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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메트로와 외주사의 ‘낙하산 계약’이 구의역 참사 원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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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메트로와 외주사의 ‘낙하산 계약’이 구의역 참사 원천 아닌가

입력
2016.06.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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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스크린도어(안전문)를 정비하다가 숨진 19세 청년이 일했던 외주업체 은성PSD에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들이 낙하산으로 대거 입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하철 1~4호선 전철역 121곳 중 97곳의 안전문을 관리하는 은성PSD는 직원 143명 중 서울메트로 출신이 58명이나 됐다. 이들은 은성PSD가 자체 고용한 직원에 비해 2~3배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 정작 필요한 현장 기술자는 턱없이 부족해 ‘2인 1조’라는 근무수칙조차 지키지 못했다. 그 결과 한 명이 작업을 하고도, 작업일지에는 두 명이 일한 것처럼 적는 등의 조작이 상습적으로 행해졌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서울메트로가 외주업체에 사실상 강요한 ‘낙하산 계약서’의 존재다.서울메트로 전출 직원의 정규직 고용과 우선 배치를 조건으로 이 회사는 2011년 서울메트로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간 스크린도어 정비ㆍ관리 용역비로 210억원(월 5억8,000만원)을 받았다. 계약서에는 서울메트로 전출 직원 임금에 서울메트로의 임금상승률을 반영할 것을 명시하고, 이들의 후생복지도 서울메트로와 동일한 수준으로 보장하라는 내용까지 들어있다. 경영 효율화를 하겠다고 안전문 관리분야를 외주화했지만, 실상은 서울메트로 퇴직자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데 급급했던 셈이다.

이러다 보니 월급이 200만원도 안 되는 박봉의 현장 기술자 10명 남짓이 100곳에 가까운 지하철역의 스크린 도어를 관리하게 됐으니, 애초에 사고를 피할 길이 없었다. 2013년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고장이나 장애발생 건수가 8,000회를 넘었다. 스크린도어 관련 사망사고도 2013년 지하철 2호선 성수역과 2014년 1호선 독산역, 지난해 2호선 강남역에 이어 이번 구의역까지 최근 3년간 네 번이나 발생했다.

은성PSD뿐만이 아니다. 서울메트로 외주사 50곳 가운데 은성PSD를 포함한 5개 회사에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들이 박혀있다. 전동차 경정비, 특수차(모터카, 철도장비)운전ㆍ운영, 차량기지 내 운전업무, 지하철역 유실물센터 운영 등의 용역을 맡고 있다. 이들 회사도 서울메트로 출신이 장악하거나 기생하고 있어, 제2ㆍ제3의 구의역 사고를 빚을 개연성이 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뒤늦게 “안전 관련 업무의 외주는 중단하겠다”고 밝혔으나, 용역회사에 외주를 주는 조건으로 퇴직 임직원을 채용하게 한 비리 커넥션을 그대로 두고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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