큼, 자전거 역시 도로교통법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전거도 차’라는 개념이 덜 알려져 있어 자기 편한 대로 자전거를 운전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의 영상을 공유하면서 자전거 운전자 스스로 자정의식을 높이기도 한다.

지난해 여름 국내 최대 온라인 자전거 커뮤니티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에 올라온 역주행 자전거 고발 영상. 앞선 자전거가 급히 추월하면서 좁은 공간에서 차선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해 여름 국내 최대 온라인 자전거 커뮤니티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에 올라온 역주행 자전거 고발 영상. 앞선 자전거가 급히 추월하면서 좁은 공간에서 차선을 넘나들고 있다.

‘자전거 타기는 돈이 많이 드는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전거 블랙박스 이용자들은 굳이 값비싼 고성능 액션캠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740P 정도의 저화질, 초당 30프레임 녹화만 지원하는 제품으로도 주변 상황을 충분히 담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조금이라도 오래 영상을 기록하기 위해선 배터리 용량이 큰 제품이 좋다. 외장 배터리가 있지만 제법 무겁다. 또 먼저 저장된 영상을 별다른 조작 없이 새 영상으로 덮어씌워 저장하는 ‘루프 촬영’ 기능이 있는 제품이 편리하다.

●YTN에 소개된 위협운전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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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기자 kimon8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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