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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혼잎 기자

등록 : 2018.03.11 19:00
수정 : 2018.03.11 22:48

근로시간 줄고 고용 불안에.. ‘투잡’ 시장 들썩

등록 : 2018.03.11 19:00
수정 : 2018.03.11 22:48

쇼핑몰 운영ㆍ대리기사ㆍ마트 판촉

중소기업 직장인 41%가 “알바”

2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

최저임금 올라 하루에만 10만원

부업 의욕 북돋우는 측면도

“스트레스 받아도 기댈곳 있어 든든”

게티이미지뱅크

수도권의 한 사립대 교직원 박은정(29)씨는 퇴근 후엔 의류 온라인 쇼핑몰의 ‘사장님’이 된다.벌써 2년째 해외 의류를 수입해 자신이 운영 중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파는 박씨는 “큰 돈은 아니지만 하루 1, 2시간 투자로 한 달에 50만원 안팎의 수익이 난다”고 귀띔했다. 대학생 때 온라인 쇼핑몰의 모델로 활동하는 등 평소 의류에 관심이 많던 터라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사업을 해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박씨는 “지금은 취미 수준에 가깝지만 취급 품목을 점차 늘려서 규모를 키워나갈 생각”이라면서도 “본업에 무리가 가진 않는 선으로 시간을 잘 조율해 앞으로도 투잡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이나 퇴근 후 자투리 시간을 쪼개 ‘한 푼이라도 더 벌자’며 부업에 나서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점차 옛말이 되가는 분위기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근로시장의 변화가 이런 ‘투잡 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분위기다.

11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 중 부업을 하는 비율은 240만6,000명(2016년 기준)으로 전체의 약 1.5% 수준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종사자로만 대상을 좁히면 이 비율은 훌쩍 뛴다. 아르바이트 포털 업체 알바몬의 지난달 설문조사에서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41.2%가 ‘본업 외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답했다. 2016년 같은 조사 결과(19.9%)보다 무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직장인들이 부업에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언제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취미로 배웠던 가죽공예를 부업으로 삼아 블로그에서 소품을 판매하는 김모(32)씨는 “호텔 카지노에서 일하는데, 요새 관련 경기가 좋지 않아 인원을 감축한다는 소문이 꾸준히 돌아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가죽공예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언제든지 회사를 비 자발적으로 그만둘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단 판단에서다. 김씨는 “부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회사에서 상사에게 싫은 소리를 듣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겨도 ‘기댈 곳’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하다”고 했다.

대리 운전기사나 편의점, 택배 배송 아르바이트 같은 이른바 ‘전통적인 부업’도 여전히 환영 받는다. 대리운전 업체를 운영하는 또다른 김모(43)씨는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밤에는 대리기사로 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요즘에는 하겠다는 사람이 워낙 많아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갈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지금까지는 밥 먹듯 이어지는 야근 등 과중한 근로 탓에 부업을 생각조차 못했던 이들도 정시 퇴근 분위기 등이 확산되는데다 올해 7월부터는 단계적으로 법정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투잡 시장에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올해 7,530원으로 오른 최저임금도 부업 의욕을 북돋우는 측면이 있다. 휴무일인 3ㆍ1절에 집 근처의 대형마트에서 판촉 아르바이트를 한 직장인 이슬기(28)씨는 “지난해는 회사가 쉬는 날 따로 일을 할 생각을 못했는데, 최저임금이 올라 하루만 일해도 10만원이라기에 솔깃했다”고 전했다.

투잡은 법으로 금지돼 있진 않지만 대부분 기업들이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등 사규로 이를 제한하고 있어 부작용도 적지 않다. 특히 회사에 투잡 사실을 들킬까 고용보험 가입을 꺼리는 사례가 많다. 이 경우 임금 체불 등 부당행위를 당하더라도 대처할 방법이 뾰족하지 않다. 국내 투잡족들의 대다수가 ‘돈’ 때문에 아르바이트 전선에 나서는 생계형이라는 점도 문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아직까지 좋은 일자리의 수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근로시간의 단축이 다른 형태의 장시간 근로만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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