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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동생을 낳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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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동생을 낳는 거예요?

입력
2014.06.2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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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상류층 사회를 풍자한 코믹소설

가족계획

카란 마하잔 지음. 나동하 옮김

문학동네 발행.304쪽.1만3,500원

소설은 첫 문장부터 웃음폭탄을 터뜨린다. “도시개발부 장관 아후자는 임신했을 때만 아내에게 끌린다는 말을 차마 아들에게 할 수 없었다.” 현재 자녀 13명, 아내는 또 임신 중. 어젯밤엔 ‘찢어진 콘돔’이 별명이라는 장남 아르준에게 아내와의 정사 장면을 들키기까지 했다. 아버지는 어색하고 멋쩍은데, 아들은 왜 자꾸 동생들을 낳느냐며 항변하듯 묻는다. “제 이름이 뭔지는 아세요?”

인도계 작가 카란 마하잔(30ㆍ사진)의 ‘가족계획’은 인도 뉴델리를 배경으로 상류층 가정의 부자 갈등과 화해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뉴델리에서 성장한 작가는 2001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해 영문학과 경제학을 전공했고 미국과 인도를 오간 삶의 이력을 바탕으로 2008년 이 재기발랄한 첫 소설을 냈다.

인도 소설 특유의 시끌벅적하고 요란스러운 분위기가 지배적인 이 작품에는 깊은 슬픔의 골짜기가 몇 있다. 첫사랑이었던 첫 번째 아내를 미국 유학 중 교통사고로 잃은 후 부모에게 복수하는 심정으로 재혼을 해야 했던 아후자, 못생긴 외모로 인해 평생 홀로 살아갈 줄 알았으나 대신 맞선에 나간 미모의 여동생 덕분에 사기 결혼에 성공할 수 있었던 아후자의 두 번째 아내 산기타. 전 부인이 낳은 아르준을 친자식보다 더 사랑했던 산기타와 산기타가 친모인 줄 알고 살아온 아르준, 아르준에게 사실을 말하겠다고 몇 년 째 별러오던 아버지 아후자. 이들의 삼각 갈등에 더해 뉴델리를 개발광풍으로 몰아넣은 아후자의 정치적 난관과 정적들과의 갈등, 짝사랑하는 소녀를 꾀기 위해 아르준이 급조한 록밴드 멤버 사이의 갈등이 소동인 양 향연인 양 펼쳐진다.

아후자가 정치적 수완으로 제출한 예순세 번째 사직서가 뜻밖에 수리되면서 국가가 제공한 대저택에서 쫓겨나기까지, 소설은 인도의 정치ㆍ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와 블랙유머를 쉴 새 없이 방출한다. 타임스의 평가처럼 “사랑스러운 괴짜들과 능청스러운 사회 비판 발언으로 가득한 코믹소설들은 인도의 새로운 수출품이 되었다.” 문학의 한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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