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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ㆍ저금리에… 기업들 ‘부동산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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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ㆍ저금리에… 기업들 ‘부동산 쇼핑’

입력
2016.08.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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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한 투자처 찾지 못하자

시세차익ㆍ임대 수익 올리려

수익형 부동산 매입 ‘눈독’

법인들 중소형 빌딩 매매

갈수록 가파른 증가세

“경제 불안정 알리는 현상” 지적

올해 4월 정보기술(IT) 기업 G사는 경북 포항시 지하 1층~지상 9층 규모의 상가 건물을 170억원에 인수했다. 이 빌딩에는 5개층을 사용하는 대형 극장체인은 물론 유명 패션매장, 대형 외식업체 등 우량 임차인이 입점해 있다. 임대료만 연간 10억원 안팎으로 연 수익률이 5~6%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이 밝힌 매입 목적은 ‘사업 다각화’이다.

지난달 화장품 기업 J사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지하2층~지상 7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을 137억원에 매입했고, 비슷한 시기에 건축설계 전문 기업 D사는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지하1층~지상6층 빌딩을 75억원에 사들였다.

저성장ㆍ저금리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기업들이 시세차익과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하나 둘 뛰어들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자 저금리를 지렛대 삼아 중소형 오피스 빌딩이나 상업시설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다. 개인 고액 자산가들이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몰려가는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21일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서울 지역 내 500억원 이하 중소형 빌딩 매매 총 222건 중 법인이 사들인 거래는 56건으로 25%에 육박했다. 중소형 빌딩거래에서 법인 비중은 작년 3분기 15%를 기록한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들의 빌딩 매입은 실질적인 영업활동을 위한 ‘사옥 용도’보다는 임대나 시세차익 등 ‘투자’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일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올해 1~7월 국내 상장기업의 투자 목적 부동산 매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15건에 달했다. 2015년과 2014년 같은 기간 각각 4건과 3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최근 강남구 논현동 소재 15층 빌딩을 약 407억원에 매입한 레저용 장비업체 L사 관계자는 “빌딩 위치가 좋아 임대 수익률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중에는 ‘사옥 겸 임대’ 목적의 투자도 있지만 최근에는 100% 임대 수익을 노리고 상가 건물을 매입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는 기업 또한 적지 않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역세권 인근에 극장이나 유명 패션 브랜드가 들어서 있는 상업용 빌딩 전체를 매입하거나 빌딩 내 여러 개 상가를 층 단위로 사들이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며 “기업을 대상으로 이러한 상업시설 매매만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컨설팅 업체가 생겨나고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실제 작년 한 중소 컴퓨터 제조 업체가 강남구 청담동에 외국 명품 브랜드의 직영 매장이 자리잡고 있는 건물 전체를 매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업들의 ‘부동산 쇼핑’ 열기는 저성장ㆍ저금리 시대의 단면으로 풀이된다. 저성장이 장기화하고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사업 역량 강화 측면에서 내부 잉여현금을 활용할 만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본업과 무관하지만 자산가치가 꾸준하게 상승하고 고정적인 임대수익까지 거둘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눈길이 갈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게다가 기록적인 저금리로 부동산 매입에 따른 대출 부담도 크지 않다. 내부 잉여현금을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금융상품에 예치하는 것보다는 부동산을 사들이는 게 기업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남는 장사’라고 판단하는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쪽에서는 향후 경제 리스크에 대비해 대형 오피스 빌딩을 선제적으로 처분해 ‘실탄’을 조성하는 기업이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중소ㆍ중견 기업을 중심으로 중소형 오피스 빌딩을 사들이는 정반대의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경제 자체가 굉장히 불안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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