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사설] 황 총리의 착잡한 ‘성주 봉변’, 자초한 측면 있어

알림

[사설] 황 총리의 착잡한 ‘성주 봉변’, 자초한 측면 있어

입력
2016.07.15 20:00
0 0

황교안 총리와 한민구 국방부장관 등이 15일 사드 성주 지역 배치 관련 주민설명회를 갖기 위해 성주군을 찾았다가 성난 주민들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설명회 장소인 성주군 청사 마당 등에 모여있던 주민 3,000여명은 이날 오전 황 총리 일행이 청사에 들어서자마자 날계란과 물병 등을 던졌다. 황 총리가 “사드 배치를 미리 말씀 드리지 못해 송구하다”고 밝히고 사드 배치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동안에도 고함ㆍ욕설과 함께 물과 소금, 날계란 등이 날아들었다.

황 총리에 이어 한 장관이 설명에 나서자 항의는 더욱 거세졌고 일부 주민들은 연단 쪽으로 뛰어들려고 해 경호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사태가 격화하자 황 총리 일행은 서둘러 설명회를 끝내고 청사를 빠져 나와 미니 버스에 올랐으나 주민들이 에워 싸는 바람에 6시간 30분 만에 가까스로 현장을 빠져 나왔다. 주민들은 한때 트랙터 등 농기계를 동원해 버스를 가로막아 험악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사드 배치를 통보 받은 성주 군민들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성주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격화일로에 있는 사드 배치 갈등에 비춰 우리 사회가 얼마나 큰 비용을 치를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부안 방폐장 사태와 제주 해군기지, 창원 송전탑 건설 갈등과 같은 혼란을 또다시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극심한 혼란을 유발하는 감정적 대응으로는 사드 배치 문제를 결코 풀 수 없다는 점이다. 이성적 판단과 차분한 대화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아울러 주민 반발을 부추겼을 ‘전자파 괴담’ 등의 무책임한 유포도 걸러져 마땅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정부의 안이한 태도와 접근 방식이다. 비밀을 요한다는 이유로 사전에 각계의 의견 수렴과 설득은 물론이고 해당 지역인 성주 군민들을 납득시키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군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데 총리와 국방장관이 치밀한 준비 없이 다짜고짜 직접 찾아가 설득하겠다는 무신경과 무모함도 놀랍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하지만 총리가 무작정 성난 주민들 앞에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날의 혼란 사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접근을 달리했어야 했다. 준비 없이 안이하게 나섰다가 오히려 사태를 훨씬 악화시킨 꼴이 됐다. 주민의견 경청과 소통은 필수적이지만 문제는 그 방법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