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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러츠빌 사태 이후 '복수의 전진기지'되는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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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러츠빌 사태 이후 '복수의 전진기지'되는 캠퍼스

입력
2017.10.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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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물, 출판활동 등 전방위적 공세

지난 8월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로 한 명이 사망했고 19명이 부상했다. AP 연합뉴스
지난 8월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로 한 명이 사망했고 19명이 부상했다. AP 연합뉴스

지난 8월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폭력사태 이후 대학 캠퍼스 내에서 백인우월주의 선전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종주의를 둘러싼 전선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샬러츠빌 폭력사태는 지난 8월 남북전쟁의 남부연합 영웅으로 기억되는 로버트 E.리 장군 동상 철거에 대한 항의 시위를 하는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철거를 주장하는 시위자들이 충돌하며 발생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달 미국 최대의 유대인 차별 반대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의 조사를 인용, 샬러츠빌 폭력사태 이후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캠퍼스를 ‘복수의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ADL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아이덴티티 에브로파(IEㆍIdentity Evropa)’가 캠퍼스 내 백인우월주의 선전물을 붙이며 대학생들의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캠퍼스 내에서 백인우월주의를 선전하는 일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그 숫자가 급증했다. 2016년 1~4월 37개주 131개 대학에서 발견된 백인우월주의 선전 사례는 9건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115건이 발견돼, 약 13배 증가했다. 선전물도 이전보다 더 정교하게 제작한다. 예를들면 IE는 20세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포스터 몇 개를 선정한 뒤 이를 변용해 선전물로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이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인한 미국 여성노동자의 모습을 상징한 유명한‘리벳공(工) 로지’포스터 속 “우린 할 수 있다(We can do it)!”라는 문구를 “백인인 걸 사과할 이유는 없다!”로 수정해 캠퍼스에 게시하고 있다.

미국 여성 노동자의 강인함을 상징한 리벳공 로지 포스터의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백인인걸 사과할 이유는 없다’로 바꾼 포스터. 뉴스위크 홈페이지 캡처
미국 여성 노동자의 강인함을 상징한 리벳공 로지 포스터의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백인인걸 사과할 이유는 없다’로 바꾼 포스터. 뉴스위크 홈페이지 캡처

IE는 출판을 통한 선전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극우성향 출판사인‘아르크토스 미디어’의 출간 도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식이다. 이탈리아 전통주의 철학자 줄리아 에볼라의 ‘우파 관점에서 본 파시즘’(2013)과 같은 책이다. 1922년부터 1945년까지 이탈리아의 파시즘을 분석한 이 책에서 에볼라는 파시즘이 유럽의 지배 구조, 특히 고대 로마 전통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를 옹호한다. ADL의 선임연구원인 마릴린 메이요는 “IE는 이제 단순한 선전물을 제작하는데 그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은 많은 학생들이 책을 통해 백인우월주의를 접하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그들이 신념을 다시 구축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 내에서 진보주의 이외에 다른 성향을 가진 구성원들은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불평도 나온다. 미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오레건주 포틀랜드의 리드 칼리지에서는 진보적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부 학생과 교수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리드 칼리지는 미국 입시정보기관인 프린스턴 리뷰가 선정한 ‘미국 내에서 가장 진보적 성향의 대학’으로 뽑힌 학교다. 이 학교에서는 교양수업이 ‘유럽중심주의’라며 수업을 거부하는 신입생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강단 앞에서 침묵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항의 시위는 비단 수업뿐만이 아니다. 남자로 살고 싶어하다가 사회적 편견에 부딪혀 살해당한 소녀의 실화를 그린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1999)를 제작한 킴벌리 피어스 감독이 얼마 전 리드 칼리지에 강연 차 방문했는데, 성소수자 배역에 이성애자인 힐러리 스웽크를 캐스팅했다는 이유로 많은 학생들의 뭇매를 맞았다. 강연에 참가한 한 학생은 “질의응답 시간이 아니라, 마치 법정에서 심문을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캠퍼스 내 반복되는 시위로 정상 수업이 어려워지자 한 교수는 수업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함께 강의실을 나와 나무 아래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박혜인 인턴기자(중앙대 정치국제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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