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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높이는 법 아닌 배움의 방법

입력
2015.10.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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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는 작은 출판사다. 작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이런 출판사가 있다는 걸 알리려면 가능한 한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주제로 낼 책의 범위를 좁혀야 했다. 물론 이렇게 잡을 주제는 나의 관심사이면서 독자들의 관심사이기도 해야 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오랜 고민 끝에 떠올린 주제 중 하나가 바로 ‘공부’다. 누구나 공부를 하지 않고 살 수 없고 평생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다. 이걸 키워드로 삼으면 나의 취향과 독자의 필요가 겹치는 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다만 공부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으므로 독립하기 전 출판사들에서 만들어 온 인문?교양 분야의 공부를 다룬 책을 출간하면 좋겠다 싶었다.

해당 키워드로 검색을 거듭한 끝에 어렵사리 건진 원서 ‘Study is hard Work’가 유유의 첫 책이 되었다. 저자 윌리엄 암스트롱은 교사이자 아동문학상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뉴베리상을 수상한 탁월한 작가다. 입시 체제에 맞춰 성적을 끌어올리는 공부법이 아닌 잘 듣는 법, 어휘를 늘리는 법, 생각을 정리하는 법, 글을 쓰는 법 등 진짜 배움의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이 마음을 끌었다. 문제는 제목이었다. 원제를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공부는 어려운 일이다’쯤으로 해석된다. 원제 그대로 옮길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누구라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길 만한 문장이라 재미가 없었고 마음속에서 찰칵 맞물리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영어사전을 펴 놓고 원서에 들어간 단어들을 찾아 보았다. ‘study’는 ‘연구’로도 해석되지만 역시 ‘공부’가 가장 직관적으로 와 닿는 느낌이었으므로 패스! 그 다음으로 ‘hard’란 단어를 찬찬히 살피다가 여러 가지 뜻 중 ‘단단하다’는 단어가 눈에 콕 박혔다. 첫 책이므로 내용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회사의 바탕을 다질 만한 알토란 같은 책이었으면 했다. ‘단단하다’는 단어가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분명 그 바람 때문이었으리라. 그렇게 ‘공부’와 ‘단단하다’, 이 두 단어를 엮었더니 ‘단단한 공부’가 되었다. 원서 제목을 절묘하게 쓰면서도 내가 바랐던 취지까지 살리는 일석이조의 제목이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평소 서점에 나갔을 때 봐 달라고 아우성치는 듯한 화려한 표지들에 물렸던 나는 디자이너와 의논하여 단순하면서도 강한 느낌을 주는 표지를 만들어 보자고 머리를 모은 참이었다. 오랜 궁리와 실험 끝에 표지가 나왔다. 표지를 본 지인들은 대단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니 첫 책인데 왜 표지를 헐해 보이게 만들었어?”(출판계 디자이너들이 통상 쓰는 전문가용 프로그램이 아닌 한글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 같다는 이도 있었다.) 나는 구구절절 답할 수 없었다. 만약 독자들이 이 책을 구입하여 읽어 주지 않았더라면 나를 걱정해 준 지인들의 의견이 맞고 내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서른 종 가량을 일관된 디자인의 콘셉트로 출간한 지금은 다들 조금쯤은 내가 맞다고 여겨 주는 것 같다.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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