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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은 1970년대부터 있었다

입력
2017.06.1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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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국회공보 제2017-58호에는 특별한 공지사항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바로 ‘국회의원 친족 보좌직원 채용 현황’입니다. 여기에는 조배숙ㆍ정동영ㆍ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실 등 총 3곳의 의원실 현황이 게재됐습니다.

공지는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따른 것입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국회의원은 배우자 또는 4촌 이내의 혈족ㆍ인척은 보좌진으로 임용할 수 없고, 5~8촌 이내의 혈족을 보좌진으로 임용시 그 사실을 신고해야 합니다. 지난해 무소속 서영교 의원의 친딸이 의원실 인턴으로 근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친인척으로 추정되는 보좌진 30여명이 사직서를 내는 혼란을 겪은 이후 이런 법이 생겼습니다.

지난 5일 국회 공보에 올라온 ‘국회의원 친족 보좌직원 채용 현황’(왼쪽), 2015년 1월 당시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이던 서영교(오른쪽) 의원이 정부의 세제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국회 공보에 올라온 ‘국회의원 친족 보좌직원 채용 현황’(왼쪽), 2015년 1월 당시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이던 서영교(오른쪽) 의원이 정부의 세제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원실의 친족채용 현황이 정식으로 공개된 건 1948년 초대국회가 개원한 이래 처음입니다. 의원실의 친인척 채용은 여러 번 논란이 됐지만 지금까지 이를 규제할 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젠 그 동안 친인척 채용 논란에도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말해왔던 국회의원들도 자세도 달라져야만 합니다.

과거 국회의원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 현황은 어땠을까요? 현재 이와 관련된 공식 자료는 없습니다만, 옛 기사를 통해 실태를 살펴보았습니다.

부인 보좌관으로 버젓이…친족채용 처음으로 문제되다

1979년 제10대 국회 개원 당시 축사를 하는 백두진 전 국회의장. 한국일보자료사진
1979년 제10대 국회 개원 당시 축사를 하는 백두진 전 국회의장. 한국일보자료사진

백두진 전 의원은 이승만ㆍ박정희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1970년대에 박정희 정권이 조직한 원내교섭단체인 ‘유신정우회’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입니다. 1979년 제1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그는 국회의장이 되었는데, 당시 박찬종 전 민주공화당 의원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의 부인 허명재씨가 비서관으로 등록됐다는 것이지요.

알고 보니 그는 국회의원으로 처음 입성하던 제9대 국회 때부터 부인을 비서관으로 두고 있었습니다. 아들을 채용한 남상돈ㆍ권일 전 의원, 딸이나 동생을 채용한 의원 등 6명의 비슷한 사례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결국 당시 밝혀진 친족 보좌진들은 모두 면직됐습니다. 친인척 기용을 서로 쉬쉬하는 분위기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비판이었습니다.

민주화 이후 개원한 국회에도 친인척 채용은 계속

하지만 이후에도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는 일은 계속 반복됐습니다. 언론을 통해 밝혀진 현황만 살펴볼 때 지난 14~19대 국회에서는 최소 12~20개 의원실이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했습니다.

이 가운데 서영교 의원처럼 자신의 자녀(1촌)를 채용한 경우도 많습니다. 제18대 국회에서 자유선진당 비례대표로 활동했던 이영애 전 의원 역시 딸을 의원실 인턴에 채용했습니다. 제 19대 국회 당시 새누리당 소속 박윤옥 의원은 아들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아들이 보좌관으로 활동하게 해 ‘차명 보좌관’ 논란이 있었지요. 제 14대 국회 때부터 시작해 제19대까지 4차례 의원직에 당선됐던 송광호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딸을 비서관으로 뒀습니다.

동생(2촌)을 보좌진으로 둔 경우도 많습니다. 제16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 소속 백승홍 의원과 김동욱 의원은 동생을 보좌관으로 두었습니다. 이에 대한 두 의원의 설명은 비슷했습니다. 동생의 경력이 자신이 속한 상임위원회 주제와 맞아 전문성을 고려해 채용했다는 것이지요. 제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소속인 이정선 전 의원은 동생과 동생의 처남, 시동생, 조카로 보좌진을 구성해 논란이 됐습니다. 제 14대 국회의 홍영기 민주당 의원의 경우 당시 70세인 동생을 채용해 지역구 관리를 맡겼습니다.

혈연 관계로 맺어진 인척을 채용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제19대 국회에서 문대성ㆍ최경환 전 새누리당 의원은 각각 매형과 매제를 보좌진으로 채용했습니다. 제16대 국회의 문석호 전 민주당 의원도 다른 사람 이름을 올리고 실제로는 처남에게 비서관 일을 맡겼습니다. 그 외에도 사위, 동서 등을 채용한 경우도 있습니다.

가뜩이나 좁은 문이니 공정하게

국회의원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을 금지하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전문성과 경력이 충분하다면 이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지난해 안호영 의원의 비서관으로 있던 6촌 동생 안호근 씨는 친인척 채용 논란이 일자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2006년 17대 국회부터 심재덕ㆍ유시민 전 열린우리당 의원, 18대 김영록 전 민주당 의원, 19대 김광진 전 민주통합당 의원과 서기호 정의당 전 의원 등을 보좌했고, 2012년 ‘노크 귀순’ 사건을 최초로 밝혀내는 등 나름의 전문성을 발휘해 왔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2016년 4.13 총선일 당시 무소속 은평을 후보로 출마한 이재오 전 의원이 서울 은평구 구산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4.13 총선일 당시 무소속 은평을 후보로 출마한 이재오 전 의원이 서울 은평구 구산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개별 의원실 채용과정이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데다, 보좌진으로 채용된 친인척들이 일종의 ‘특혜’를 본 선례가 있어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게 개정법의 취지입니다.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공동대표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던 시절 조카를 보좌관으로 채용했습니다. 이후 조카는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하다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 과장으로 채용됐습니다. 그의 채용과정에서 이력서에 누군가 ‘이재오 조카’라고 표시했다는 사실도 드러났지요. 지난해 서영교 의원의 딸 채용이 유독 논란이 된 것 역시 딸이 중앙대 로스쿨에 입학하면서 연관성에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미 상당수의 선진국들은 국회의원의 친인척 채용에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1967년 이후부터 상ㆍ하원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들이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고용할 수 없도록 법에 정해두었습니다. 특히 하원의원들에게는 ‘보좌진으로 부모, 양부모, 장모, 시모, 장인이나 시부, 배우자, 형제, 양형제ㆍ양자매, 자녀, 양자, 사위ㆍ며느리, 삼촌, 숙모, 이복ㆍ이부형제, 동서, 생질, 질녀, 친사촌, 의자매 등을 채용할 수 없다’는 꼼꼼한 세부지침까지 제공합니다. 프랑스 국회의원들은 친인척 채용은 허용하되 그 수를 제한하고, 급여도 절반 또는 3분의 1 까지만 지급합니다. 독일은 친인척 보좌진에게 아예 급여 제공을 금지해 ‘자원봉사’ 만 가능하게 했습니다.

2016년 5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20대 국회개원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2016년 5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20대 국회개원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국회사무처는 지난 15일 홈페이지에 올해 4~5월 국회의원 친족 보좌관 채용 현황을 게시했습니다. 국회 공보를 넘어 시민들에게 이를 공개한 셈입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앞으로 매달 친족 채용 현황 변경사항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는 전적으로 국회의원실의 신고에 따른 발표라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원실에서 숨기면 알 길이 없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젠 이런 우려를 해소하고 더 투명한 국회로 거듭나기 위해선 당사자인 의원들의 노력이 중요한 시점으로 보입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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