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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권력으로 사익 추구, 헌법 수호 의지도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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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권력으로 사익 추구, 헌법 수호 의지도 실종

입력
2017.03.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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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ㆍK스포츠재단 설립과

崔 이권 개입에 직간접 도움

직무상 비밀문건 崔에 유출

국회ㆍ언론 등 감시 작동 못해

진상규명 협조 약속하고도

검찰ㆍ특검 조사 응하지 않아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헤대통령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왕태석기자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헤대통령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왕태석기자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파면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결단을 내린 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권한을 제멋대로 행사하면서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앞으로도 헌법을 수호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을 헌법이 더는 허용하지 않는다고도 봤다.

국민이 준 권한, 함부로 행사

헌재는 10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하면서 “최순실(61ㆍ구속기소)이라는 사인(私人)의 국정개입과 박 전 대통령의 권한남용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는 점을 27쪽에 걸쳐 조목조목 짚었다. 89쪽짜리 결정문 3분의 1 분량이다. 헌재는 공무원인 대통령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의무를 등한시했다고 판단했다. 국가권력을 사익추구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은 공정한 직무수행이 아니며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박 전 대통령이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을 직접 지시했지만 정작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은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못했으며 ▦KT에 특정인 2명을 채용하도록 해 최씨 소유의 광고대행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특혜를 줬다고 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독대해 경기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자금으로 70억원을 받은 점도 인정했다.

헌재는 이를 토대로 “(피청구인은)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의 설립, 최씨의 이권 개입에 직ㆍ간접적 도움을 줌으로써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씨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씨의 이권 추구를 뒷받침하고 국가 기밀을 공유해 헌법과 법률을 모두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탄핵소추 사유 중 공무원 임면권 남용과 언론의 자유 침해 부분 등은 불분명한 인과관계와 증거부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3면-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헌법재판관 8인
3면-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헌법재판관 8인

실종된 헌법수호 의지

헌재는 이 같은 박 전 대통령의 행위들이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다고 봤다.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의 지배 원리를 천명한 헌재는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된 대통령을 파면하는 경우 상당한 정치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국가공동체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치러야 하는 민주주의의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특히 “헌법과 법률을 지키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짙은 방점을 찍었다.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공무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최순실)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다”며 “국정개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해 국회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또 “대국민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다”며 “이 사건 소추 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정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쟁점별 주장과 헌재 결정 비교.
수정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쟁점별 주장과 헌재 결정 비교.

‘파면할 정도’ 기준 마련

헌재는 박 전 대통령 측이 문제 삼아온 국회의 탄핵소추 가결 절차에 대해서도 “어떤 흠결도 없다”고 판단했다. ▦소추 사유를 특정할 수 있고 ▦국회의 자율권이 존중되어야 하며 ▦소추 사유에 대한 일괄 표결도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의사에 달렸다는 것이다. 8인 체제 헌재가 선고를 내리는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 권한정지라는 헌정위기 상황을 계속해서 방치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에 대한 기준도 제시됐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피청구인의 위헌ㆍ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지적한 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는 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언급하며 세월호 참사 구조 실패는 탄핵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에 이어 대통령의 무능력은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다.

헌재는 이 사건이 접수된 지난해 12월 9일부터 이날까지 4만8,000여 쪽의 증거 조사를 진행하고, 당사자 외 국민이 제출한 탄원서 등 A4박스 40박스 분량의 자료를 검토했다. 이날 헌재 결정으로 박 전 대통령은 1948년 대한민국 헌법 제정 이후 파면된 첫 번째 대통령이 됐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60일간 차기 대통령 선거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헌재 결정으로 대통령 직무정지라는 헌정 위기 상황은 봉합됐지만, 청와대 체계와 공직자 윤리 규범 등 국가 시스템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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