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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일시 중단, 첫 단추 잘못 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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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일시 중단, 첫 단추 잘못 끼웠다

입력
2017.07.1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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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13일 경주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ㆍ6호기 건설공사를 일시 중단하는 결정을 하려다가 무산됐다. 지역 주민들이 본사로 몰려와 시위를 벌이고, 한수원 노조가 비상임이사들의 회의장 진입을 막아 아예 이사회가 열리지 못했다.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정부가 결정을 서두른 데다, 해당지역 주민 의견수렴이라는 최소한의 절차마저 빠뜨렸기 때문이다.

신고리 5ㆍ6호기 건설공사 일시 중단 결정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처음 중단 결정이 나온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게 뒤늦게 밝혀졌다. 문서 한 장 없이 단순 구두보고로 진행된 데다, 주무부서인 산업부 장관의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은 채 20분 정도 토론이 진행됐다. 주형환 장관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의견개진을 못한 주 장관도 문제지만, 주무장관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대통령이 한마디로 결론을 내리는 방식은 권위주의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공론화라는 과정을 거치기 위해 일시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기는 했으나, 그리 쉽게 생각할 사안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원자력의 빈자리를 메울 것은 액화천연가스(LNG)와 태양열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밖에 없다. LNG는 비싸기도 하거니와 장기적으로 공급이 가능한지가 불투명하고 수급에 따라 가격변동이 심하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이 우리 경제를 궁지로 몰았던 기억을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은 우리 일조량이나 바람의 세기로 볼 때 대량도입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석탄화력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전력생산 주축인 원자력과 석탄화력을 동시에 없애겠다는 결정은 장기적 방향은 맞을지 몰라도 당장의 실현은 무리다.

탈원전 정책 표방으로 이미 국론 분열과 사회적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소한 정책도 절차가 잘못되면 결과에 대한 승복을 가져오기 어렵다. 사드배치를 두고는 그토록 절차에 엄격하면서 원전 문제에서는 관대한 이중적 태도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 특히 탈원전 정책은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혹시라도 탈원전 정책을 환경운동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아마추어 정부다. 아직도 늦지 않았고, 서두를 이유도 없다.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었는지, 대국민 설득 노력은 충분했는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책인지 등을 되짚어보기 바란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서둘러 보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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