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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대국 국민을 인질로 삼는 북한의 야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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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대국 국민을 인질로 삼는 북한의 야만성

입력
2017.03.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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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당국의 김정남 독살 사건 수사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해 온 북한이 급기야 자국 내 말레이시아 국민의 출국을 금지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북한은 그제 “말레이시아 공민들의 출국을 임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을 주조(주북한) 말레이시아 대사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당국을 압박하기 위해 자국 내 말레이시아 국민을 ‘인질’로 잡아두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적 분쟁을 이유로 자국에 체류하는 상대국 국민을 억류하는 것은 전시에도 보기 힘든 야만적 행위다. 상대국 외교관을 추방하거나 기피 인물로 지정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말레이시아 문화부장관의 말처럼 북한이‘깡패 국가’임을 자인하는 것일 뿐이다. 말레이시아에서 국제사회가 금지한 맹독성 신경가스를 암살 수단으로 사용하는 만행을 저지르고도 되레 이런 협박을 하는 북한의 적반하장에 어이가 없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즉각 맞대응하고 나서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이던 나집 라작 총리는 급거 귀국, 국가안보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북한 내 말레이인의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말레이 내 북한인’의 출국을 금지하라”고 지시했다. 나집 총리가 국가안보 긴급회의를 연 것은 2009년 취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쿠알라룸푸르 북한 대사관 정문에 저지선을 치고 주변도로를 차단하는 등 대사관 출입을 전면 봉쇄한 데 이어 북한 국적자들의 출국을 막기 위해 태국과의 국경 경비를 강화했다. 8일에는 말레이시아 내 북한 근로자 37명을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10일 열리는 내각회의에서 북한과의 단교까지 거론될 것이라고 한다.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 직원들이 문서를 파기하고 국기를 내렸다는 보도도 나와 대사관 철수가 임박한 듯한 분위기다.

평양에 체류 중인 말레이시아 국민은 대사관 직원과 가족, 유엔 관계자 등 11명에 불과하다. 반면 말레이시아에 있는 북한 주민은 대부분이 탄광, 건설 현장, 식당 등에서 일하는 외화벌이 근로자로 1,000여명에 달한다. 경제적으로 북한에 득이 될 게 없고, 외교적으로도 말레이시아가 속한 동남아국가연합(ASEAN)으로까지 부정적 이미지가 퍼질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의 비이성적 행동을 확인하면서 그런 집단이 핵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거듭 치를 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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