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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으로 한국 읽기] 망자가 놀래켜도

입력
2015.05.0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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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나자 살아 있는 자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자살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았단 의혹이 제기된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 전 회장이 사망 전 작성한 (금품제공) 메모와 녹취록은 특신 상태(형사소송법상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작성된 게 아닌 만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특신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선거가 끝나자 살아 있는 자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자살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았단 의혹이 제기된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 전 회장이 사망 전 작성한 (금품제공) 메모와 녹취록은 특신 상태(형사소송법상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작성된 게 아닌 만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특신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망자는 무력하다. 생인을 못 이긴다. 놀래키는 게 전부다. 경종으로 외려 이승은 강해진다.

“당신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중퇴했다. (…) 모든 일을 인간관계로 풀 수 있다고 믿었던 당신에게 돈은 중요했다. (…) 학연이란 버팀목이 있었다면 당신이 그렇게 돈에 기대는 일도, 이렇게 내몰리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당신은 길 위에서 검사들의 얼굴을 떠올릴 것이다. (…) 평생을 바친 기업의 경영권과 지분까지 포기했다. 그들이 무엇을 위해 사면이란 선물을 내밀 것인가. 당신은 이를 악문다. 그 순간 당신은 알지 못하고 있다. 당신의 마지막 선택이 잘못된 것임을. 메모 속 8인과 새누리당에 치명상을 입히고, 대통령을 경고해야겠다는 다짐이 대단한 착각임을. 첫 번째 반증이 4ㆍ29 재ㆍ보선이다. (…) 무엇보다 당신은 살아 있는 자들의 힘을 간과했다. 선거가 끝나자 반격이 시작됐다. (…) 당신의 기대대로 검찰이 기소를 하더라도 유죄 받기는 쉽지 않다. 대법원까지 제법 거칠고 긴 싸움이 이어질 것이다. 그 사이 그들은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다. 죽음으로 검찰 수사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당신 판단 역시 오산이다. (…) 결국 당신으로 인해 세상은 더욱 공고해졌다. 충격으로 흩어졌던 힘과 힘이 다시 뭉치고 있다. 권력관계도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깨끗한 정부가 돼야 한다”는 당신 주장과 달리 당신 사건이 먼저 깨끗하게 잊혀질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라. 죽은 자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 것. 그게 이승의 법칙이다. 망자에겐 변호사도 없다. 그러니 당신은 살아남아야 했다. 살아서 용기를 내 고백해야 했다.”

-성완종의 선택은 오판이었다(중앙일보 ‘권석천의 시시각각’ㆍ사회2부장) ☞ 전문 보기

미국 의회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과거 제국주의 식민 지배 피해국인 한국ㆍ중국 등에 대해 분명한 사과 없이 미국에만 고개 숙이는 이중적 태도를 드러냈다. 29일(현지시간) 미 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이뤄진 아베 총리의 상ㆍ하원 합동 연설을 상원의장 조 바이든(왼쪽) 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듣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의회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과거 제국주의 식민 지배 피해국인 한국ㆍ중국 등에 대해 분명한 사과 없이 미국에만 고개 숙이는 이중적 태도를 드러냈다. 29일(현지시간) 미 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이뤄진 아베 총리의 상ㆍ하원 합동 연설을 상원의장 조 바이든(왼쪽) 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듣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과거가 소환되는 건 미래 위해 필요할 때다. 무익한 진실이 무슨 소용인가. 고립될 위기다.

“청와대가 ‘성완종 리스트’ 와 함께 ‘성완종 특사’ 의혹까지 진상을 규명하도록 지시한 대통령 메시지를 발표해 병상통치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 28일 미국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 태평양을 가운데 놓고 진행된, 서로 다른 풍경을 보면서 팽팽하던 끈이 느슨해진 느낌이 들었다. 멀리 미일이 동맹전략의 새 판을 짜는 때에 서울의 정치권이 선거용 묘수나 찾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미국을 사이에 놓고 한일이 벌인 과거사 논란이 끝나가는 것에 대한 느낌이었다. (…) 한국 피로증을 유발한 아베 총리는 왜곡된 과거사로 왜곡된 애국심을 부추기는 우파 정치인에 불과할 수 있다. (…) 그는 잃어버린 20년 속에 자신감마저 상실한 자국민을 움직일 줄 알고, 국익을 정면에 내세우는 냉철한 지도자다. (…) 2013년에는 “강한 일본을 되찾겠다”고 선언해 미국에 ‘저팬 컴백’을 알렸고, 이번 방미에서 보란 듯이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떠맡아 미일 신밀월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미국은 국익에 따라 상황변경을 하는데 거부감이 없다. “미국은 과거에 사로잡혀 있지 않을 거다. 우리는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솔직히 내가 태어나기 전에 시작된 싸움에 관심이 없다.” 지난 3월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 관계 정상화 선언을 하며 던진 말에서, 우정이니 동맹이니 하는 것은 거추장스러워 보인다. (…) 한국을 강타하는 엔저 공습이 미일 신동맹의 경제 버전이라는 지적처럼, 양국 신 밀월에 한국의 국익도 시험대에 올라서 있다. 어쩌면 과거사의 진실 지키기와 국익이 충돌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책략이 급해진 때 한국 사회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회장이 쳐놓은 올무에 갇혀 망자와의 진실게임에 빠져 있다.”

-성완종 사태의 대가(한국일보 ‘편집국에서’ㆍ이태규 사회부장) ☞ 전문 보기

“아베 일본 총리의 행동은 모험처럼 보였다. 지난 29일 미 의회 연설 도중 갤러리에 앉아 있던 일본의 극우(極右) 신도 요시타카 의원을 미국 노병(老兵)과 함께 일으켜 세운 일이다. (…) 그가 미국 노병과 악수했을 때 미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이때 누군가 그의 전력(前歷)을 들어 항의하고 야유했다면 아베의 방미(訪美)는 성과와 상관없이 망신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베는 과감하게 그를 세웠다. 왜일까? 자신에 대한 미국 정가(政街)의 관심이 ‘과거’에 있지 않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 윤병세 장관은 일본에 과거 문제를 깨끗이 해결하는 ‘황금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일본은 자국 군사력을 세계로 확대하는 ‘황금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미국도 일본의 군사력을 끌어들여 중국의 해상(海上) 만리장성을 견제하는 ‘황금 기회’를 틀어쥐었다. ‘과거사 반성’ 요구가 ‘부동(不動)의 동맹국’이란 답으로 돌아온 것이다. (…) 미래를 말하는 미·일을 향해 한국은 줄기차게 과거를 말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여전히 미국을 지렛대로 아베 총리의 역사관을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하는 듯하다. (…) 하지만 그러려면 미국을 대하는 한국의 구색이 적어도 일본 수준에 근접해야 한다. 일본은 중국 주도의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참여를 유보했다. 일본은 미국의 대중(對中) 전선에 핵심 파트너로 참여했다. (…) 자신의 이익과 맞지 않으면 200년 전 과거사까지 들춰내는 나라가 미국이다. 반대로 자신의 이익과 맞으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극우파에게 기립 박수를 쏟아내는 나라가 미국이다. (…) 위안부 할머니의 연약한 외침이 미ㆍ일 동맹의 틈을 얼마나 파고들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한국 외교도 이제 어른이 됐으면 한다”.

-미국은 일본에 왜 過去를 묻지 않았나(5월 1일자 조선일보 기명 칼럼ㆍ선우정 국제부장) ☞ 전문 보기

“최근 원-엔 환율의 가파른 하락세를 두고 말들이 많다. 원화에 견준 엔화 가치가 100엔당 800원대로 떨어진 건 7년2개월 만이다. (…) 자동차ㆍ선박ㆍ석유제품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제품의 해외시장 경쟁력에 결코 유리하지 않은 환경인 것만은 틀림없다. (…) ‘강한 달러와 약한 엔화’ 패키지는 사실 미-일 신동맹전략의 경제적 버전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입장에선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뿐 아니라 엔저 카드라는 또다른 ‘당근’이 필요한 셈이다. (…) 통화의 상대가격인 환율은, 결국 숫자 뒤편에 가려진 국제정치의 거울이다. (…) ‘엔저 공습’ 경고음을 마냥 호들갑이라고만 밀쳐내지 못하는 건, 경제와 외교 분야를 두루 망라하는 현 정부의 너무도 초라한 안목과 대처능력을 확인했기 때문이리라.”

-‘엔저 공습’ 경고음 어떻게 읽어야 하나(5월 1일자 한겨레 ‘아침 햇발’ㆍ최우성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승천한 용-위정자가 잘 먹고 잘 살게 계속 속고 뜯겨주는 게 개천 미꾸라지-국민 구실이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주문은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 정부 취업 대책의 골간을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 취업률로 서열을 결정당하는 전국의 대학에서 줄기차게 외쳐지고 있는 구호다. (…) 최근 ‘조선일보’도 잘 지적했듯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삼성전자 경쟁력의 핵심 요소 중 하나도 협력업체를 치밀하게 쥐어짜는 갑질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삼성전자는 ‘개천에서 난 용’인데, 그 용 하나 키우자고 개천의 수많은 미꾸라지들이 희생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에 대해 그러지 말라고 말리는 시늉은 하지만 사실상 방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 국민도 정부의 그런 직무유기와 무능에 무관심하다. 그저 대기업을 밥벌이의 터전으로 삼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을 뿐이다. 우리는 모두 용이 되려고만 할 뿐 개천의 미꾸라지들은 죽든 살든 내팽개쳐 두는 집단적 습속을 갖고 있다. 사실상 전국민적 합의하에 ‘미꾸라지 죽이기’가 일어나는 현실에서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이 폭력으로 여겨지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아무리 낮은 곳에서라도 해볼 수 있다는 희망은 공정에서 생겨난다. 공정하지 않은 세상에선 한번 매겨진 서열이 평생 간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우리 인간은 배불러도 공정하지 않으면 분노하지만, 배고파도 공정하면 인내할 수 있다. 다시 문제는 공정이다.”

-취업 눈높이를 낮추라고요?(한겨레 기명 칼럼ㆍ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전문 보기

“의무 납세론은 국가가 세금을 거두어 제대로 쓰겠다는 약속 아래 만들어진 논리다. 국민이 재정을 튼튼하게 떠받쳐주면 국가가 모두를 더 윤택한 환경에서 잘살게 해줄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야 국민이 납세의무를 따른다는 말이다. (…) 국민의 납세의무에 대한 답례로 독일은 세계 최초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제도를 실행했다. 하지만 우리 정치인들을 보라.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고 공짜 급식, 공짜 보육에 수조원씩 세금을 듬뿍 지출했다가 결국 후퇴하거나 부실하게 만들었다. 세금 수천억원을 써야 한다는 세월호 인양도 별 고민 없이 덥석 약속하고, 매일 세금 100억원을 넣어야 하는 공무원연금 개혁도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고 있다. (…) 세금은 빈곤층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는 좋은 정책 수단이다. 세금을 잘 부과하면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격차를 누그러뜨리며 정의(正義)를 실현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부가 세금을 탕감받는 면제자를 양산하면서 세금을 아무 데나 펑펑 뿌리는 결정을 하게 되면 납세자들은 자신이 낸 세금이 약탈당했다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대체 세금은 왜 내는가(5월 2일자 조선일보 기명 칼럼ㆍ송희영 주필)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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