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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배기 난민의 비극, 세상을 움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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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배기 난민의 비극, 세상을 움직이다

입력
2015.09.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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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영국 수천명 수용 입장

미국에도 국제 사회 압박 커져

국무부 "안보 우선이지만 수용 노력"

EU 난민 쿼터제 여론도 힘 받을 듯

터키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3세 시리아 난민 아이의 비극으로 통합된 EU차원의 해법마련이 시급해진 가운데 3일 헝가리가 서부행 열차 운행을 재개했으나 난민들을 태운 열차가 난민캠프가 있는 비슈케크 기차역에 정차해 난민들과 경찰이 충돌. 하차를 거부하고 있는 난민들이 열차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터키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3세 시리아 난민 아이의 비극으로 통합된 EU차원의 해법마련이 시급해진 가운데 3일 헝가리가 서부행 열차 운행을 재개했으나 난민들을 태운 열차가 난민캠프가 있는 비슈케크 기차역에 정차해 난민들과 경찰이 충돌. 하차를 거부하고 있는 난민들이 열차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드디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고집을 꺾으려 한다”(영 인디펜던트)

터키 해변에서 2일 숨진 채 발견된 3살짜리 시리아 꼬마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이 남긴 파장이 난민에게 굳게 닫은 영국의 문을 열어젖히고 있다. 난민 유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굽히지 않았던 영국이 4일(현지시간) 시리아 난민 수천명을 수용하기로 하는 등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가들 사이에 난민들을 인구수에 비례해 할당 받아 수용하는 쿼터제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히는 나라는 아직 소수지만, 외신들은 조만간 영국이 더욱 개방적인 대책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역시 시리아 난민 수용에 손사래를 쳐왔던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커지고 있어 아일란의 죽음이 두 강대국의 ‘대문’을 활짝 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4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아일란의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난민사태는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해결될 것이 아니다”(2일)라며 난민 수용 확대에 대한 반대를 굽히지 않았던 캐머런 총리가 3일에는“영국은 도덕적인 책임들을 이행할 것”이라며 확연히 달라진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4일 포르투갈 리스본을 방문 중이던 캐머런 총리는 “이미 유엔난민기구(UNHCR) 등의 캠프에서 머물고 있는 5,000여 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으며 이에 더할 추가 수용 규모와 시기는 내주 상세히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혜와 성심을 다해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영국정부의 결정에 대해 AFP통신은 “캐머런 총리가 이미 유럽에 들어와 있는 난민들에 대해 전격적인 수용을 허용할 경우 막대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라며 “머지않아 추가로 난민 대책이 나올 것이지만 획기적 대책을 기대하기에는 상황이 간단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영국이 2011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공식적으로 받아들인 시리아 난민은 5,000여명에 불과하다. 특히 난민 허가 방침이 강화된 지난해엔 고작 216명의 시리아 난민만이 영국 국경을 합법적으로 밟을 수 있었다. AFP는 “내전 발발 후 400만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이 유럽으로 향했으며, 영국은 프랑스와 독일의 난민 허가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라며 영국 정부의 문호 개방 움직임에 의미를 뒀다.

아일란의 비극은 또 그 동안 지지부진하던 EU의 난민 수용 쿼터제 합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다. UNHCR은 4일 EU에 쿼터제 대상이 될 유럽 내 난민 수가 20만명에 달한다고 공식 통보했다. 가디언은 “영국을 향한 EU의 난민 쿼터제 참여 독려가 거세지고 있다”라며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은 내주 수요일까지 최소 12만명의 난민을 회원국들이 분산 수용하는 계획을 발표할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4일 외신들은 전통적으로 난민 정착에 선도적으로 나섰던 미국이 이슬람국가(IS)의 위협으로 인해 시리아 난민 수용에 수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보다 개방적인 난민정책을 펼칠 것을 미국에 주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국제구호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MSNBC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미국이 받아들인 난민이 7만명에 달하지만 이중 시리아인은 250명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아무리 난민들의 상황이 급하더라도 미국의 안보가 우선이다”라며 “다만 더 많은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일 수 있게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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