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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잡이들의 부침' 특수부 검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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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잡이들의 부침' 특수부 검사의 세계

입력
2014.08.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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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사건으로 검찰은 수사가 아닌 일로 구설수에 올랐지만, 한편으로 6명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며 오랜만에 특수수사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검찰청 특별수사부. ‘특별한’ 수사를 한다는 이 불친절한 문구를 해석하면 권력형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권력의 통제와 외압, 견제를 온몸으로 받고, 그래서 ‘검사의 로망’에 가깝기도 하다.

지난달 24일 저녁 7시쯤 차장검사급인 A 검사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특수수사의 한 시대가 저물어간다는 걸 보여준 ‘상징적’ 사건”에 대해 씁쓸해 했다. 이날 오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비리 수사의 책임자였던 최재경 당시 인천지검장이 검거작전 부실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다. 최재경 전 지검장은 검찰 고위급에 얼마 남지 않은 ‘특수수사의 달인’, 법조계 표현으로 ‘칼잡이’였다. A 검사는 최 전 지검장의 불명예 퇴진을 지켜보며 “특수수사가 각광받고 영광이었던 시절은 지났다. 거악(巨惡)의 개념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돌이켜 보면 특수수사 ‘위기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사력이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논란, 수사방식이 너무 거칠다는 지적, 수사대상이나 수사결과를 놓고 ‘권력 입맛에 맞춘 정치편향적 수사’라는 비판은 꾸준히 있어 왔다. 무엇보다 대선자금 수사를 진행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정치권이 폐지하고, 지난해에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권력이 ‘검찰권’을 누르는 것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특수수사는 여전히 뜨거움을 지니고 있다. 한 특수통 검사는 “(검찰을 보수적이라고 하지만) 권력과 자본을 향하니 우리가 진짜 좌파 아니냐”고 했다. 특수통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사라면 가슴에 누구나 사회 거악과 싸워보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게 없으면 검사가 아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전ㆍ현직 특수통 검사 10여명을 인터뷰해 이들의 세계와 특수수사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누군가는 “정치인 수사에서 당시 총장이 더 센 법 적용을 못하게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다른 이는“수사에 ‘사(私?사사로움)’가 끼면 망한다. 정치적 의도, 공명심, 꼭 사건 성공하겠다, 이름 날리겠다, 청탁 등등이 그것이다”는 마음가짐도 밝혔다. 대대로 전해오는 “150% 수사하고 70% 기소하라”는 명언을 되새기는 이도 있었다. 칼잡이들의 목소리가 여기에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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