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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업] 올림픽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 5

입력
2016.08.1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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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감동이다. 영화로서는 놓칠 수 없는 소재다. 세계 최대 스포츠 제전 중 하나이자 감동의 도가니인 올림픽이 영화인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올림픽이 만들어낸 여러 결정적인 장면들이 스크린에 투사됐고, 유명 선수들이나 팀의 활약상이 카메라 앞에서 재현됐다. 올림픽 경기 못지않게 짜릿하고 드라마틱한 전개로 감동을 전하는 올림픽 영화 5편을 소개한다.

불의 전차(1981)

두 라이벌 육상선수의 선의의 경쟁을 그린 영화다. 아름다운 청춘들이 꿈을 향해 내달리는 모습이 관객들의 마음을 흔든다. 유대계 대학생 해럴드 에이브러함(벤 크로스)과 선교사 에릭 리델(이안 찰슨)이 1924년 제8회 파리올림픽 영국 단거리 육상 대표선수로 선발된 뒤 빚어내는 사연을 그렸다. 유대인에 대한 편견에 맞서는 에이브러함의 분투, 운동으로 종교적 신념을 전하려는 리델이 나누는 우정이 인상적이다. 슬로우모션과 스톱모션(애니메이션처럼 프레임 하나하나를 이어 붙여 동작을 만들어내는 영화 기법)을 활용한 경기 장면도 오래도록 화제가 됐다.

그리스 유명 작곡가 반젤리스의 음악으로도 유명한 영화다. 웅장함이 깃든 전자 오르간 소리를 바탕으로 해안가를 달리는 주인공의 모습이 워낙 유명하다. 반젤리스의 음악은 국내 여러 드라마나 광고에 사용돼 대중들에게 매우 친숙하다. 올림픽을 다룬 영화로서 뿐 아니라 스포츠 영화로서도 명작 중의 명작으로 꼽히나 국내 정식 개봉은 지난 6월에야 이뤄졌다. 감독 휴 허드슨.

레이스(2006)

1936년 베를린올림픽은 제시 오언스라는 불세출의 흑인 스타와 마주한다. 100m, 200m, 400m계주에서 우승하는 것도 모자라 멀리뛰기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다. 그가 이룩한 육상 4관왕의 위업은 50년 가까이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신화로 여겨졌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칼 루이스가 같은 종목들에서 4관왕을 재현한 뒤에야 다른 누군가도 가능할 수 있는 업적이 됐다.

‘레이스’는 베를린올림픽의 영웅 오언스의 위대한 삶을 돌아본다. 흑백 차별 속에서도 타고난 재능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여러 신기록을 작성한 뒤 미국 대표팀에 선발돼 베를린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두는 과정을 그린다. 오언스는 누구도 막아 설 수 없는 천재성을 지녔으나 여러 변수가 그의 베를린행에 장애물이 된다. 미국 올림픽위원회 내부에선 유대인을 차별하는 아돌프 히틀러가 체제 선전을 위해 마련한 베를린올림픽을 보이코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며 올림픽 출전의 최대 고비로 작용한다. 미국 대표팀 내부의 인종주의도 오언스를 괴롭힌다. 겨우 올림픽에 출전한 오언스는 히틀러와 나치의 인종우월주의에 통렬한 펀치를 날린다. 경주(race)를 통해 인종(race)을 넘어서는 오언스의 활약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베를린올림픽 현장을 재현한 모습도 주요 볼거리. 감독 스티븐 홉킨스.

올림피아(1938)

오언스가 출전했던 베를린올림픽에 대한 기록영화다. 나치는 올림픽을 독일민족의 우수성을 알리고 체제의 당위성을 선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겼다. 당대 매스미디어의 총아인 영화를 선전 도구로 적극 활용하려 했다. 이미 나치는 레니 리펜슈타인이 당 대회를 미적 감각으로 기록해낸 ‘의지의 승리’(1934)의 성공 사례를 선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히틀러가 총애하는 배우 겸 다큐멘터리 감독인 리펜슈타인은 나치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올림픽 전 과정을 필름에 담게 됐다.

영화의 흑백화면들은 수려하다. 단지 경기 장면과 결과에만 집중하지 않고, 경기가 펼쳐지는 순간의 공기와 바람과 햇볕을 깃들여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을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한국인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고, 자주 본 손기정 선생의 마라톤 경기 장면도 이 다큐멘터리에 포함돼 있다. 무더위 속을 달리는 마라톤 선수들의 그림자를 포착하고, 선수들이 스쳐 지나가는 나무를 대비시키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그려낸 장면들이 활력을 전한다.

리펜슈타인은 제2차세계대전 종전 뒤 나치전범으로 몰려 재판정에 섰으나 무죄로 방면됐고 2003년 101세로 숨을 거두기까지 천수를 누렸다. 나치 동조자였다는 점에서 여전히 비난을 받고 있으나 그가 남긴 영화 ‘올림피아’는 여러 영화서적이 주요하게 다룰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 받고 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한국 스포츠영화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서울올림픽과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따내며 국민들을 열광시켰던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고투를 그렸다. 올림픽 등 큰 국제 대회가 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관심 밖이라 해서 ‘한데볼’이라 자조하는 비인기종목 핸드볼 선수들의 설움과 비애를 담고 있다.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새로 결성된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이 역경을 이겨내고 올림픽 결승전에서 명승부를 펼쳐내는 과정이 이야기의 뼈대다. 핸드볼에서는 세계적인 엘리트인데도 한국사회라는 현실에서는 군내 나는 현실을 견뎌야 하는 주인공들의 사연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김정은 문소리 등 여자 연기자들이 몸을 던져 만들어낸 화면이 눈을 사로잡는다.

영화 제목을 줄인 ‘우생순’이 여자 핸드볼 경기가 열릴 때마다 여러 보도의 상투적인 수식어가 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아주 잠깐이지만 핸드볼 열기를 불지피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감독 임순례.

국가대표(2009)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요절복통 활약상을 그렸다. 비인기종목이 아니라 아예 국내엔 종목조차 없었던 스키점프팀이 급조된다. 동계 아시안게임을 국내 유치하기 위해 체육당국이 구색 맞추기에 나선 것이다. 선수들의 면면은 오합지졸이다. 미국 알파인 스키 주니어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친어머니를 찾아 한국에 온 밥(하정우), 가업을 이어받아 고깃집에서 일하는 재복(최재환) 등 스키 좀 타봤으나 스키점프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청춘들이 모인다. 금메달을 따면 각자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스키교실 강사 출신 방 코치(성동일)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것. 팀은 우여곡절 끝에 점프대 없이 연습에 임하고 월드컵에 출전한 뒤 동계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낸다. 남들이 알지 못한 곳에서 별다른 후원도 없이 조금씩 성과를 내는 등장인물들의 분투가 웃음과 눈물을 함께 안긴다. 선수들이 스키점프대를 미끄러져 내려와 하늘로 도약하는 모습이 청량한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900만 관객이 관람한 흥행 영화다. 감독 김용화.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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