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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스크린도어 사망, 서울시는 그 동안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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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스크린도어 사망, 서울시는 그 동안 뭐했나

입력
2016.10.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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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 사망 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5월 2호선 구의역에서 안전문을 수리하던 열아홉 살 젊은이가 숨진 뒤 정부와 서울시가 재발을 막겠다며 내놓은 숱한 다짐과 대책이 무색해졌다. 입으로만 안전을 외칠 뿐, 실질적 대책 마련에 소홀하고 안전 비용 지출에 인색한 고질적 병폐가 다시 드러난 셈이다.

조사결과 사고는 하차하던 승객이 전동차와 안전문 사이에 갇혔다가 전동차가 출발하는 바람에 일어났다. 기관사가 승객이 끼였다는 인터폰 신고를 받고 출입문을 열었다가 27초 뒤 다시 문을 닫고 출발했는데 이로 인해 승객이 쓸려가다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운전석 계기판의 경보장치마저 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신고를 받은 기관사가 운전석에서 나와 출입문과 안전문을 직접 살폈더라면, 경보장치가 정상 작동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더하다.

김포공항역은 안전문 고장이 잦은 곳으로 유명했다. 다른 역보다 10배 정도 고장이 많다고 한다. 서울시가 구의역 참사 후 실시한 안전문 전수조사에서도 유일하게 전면교체 대상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전면교체 대상으로 정했을 뿐 교체를 내년으로 미룬 채 시간을 보내다가 사고가 났다. 서울시가 구의역 참사 이후 지하철 안전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희생자는 30대 중반의 성실하고 유능한 직장인이라고 한다. 그가 일터로 가다가 목숨을 잃었으니,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큰 손실이다. 그를 포함해 올해 들어 안전문 사고로 숨진 피해자가 서울에서만 3명이다. 사람의 생명을 지키겠다고 설치한 안전문이 도리어 목숨을 위협하는 꼴이다. 안전문이 제 기능을 다하는지, 설계와 시공이 제대로 됐는지 등 구의역 참사 당시의 의심이 되살아나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1인 승무원 제도의 고수 여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서울 지하철 5~8호선은 기관사 한 사람이 운영하는데 혼자 정시 운전을 하면서 일일이 승강장을 확인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에도 기관사가 한 명 더 있었더라면 현장을 살필 수 있었을 것이다.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도입한 1인 승무원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비용이 들더라도 기관사를 더 쓸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사고는 서울시의 안이한 태도와 늑장 대응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그런 만큼 서울시는 특단의 대책을 통해 같은 참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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