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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만, 그 기계를 조종하는 건 의사의 손놀림

입력
2015.05.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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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하는 신촌세브란스 성형외과 수술실 바깥. 장기를 담아갈 아이스박스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제공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하는 신촌세브란스 성형외과 수술실 바깥. 장기를 담아갈 아이스박스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제공

수술은 사람을 기계로 취급한다. 그의 감정, 취향, 사상, 인간 됨됨이 다 필요 없고 오로지 맥박, 혈압 등 기계적인 데이터만 중요하다. 기계의 부속을 분해하여 갈아 끼우듯이 신체의 부분들을 해체하여 갈아 끼우고 맞지 않는 부분은 깎아서 맞춘다. 사실 인간과 자동차는 닮은 점이 참 많다. 둘 다 뼈대와 근육과 껍질과 심장과 신경과 호흡기와 체액이 있다. 사람에게 혈액과 림프액, 타액, 눈물 등 다양한 체액이 있듯이 자동차에도 연료, 윤활유, 엔진 냉각용 부동액, 변속기 오일, 파워 스티어링 액, 유리창 청소제 등 체액이 있고 각 체액은 역할이 다 다르다. 자동차 사고로 부동액이 길바닥에 흘러내린 것을 보면 출혈이 생각 난다. 사람에게 호흡기가 있어서 겨울에 찬 공기를 갑자기 마시면 기침 하듯이, 자동차 엔진에도 갑자기 찬 공기가 들어가면 시동이 꺼질 때도 있다. 사람이 노쇄하면 관절이 삐걱거리듯이 자동차의 관절인 쇽 압쇼버도 낡아지면 삐거덕 거리며 둔덕을 넘는 것을 힘들어 한다. 사람의 수술도 마찬가지다. 엑스레이나 MRI, CT 등의 영상을 통하여 진단하여 문제가 되는 부위를 찾은 후 잘라내거나 대체하거나 깎아 맞춘다. 자동차 엔진을 고칠 때 엔진을 조절해 주는 ECU(engine control unit)에 검사기를 연결하여 엔진의 상태를 보듯이, 수술 받는 사람의 상태도 심전도, 혈압, 맥박 등을 전자기기를 통하여 모니터링 한다. 수술실에는 카센터에 있는 것과 대단히 흡사한 장비가 있는데, 천장에서 산소, 마취제로 쓰는 아산화질소, 공기를 공급하는 호스들이 줄줄 내려와 있는 모습이 카센터에 있는 윤활유, 부동액이 나오는 호스를 꼭 닮았다. 수술실과 카센터의 차이는 전자는 위생이 아주 중요한 반면 후자는 덜 중요하고, 수술 할 수 있는 사람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의사인 반면 카센터에는 수리공이 있다는 점 정도다.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가운데 탑 같이 생긴 것이 마취장치이다. 왼쪽에 앉아 있는 마취담당 의사가 환자의 몸상태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제공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가운데 탑 같이 생긴 것이 마취장치이다. 왼쪽에 앉아 있는 마취담당 의사가 환자의 몸상태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제공

하지만 수술실과 카센터의 차이는 좀 더 심오한 데 있다. 수술실은 극단적인 배제의 공간이다. 거기는 해로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다. 물론 사람도 의사, 간호사, 환자 외에는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아마도 근대가 만들어놓은 배제의 시스템이 가장 과학적으로 작용하는 곳이 수술실일 것이다. 엄격한 배제로 인해 수술실에는 경건한 분위기가 가득 들어차 있다. 수술 하는 장면은 흡사 절의 가장 깊숙한 곳에 모셔져 있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꺼내오듯이 엄숙한 종교적인 분위기 마저 풍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여러 가지 기계들과, 기계만큼이나 정교하고 주의 깊은 사람의 손놀림과 판단력이 결합하여 수술이 이루어진다. 그것은 한 마디로 서양철학이 계몽기 이후로 발전시켜온 기계론적 신체관의 궁극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 몸을 철저하게 기계로 취급하여 고장 난 곳은 갈아 끼우고, 막힌 곳은 뚫어주고 하니 말이다.

기계론적 신체관이 완성되는 곳

영어에 surgical precision이란 말이 있다. 번역하자면 ‘외과의사적 정밀성‘이다. 외과의사가 수술할 때 그 만큼 정밀하게 한다는 뜻이다. 외과의사는 정밀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정확하기도 해야 한다. precision이란 말에는 정확이란 뜻은 없다. 그런데 외과의사에 대해 말 할 때는 정확성이란 의미가 추가된다. 외과의사가 조치를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혈관은 정확히 묶어줘야 하고, 안 좋은 부분은 정확히 절제해내야 한다. 정확성의 핵심은 사람 목숨이다.

동양의학에서는 인간의 신체 부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폐와 대장이 연결돼 있으므로 폐가 안 좋아서 찬 공기만 쏘여도 기침을 하는 경우 장을 덥게 해주라고 하지만 기계론적 신체관에 의존하고 있는 서양의학에서는 그런 고려는 없다. 폐는 공기중의 산소를 혈액 안의 적혈구로 옮겨주는 장치일 뿐이다. 폐에 연결된 혈관들을 잘라내고 나면 자동차 정비업체에서 갈아 끼우는 기계부속일 뿐이다. 장기 이식이 그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수술실과 카센터를 비교하다 보면 한 가지 고민이 생긴다. 카센터에 가면 고치라는 것을 과연 다 고쳐야 할까 고민과 의심이 되는 순간이 있다. 같은 문제를 가지고 여러 카센터를 돌아보면 진단이 다 다른 경우도 있다. 병원도 같은 증상에 대해 진단이 다른 경우가 있다. 어떤 사람은 이가 아파서 두 곳의 다른 치과에 갔는데 썩었다고 진단한 이가 다 달랐다고 한다. 도대체 둘 중 어디가 맞는 것일까? 영국의 시인 알렉산더 포프는 ‘인간은 실수를 하고 신은 그걸 용서한다(To err is human, to forgive, divine)’고 했다. 좀 더 정확히 번역하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인간적인 일이고 용서하는 것은 신적인 일이다’가 될 것이다. 인간은 본래 잘못을 저지르는 존재라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로 기계가 대지를 지배해온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인간의 실수를 배제하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요즘의 산업현장에는 인간이 많이 배제돼 있다. 기껏해야 실수나 하는 존재는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 인간은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에 바이러스 같은 존재인가? 모든 인간이 누구나 똑같이 오류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일을 수행해야 하는 직종이 있고, 그들은 엄하고 철저한 훈련을 받는다. 수술하는 의사가 바로 그런 이들이다.

칼 차이스의 수술용 현미경. 왼쪽에는 디지털 카메라가 달려 있다.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제공
칼 차이스의 수술용 현미경. 왼쪽에는 디지털 카메라가 달려 있다.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제공

수술실에서 쓰이는 기계들은 크게는 생명유지장치, 가공처리장치, 보는 장치로 나눠 볼 수 있다. 실제로 의학에서 그렇게 나누는지는 모르겠고 나 같은 외부인이 봤을 때 그렇게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생명유지장치 중 제일 중요한 것이 마취장치이다. 수술은 마취에서 시작해서 마취로 끝난다. 그것은 잠과 죽음 사이의 상태에 인간을 놓는 정교한 서커스라고 할 수 있다. 수술실에서 제일 중요한 장치도 마취장치이다. Drager Primus는 마취되어 정신줄을 놓은 사람 대신 호흡과 생명을 유지해 주는 중요한 장치다. 이 장치는 인공생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매끈하게 생긴 기계는 아니고 여러 가지 모듈들을 쌓아놓은 모양새가 마치 탑 같이 생겼다. 위쪽의 모니터에는 X선 사진이 나타나고 그 아래의 모니터에는 환자의 심전도와 혈압, 맥박 등이 표시된다. 두 개의 눈을 가진 거인 같은 모습이다. 그리 멋있게 생긴 장비는 아니지만 사람의 생명을 책임져주는 장치라고 하니 괜히 숙연한 생각이 든다. 마취는 주사로 시작한 다음 가스로 지속시킨다. 사실 주사로 넣는 것은 마취제가 아니라 마취를 유도하기 위한 수면제다. 환자가 살짝 잠이 들면 산소와 섞여 있는 마취가스가 호흡기를 통해 들어가 마취상태를 유지해 준다. 이때 드래거 프리무스가 혈압, 맥박 등 환자의 몸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적절한 농도의 마취약을 계속 넣어준다. 신통하고 고마운 기계다. 이런 기계가 없었을 때는 어떻게 수술을 했을까? 그것은 흡사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약속을 해서 만났을까?’처럼 세월의 흐름을 잊은 질문이다. 생명유지장치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전원과 산소, 공기, 마취제로 쓰이는 아산화질소와 환자가 내뱉는 체액들을 빨아낼 진공이 공급돼야 한다. 그런 것들을 공급하는 호스가 천장에서 내려와 있기 때문에 카센터 비슷하게 보였던 것이다.

눈에 오염물질이 들어갔을 경우 씻어내는 세안기.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제공
눈에 오염물질이 들어갔을 경우 씻어내는 세안기.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제공

1847년 클로로포름이 발명되기 전의 수술은 그냥 자르고 째는 것이었다. 고통에 몸부림 치는 환자를 제압하기 위해 너댓명의 보조자가 있어야 했고, 비명과 몸부림 속에 수술을 끝내면 의사도 트라우마에 빠질 지경이었다고 한다. 대개는 죽기 직전, 아주 심각한 상태에 있는 사람만 수술을 받았다. 물론 통증과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아주 높았다. 요즘 수술에서 마취와 위생은 기본인데 옛날에는 왜 그런 것도 갖추지 않은 채 무모한 수술을 했던 것일까? 시간을 미래로 옮겨 보자. 오늘날의 수술도구들을 본 200년 후의 인간들은 혀를 끌끌 찰 것이다. “옛날에는 어떻게 살에 바늘을 찔러서 약을 넣었다지? 정말 원시적이었군”이라고 하거나, “피를 뽑아다가 병에 넣어서 보관한 다음 수혈했다고? 무슨 선지해장국집도 아니고 말이야. 혈관 속에 혈액생성 마이크로 칩만 넣어주면 피는 알아서 새로 만들어 줄 텐데 쯧쯔” 할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인간이 200년전의 수술풍경을 보고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과학의 패러다임이 계속 발전하고 바뀌고 있는 만큼 옛날에 과학이었던 것이 지금은 과학이 아니고, 지금의 첨단과학이 미래에는 구닥다리 과학 혹은 틀린 과학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성형외과에서 쓰는 reciprocating saw. 목공소의 톱과 용도가 비슷하다. 성형외과영역에서는 광대축소술에 주로 쓴다. 두개골을 반으로 나눌 때도 쓴다.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제공
성형외과에서 쓰는 reciprocating saw. 목공소의 톱과 용도가 비슷하다. 성형외과영역에서는 광대축소술에 주로 쓴다. 두개골을 반으로 나눌 때도 쓴다.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제공

가공처리장치는 환부를 절개하고 봉합하는 각종 도구들, 즉 수술칼, 환부를 전기로 태워서 출혈을 막는 장치들, 봉합사들로 구성돼 있다. 수술실의 한쪽 벽에는 수술에 쓸 도구들을 소독된 천으로 싼 패키지가 차곡차곡 정리돼 있다. 매번의 수술 마다 필요한 도구들이 다르기 때문에 미리 다 포장을 해놨다가 풀어서 쓰는 것이다. Two Jaw *3, Palate Fiberoptic Ret, Biosorb S&P 등 알 수 없는 암호들이 잔뜩 써 있다. 어느 분야든 그 안에서만 통용되는 은어들이 있다. 의학에서 쓰이는 은어는 일반인은 알 수도 없는 비밀의 언어다. 수술이 비밀의 방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용어들도 비밀투성이다.

수술용 헤드램프를 쓴 의사.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제공
수술용 헤드램프를 쓴 의사.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제공

갤러리처럼 보고 공장처럼 고친다

수술실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보는 장치들이 참 많다는 것이다. 환자의 상태를 보여주는 엑스선 사진에서부터 초음파, MRI, CT 영상을 띄워주고 맥박과 혈압, 심전도를 보여주는 모니터 등 각종의 보는 장치들로 빼곡하다. 그리고 미세한 수술을 위해 칼 차이스의 현미경이 있고 의사는 환부를 더 잘 들여다 보기 위해 머리에 헤드램프를 쓰고 있다. 헤드 램프를 쓴 모습은 광부나 등산가를 닮았다. 의사가 하는 일을 한 마디로 줄이면 ‘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진단을 내려서 병을 낫게 해주는 것을 우리는 줄여서 ‘의사가 환자를 본다’고 말 한다. 그는 진찰(診察)하고 관찰(觀察)한다. 그는 끊임 없이 보는 사람이다. 수술실에서 보는 범위는 해당 수술실 너머로까지 미치기도 한다. 수술은 때로는 중계방송 되기도 한다. 라이브 서저리(live surgery)는 의사가 수술하는 장면을 비디오 카메라로 찍어서 옆방에서 실시간으로 보는 수술이다. 영화 촬영할 때 쓰는, 카메라를 지탱해주는 거대한 강철팔인 지미 집이 수술실에 들어와 있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을 비춰주는 수술실의 태양은 무영등(無影燈, astral lamp)이다. 본래 astral이란 말은 ‘별 모양의’, ‘별로 이루어진’이란 뜻이다. 마치 여러 개의 별들이 한 대상을 비춘 듯 그림자가 생기지 않게 하는 등이란 뜻이다. 실제로 본 무영등은 그림자를 완벽하게 없애주는 등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각도에서 온 빛은 환부를 정확하게 봐야 하는 수술의 목적에 맞게 밝게 비추고 있었다. 이런 장치들로 하여, 수술실은 갤러리와 공장을 합쳐놓은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극한의 청정이 더해진 곳이 수술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계속 새로 첨단적인 의료기기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런 것들의 안전과 효능은 누가 책임 지는 것일까? 의약품과 의료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야 쓸 수 있다. 홈페이지에(www.mfds.go.kr) 가면 의료기구들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다.

결국은 인간의 손에 달렸다

마침 방문한 성형외과 수술실 옆방에서는 뇌사자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한 수술이 한창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수술장면은 숭고했다. 의사들은 땅속 깊숙이 숨겨진 보물을 꺼내듯 대단히 신중했다. 신중한 절개 끝에 몸 속 깊숙이 파묻힌 채 평생 빛을 보지 못하던 장기가 드러났다. 장기들은 밝은 무영등 아래 비밀스런 빛을 발하는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장기는 정말로 소중한 보물이었다. 뇌사자의 몸에서 꺼낸 심장, 간, 허파, 콩팥, 소장 등의 장기는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장기에 붙은 모든 혈관들을 잘라서 봉합하고 모든 장기들에 대한 박리(혈관을 끊어서 묶어주는 것)가 끝나면 수술실 바깥에 대기하고 있던 아이스박스에 담겨 장기들을 필요로 하는 곳들로 보내진다. 심장은 아산병원, 간은 성모병원, 콩팥은 삼성병원 하는 식이다.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하는 수술실 바깥. 장기를 담아갈 아이스박스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제공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하는 수술실 바깥. 장기를 담아갈 아이스박스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제공

몸 바깥으로 꺼낸 장기는 되도록 빨리 이식해 줘야 하는데 얼마나 빨리 해야 할까? 장기를 보관할 수 있는 시간을 이스케이프 타임이라고 한다. 번역하면 탈출시간 정도 되겠다. 장기의 이스케이프 시간은 2시간 정도다. 그 전에 빨리 다른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가 안착해야 한다. 신촌에 있는 세브란스병원에서 풍납동에 있는 아산병원에 가는데 만일 강변도로가 막히면 두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그러므로 앰뷸런스가 보이면 무조건 비켜줘야 한다. 요란한 경적과 불빛을 내는 앰뷸런스 안에는 위급한 환자가 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1초라도 빨리 누군가에게 이식되어 생명을 살릴 장기가 실려 있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장기를 다 꺼내서 여기저기 보내는 장면을 보면 인간의 신체는 철저히 기계가 된 것 같이 보인다. 그렇다면 수술은 얼마나 기계에 의존하는 일일까? 미세한 수술은 현미경을 보지 않으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섬세한 능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다. 수술실에서 기계와 인간의 관계는 항공기조립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항공기는 형상이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생산라인에서 찍어내듯이 일괄공정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 일일이 인간의 손으로 조립하고 검사해 줘야 한다. 그런 사실은 항공기가 아무리 첨단화 된다고 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각각의 수술에 쓰일 용품들이 패키지로 쌓여서 대기하고 있다.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제공
각각의 수술에 쓰일 용품들이 패키지로 쌓여서 대기하고 있다.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제공

수술실에서의 의사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로봇의 힘을 빌린 로봇수술도 하지만 그 로봇은 인간이 조종해 줘야 한다. 그 인간은 손끝이 대단히 발달한 숙련된 의사다. 프랑스의 의사 알렉시스 카렐(1873-1944)은 정교한 봉합술을 익히기 위해 처음에는 어머니에게 바느질을 배우고 이어 리용 최고의 자수전문가 마담 르로이디어를 찾아가 자수를 배웠다고 한다. 오늘날 미세한 혈관을 봉합하는 수술은 그 덕분에 발전할 수 있었다.

각종 봉합사들. 소재로는 나일론이 가장 생체반응이 적어서 좋다고 한다.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제공
각종 봉합사들. 소재로는 나일론이 가장 생체반응이 적어서 좋다고 한다.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제공

수술실에서 기계와 인간의 관계는 항공기조립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항공기는 형상이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생산라인에서 찍어내듯이 일괄공정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 일일이 인간의 손으로 조립하고 검사해 줘야 한다. 그런 사실은 항공기가 아무리 첨단화된다고 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수술실에서의 의사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로봇의 힘을 빌린 로봇수술도 하지만 그 로봇은 인간이 조종해 줘야 한다. 그 인간은 손끝이 대단히 발달한 숙련된 의사다. 수술실에서 온갖 기계들과, 기계만큼 정교하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명을 다루는 의학이야말로 숭고한 과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취재에 도움을 주신 신촌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홍종원교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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