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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세상, 우리가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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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세상, 우리가 만들 수 있다

입력
2015.05.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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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의 멘토 앤서니 앳킨슨

1945~1970 불평등 감소 지적

더 큰 파이 갖는 것보다

공정하게 분배된 작은 파이가 나아

대안 없다는 무력감 경계

불평등을 넘어 앤서니 앳킨슨 지음ㆍ장경덕 옮김 글항아리 발행ㆍ512쪽ㆍ2만 2,000원
불평등을 넘어 앤서니 앳킨슨 지음ㆍ장경덕 옮김 글항아리 발행ㆍ512쪽ㆍ2만 2,000원

경제학자·사회학자·언론인 등

불평등 문제 다룬 25권 책 통해

기원부터 해결 방안까지 모색

한국사회 불평등 현상 고발

이 따위 불평등 이원재 등 지음 북바이북 발행ㆍ256쪽ㆍ1만5,000원
이 따위 불평등 이원재 등 지음 북바이북 발행ㆍ256쪽ㆍ1만5,000원

불평등은 지금 가장 뜨거운 쟁점이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것도 불평등이라는 뇌관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불평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이대로 가면 우리 사회가 19세기 귀족세습사회와 같은 수준의 불평등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경고에 다들 충격을 받았다. 방대한 자료를 동원해 현 시대 불평등의 심각한 상황을 실증해 보이니 정신이 번쩍 난 것이다.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정도로 커져버린 불평등에 대한 위기감과 분노는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지만, 바뀔 것 같지 않다는 회의와 무력감에 발목을 잡히곤 한다. 못마땅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비관론에는 불평등은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과연 그럴까. 불평등 문제를 다룬 두 권의 신간이 판단을 도와준다. 반세기 동안 이 문제를 연구한 세계적 석학 앤서니 앳킨슨(71ㆍ런던 정경대학 센테니얼 교수)의 ‘불평등을 넘어’와, 국내 각계 전문가들이 25권의 책을 통해 불평등 문제를 다각도로 접근한 ‘이 따위 불평등’이 나란히 나왔다.

앳킨슨은 매년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대학자다. 피케티의 멘토이기도 하다. 신간에서 그는 이렇게 묻는다. “어떤 이들은 푸드뱅크 앞에 줄을 서 있는데 다른 이들은 사비로 우주여행을 하려고 기다리는 사회가 진정 우리가 원하는 사회인가?”

‘불평등을 넘어’는 덜 불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제안한다. 먼저 불평등의 의미와 정도를 진단하고 이어서 처방을 제시한다. 전체 3부 중 1부는 진단, 2부는 (정책적) 처방, 3부는 ‘행동하라’는 촉구다.

이 책은 어쩔 수 없다는 비관론을 넘어 “미래는 많은 부분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낙관의 근거는 역사적 경험이다. 불평등이 감소한 시기가 있었으니, 1945년부터 1970년대까지 유럽과 미국이 그러했다. 복지국가와 소득 이전의 확대, 국민소득 중 임금 몫의 증가, 개인 부의 집중도 하락, 정부 개입과 단체 교섭에 따른 근로소득 격차 감소 등이 평등화의 힘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뒤집혔다. 불평등이 다시 급격히 심해졌다. 앳킨슨은 이를 ‘불평등 회귀’라고 부른다. 주류경제학은 이것을 세계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조류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 치부하지만, 앳킨슨은 달리 본다. 불평등 회귀는 부유세를 내리고 노조를 제도적으로 약화시키고 임금 평등에 기여하던 정책을 폐지하는 등 국가의 개입과, 덕분에 자본의 독점과 기업 지배력이 눈에 띄게 강해진 결과이지, 자연스런 게 아님을 지적한다.

불가피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아니라면 바꾸는 게 답이다. 앳킨슨은 구체적으로 열다섯 가지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 지금처럼 불평등이 심화되면 젊은이들이 가장 불리하다는 진단과 함께 성인이 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기초자본(최소한의 상속)을 나눠줘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을 비롯해 기본소득과 생활임금, 참여소득, 공공근로 보장 등 정책 결정자들이 새겨 들어야 할 실질적인 처방이다.

마지막 3부에서 저자는 불평등을 극복하려는 길을 막아서는 장애물을 차례차례 반박한다. 다 좋은 말씀이지만 그게 되겠냐, 복지나 평등에 돈 쓸 여유가 없다, 파이를 키운 다음에 생각해보자 같은 반대론에 맞서 “지금과 같은 수준의 불평등과 함께 더 큰 파이를 갖는 것보다 더 공정하게 분배된 더 작은 파이를 갖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역설한다. 그 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무력감이다. “지금처럼 높은 수준의 불평등에 대안이 없다는 견해는 정신을 좀먹는다”며 국가와 국제기구뿐 아니라 개개인도 덜 불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있다고, 방법을 일러주며 설득한다.

‘불평등을 넘어’가 실질적인 처방과 행동 지침을 이야기한다면, ‘이 따위 불평등’은 불평등이 어떻게 삶을 붕괴시키는지 알려주는 총체적 보고서다. 경제학자, 사회학자, 교수, 언론인, 출판인, 작가 등 다양한 저자들이 불평등 문제를 다룬 25권의 책을 통해 불평등의 기원과 양상을 살펴보고 해결 방안까지 모색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불평등 현상을 고발하는 책부터 이론적 접근, 임계점에 도달한 자본주의, 다른 세상을 제시하는 새로운 경제학까지 입체적으로 다룬다.

나란히 나온 이 두 권의 책을 앞에 두고 다시 돌이키게 되는 것은 한국사회의 성공지상주의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며 개천에서 용 나는 이변을 일으키려고 다들 기를 쓰는 나라, 누구나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약자다 싶으면 갑질로 존재를 증명하고 싶어하는 나라에서 불평등에 대한 이의 제기가 실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싶다. 대형로펌에서 1년 간 딱 1건을 수임하고 16억원을 받은 이가 국무총리로 지명되는 마당에 전관예우라는 불평등에 분노하는 것조차 허무해 보인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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