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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기독교의 전파 과정 국내에 첫 소개...저자와 함께한 답사 여행 아직도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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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기독교의 전파 과정 국내에 첫 소개...저자와 함께한 답사 여행 아직도 생생

입력
2014.10.03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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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동 지음ㆍ까치 발행ㆍ325쪽

숭실대 기독교박물관에는 경교돌십자가라는 유물이 있다. 1956년 경주 불국사에서 발견된 이 유물은 말 그대로 돌로 된 십자가다. 불교국가 신라의 왕실 사찰에서 발견된 돌십자가에 대해 박물관 측은 “통일신라시대 경교의 한국 전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 유물”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돌십자가와 설명문을 보면 도대체 경교란 무엇이고 어떤 경로로 통일신라에 전파됐을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동방기독교와 동서문명’은 그 같은 궁금증을 상당 부분 해소해주는 책이다.

‘동방기독교와 동서문명’은 2002년에 발행됐지만 기자는 그보다 2년 전 저자인 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등과 유라시아 내륙을 답사하면서 그가 언젠가 이런 류의 책을 낼 것이란 예상을 했었다. 당시 한국일보 취재진과 서울대 교수들은 몽골제국이 위력을 발휘하던 13세기를 중심으로 유라시아의 교류 흔적을 살폈는데 그 일행에 기자와 김 교수가 포함돼 있었다. 박한제, 최갑수, 한정숙 등 답사팀에 함께 한 교수들 모두 호기심을 보이며 유적을 답사했고 서로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그 자리에 함께 한 기자는 전문가들로부터 유라시아 교류사에 대한 시리즈 강의를 들은 셈인데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으나 현장에서 하는 그 같은 공부는 매우 흥미진진했다. 다만 현지 답사를 위해서는 미리 상당한 지식을 갖춰야 했지만 기자는 그런 준비를 하지 못하고 떠나 교수들의 설명을 곧바로 알아듣지 못해 아쉬웠다. 김호동 교수는 당시 아시아 내륙의 기독교 흔적을 몇 차례 이야기했었는데 그 설명을 들으면서 그가 관련 내용을 담은 책을 한 권 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이 답사의 직접적인 결과물은 아니다. 그러나 한 여름 찌는듯한 더위로 갖은 고생을 하며 몽골 내륙의 황량한 초원에서 함께 지냈던 학자가 책을 냈고 그 책이 답사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으니 무척 반가웠던 것이 사실이다.

위에서 말한 경교란 기독교의 한 종파로 네스토리우스교라고도 한다. 로마제국 수도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의 총주교였던 네스토리우스가 서기 431년 이단으로 몰려 파문에 처해지자 그의 교리를 추종하던 사람들이 로마제국의 박해를 피해 동방으로 옮겨간 것이 이 종교의 탄생이다. 동쪽으로 이동해간 네스토리우스교 일파는 635년 당나라에 이르고 3년 뒤에는 공식 포교 활동을 인정받는다. 그러다가 200여 년 뒤 당 황실이 배불 정책을 펼 때 네스토리우스교 역시 화를 입지만 그런 부침을 겪으면서 자리를 잡아간다. 네스토리우스교는 이후 몽골제국의 유연한 종교 정책에 힘입어 내륙 아시아 각지로 퍼져나간다.

이런 역사를 생각하면 사찰 불국사에서 돌십자가가 나온 것이 터무니없는 일은 아니다. 물론 경교의 한국 전래가 아직 완전한 사실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 기독교가 전래된 시기를 임진왜란 혹은 18세기 말로 알고 있던 이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상상의 계기가 된다.

‘동방기독교와 동서문명’은 동방기독교의 전파 과정을 다룬 한국 최초의 책이다. 중앙 아시아 초원의 문화와 역사를 담은 수많은 옛 문헌과 자료를 통해 경교의 역사를 보여준다. 네스토리우스교가 문화와 역사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뿌리내리는 것을 읽다 보면, 과학과 기술이 낙후한 그 시기에 어쩌면 지금보다 더 유연하게 상대를 마주하고 인정해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박광희 문화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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