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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오피스텔서 전기요금 청구되자 잠복 후 급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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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오피스텔서 전기요금 청구되자 잠복 후 급습

입력
2014.07.25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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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여동생 소유...4월부터 은신

버티자 "문 따겠다" 하자 체포 응해… 현금 1500만원 발견

25일 오후 경찰에 검거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의 장남 대균(44)씨와 도피 조력자 박수경(34)씨가 숨어 있던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의 한 오피스텔. 이 오피스텔은 대균씨의 수행원이자 측근인 하모씨의 여동생 소유로 5월초까지 사용하고 비워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경찰에 검거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의 장남 대균(44)씨와 도피 조력자 박수경(34)씨가 숨어 있던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의 한 오피스텔. 이 오피스텔은 대균씨의 수행원이자 측근인 하모씨의 여동생 소유로 5월초까지 사용하고 비워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25일 경찰에 검거된 유병언(73ㆍ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는 지난 4월 중순부터 경기 용인시 상현동의 Y오피스텔에서 두문불출한 채 은신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경찰청에 설치된 ‘유씨 부자 검거를 위한 경찰 총괄 TF’는 유씨 시신의 신원이 확인된 21일 직후 도피 조력자들과 그 가족들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해 저인망식 조사를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균씨의 도피 패턴으로 볼 때 그가 구원파 신도보다는 개인 수행원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고 이들의 재산에 대해 면밀히 분석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곧 수행원 하모씨의 여동생(35)이 소유한 용인의 Y오피스텔 7층을 주목했다. 이 오피스텔은 하씨가 2007년 휴대폰을 개통하면서 등록한 요금청구 주소였는데, 하씨의 실제 주소지는 달랐다. 경찰은 하씨가 5월 초까지만 오피스텔에 머무른 사실을 확인했지만, 수도요금과 전기료가 계속 나오는 점을 수상히 여겼다.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분석에서도 7층에 드나드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은 하씨를 추궁한 끝에 “구원파 신도들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줬을 뿐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아내고 이날 인천경찰청 광역수대 경찰관 8명을 동원, 오피스텔을 급습했다. 대균씨의 돌발 행동에 대비해 소방당국의 협조를 얻어 매트리스와 고가 사다리를 설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도 갖췄다.

오후 5시 본격적인 검거작전이 시작되자 대균씨는 2시간여 동안 경찰과 승강이를 하며 저항했지만, 결국 “문을 부수겠다”는 경찰의 으름장에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그의 옆에는 줄곧 수행했던 일명 신 엄마(신명희ㆍ구속)의 딸 박수경(34)씨도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대균씨는 은신 후 철저히 외부 소식과 담을 쌓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복층 구조(5.8평) 오피스텔에서 발견된 것은 5만원권짜리 현금 1,500만원과 3,600유로, 노트북ㆍ휴대폰 1개, 방을 가득 메운 짐꾸러미가 전부였다. 노트북과 휴대폰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TV 등 외부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전자제품도 발견되지 않았다. 대균씨는 “음식은 하씨 여동생이 이따금씩 전해줬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균씨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 4월 19일 누나 섬나씨가 있는 프랑스로 출국을 시도하다 출국금지된 사실을 눈치채고 차량을 버려둔 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본산인 경기 안성시 금수원으로 도망쳤다. 이후 아버지 유씨와 대책을 논의한 뒤 곧장 금수원을 떠나 22일 오피스텔로 잠입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이 대균씨 수배령을 내리고 서울 염곡동 자택을 수색한 5월 13일 그는 이미 이 오피스텔에 머물고 있었던 셈이다. 대균씨는 이날 인천 광역수사대에 압송된 직후 취재진에게 부친 사망 사실을 몰랐을뿐 아니라 “밀항을 시도한 적도, 해외 체류 중인 가족과 연락을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대균씨와 함께 검거된 박씨는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호위무사’로 불리며 지역 태권도협회 임원을 맡는 등 대균씨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 인물이다. 검찰은 지난 15일 유씨 운전기사인 양회정(56)씨, ‘김 엄마’로 불리는 김명숙(59·여)씨와 함께 박씨를 공개 수배했다. 경찰은 이날 대균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하씨 여동생도 긴급체포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25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25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씨 도피 조력자 박수경씨가 25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씨 도피 조력자 박수경씨가 25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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